[금주의 pick] 이혼 위기의 찰스와 다이애나 外
입력 2021.01.06 03:00
/넷플릭스
넷플릭스 ‘더크라운4′
왕자와 공주가 결혼한다. 그리고 평생 행복하게 살았다. 동화는 대부분 이렇게 끝난다.
하지만 영국 왕실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크라운’은 그 뒤의 현실을 보여준다.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로 시작되는 이 드라마에서 시즌 1~3은 여왕의 성장기와 필립 공과의 결혼이 큰 축이었다.
최근에 공개된 시즌 4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갈등이 골격이다. 수위는 예상보다 높다. 찰스는 결혼 전부터 카밀라와 불륜을 지속하고, 다이애나는 그 스트레스로 섭식 장애에 시달린다.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장관이 넷플릭스에 “젊은 세대는 사실과 허구를 혼동할 수 있다. 드라마 앞부분에 픽션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항의 서한을 보냈을 정도다. 넷플릭스는 거절했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어리고 예쁜 다이애나를 두고 카밀라를 만나는 찰스도 이해가 간다. 영화 ‘봄날은 간다’를 보며 어릴 땐 유지태에게 공감하다가 어른이 된 후 이영애 마음을 알게 되는 것과 같다.
시즌 4에서 또 다른 주인공은 대처 총리다. 드라마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건 어머니로서의 대처다. 사고 치는 아들을 감싸는 그를 보며 시청자들은 ‘저러다 결국 아들 망쳤지’라며 혀를 차게 된다. 반면, 대처와 여왕이 갈등 끝에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는 장면에선 마음이 따뜻해진다.
연극 ‘킹스 스피치’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를 무대로 옮겼다.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오를 처지에 놓인 버티(조지 6세)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말더듬증 치료에 나선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히틀러에 맞선 영국 왕은 국민을 단결시킬 라디오 연설에 성공할 수 있을까? 코로나와 전쟁을 치르는 모두에게 용기를 주는 이야기. 웰메이드 연극을 찾는 관객에게 ‘추추 추천한다’. 서현철·박윤희가 언어치료사 로그, 박정복·조성윤이 버티 역을 나눠 맡는다. 2월 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무용 ‘플라스틱 버드’
최지연무브먼트의 신작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지원작에 선정됐다. 어미 새가 배고픈 아기 새에게 플라스틱을 잘못 먹여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착안해 ‘Plastic Bird’라는 제목을 달았다. 안무가 최지연은 깊은 호흡과 정중동의 한국 춤을 바탕으로 하되 전형성에서 벗어난 춤 작업을 추구해왔다. 무용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등 장르를 넘나든다. 인류가 일방적으로 이 행성을 지배하면 그 끝은 멸망이라고 경고한다. 1월 9~10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영화 ‘화양연화 리마스터링’
불황이 부르는 건 복고.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2000년 영화 ‘화양연화(花樣年華)’도 화질을 개선시킨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돌아왔다. 흥행 2위에 오르며 재개봉 12일 만에 6만명. 19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같은 날 이웃집으로 이사온 남녀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담았다. 비좁은 복도에서 남녀가 마주칠 적마다 느린 템포의 화면 위로 애절한 첼로 선율이 흐르던 감독 특유의 스타일은 대중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량차오웨이(梁朝偉)와 장만위(張曼玉) 두 배우의 전성기를 확인하는 즐거움도 크다.
클래식 ‘김한 클라리넷'
2018년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 부수석 입단에 이어 2019년 독일 ARD 콩쿠르 준우승까지. 클라리넷 연주자 김한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클래식 음악의 유망주. 아직 25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올해 금호아트홀 연세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김한이 4차레 시리즈 연주회를 연다. 1월 7일 첫 무대에서는 스티브 라이히와 펜데레츠키, 힌데미트 등 20세기 작곡가들의 곡들을 골랐다. 모차르트와 브람스(6월 3일), 윤이상과 메시앙의 현대음악(10월 7일), 재즈(12월 30일) 등 다채로운 무대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