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영화, ‘패밀리 맨’
- [데일리안] 입력 2020.12.31 14:03
- 수정 2020.12.31 14:05
- 데스크 (desk@dailian.co.kr)
다사다난했던 2020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는 연초부터 코로나19가 발생해 우리의 삶을 뒤흔들고 평범한 일상을 집어삼켰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금방 사라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면서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친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멀리하게 되면서 성탄절과 송년회도 없는 한해를 보내게 되자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 블루로 힘들어 하고 있다. 지친 일상에서 활력을 주는 가족영화 ‘패밀리 맨’이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영화 ‘패밀리 맨’은 2000년에 개봉한 작품이다. 월스트리트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투자전문 벤처기업자 잭 캠벨(니콜라스 케이지 분)은 13년 전 사랑하는 연인 케이트(테아 레오니 분)와의 약속을 뒤로한 채, 성공만을 향해 달려간다. 마침내 잭은 뉴욕 맨하탄의 펜트하우스와 꿈의 페라리 자동차와 최고급 양복을 입을 수 있는 성공한 사업가가 된다.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 쓸쓸히 집으로 향하던 중 인생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복권을 갖게 되면서 잭의 일상은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영화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쟝 폴 샤르트르는 “인생은 B와 D사이에 C다”라고 말했다. 인생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이라는 의미로 우리가 하는 선택에 따라 인생의 결과는 달라진다. 잭은 13년 전 사랑하는 케이트를 뒤로하고 자신의 일을 선택하여 뉴욕 맨하탄의 부자가 되었지만 가족과 함께 해야 하는 성탄절에는 쓸쓸히 홀로 보내야 한다. 혼자이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가진 삶과 경제적으로는 부족하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삶, 만약 13년 전 지금과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를 보여준다. 영화는 선택에 따라 현재 삶에서 얻은 것과 잃을 것을 보여주면서 평범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영화는 판타지 물로 잭이 복권을 손에 쥐면서 가상체험을 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뉴저지의 작은 마을에서 타이어 가게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잭은 과거의 연인 케이트와 가정을 이룬 삶을 경험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놓치고 또 잊고 있던 가족과의 행복과 기쁨을 느끼게 되고 관객들 또한 가족의 중요성에 공감하게 만든다.
평범한 삶의 소중함도 알려준다. 영화는 매일을 긴장감 속에서 사는 월스트리트 기업인의 삶과 뉴저지 교외 소도시에 살면서 열심히 직장을 다니고 퇴근 후 동료들과 한잔 하며 운동을 즐기는 잭의 삶을 대비시킨다. 집에서는 아기를 돌보고, 개를 산책시키며 아내와 가사를 분담해 평범한 소시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면서 잭은 편안함을 느낀다. 사람 사는 일이 별다를 게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평범하고 익숙한 일상의 소중함 간과하고 있었다.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자체의 감사함과 고마움을 깨닫게 한다.
제작된 지 20년이 지난 영화지만 ‘패밀리 맨’이 새삼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는 이유는 지금 우리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당연했던 가족과의 만남과 여행 그리고 여가생활까지 평범한 일상을 코로나19는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실제로 가족만큼 우리에게 위안과 기쁨을 주는 존재는 없다. 비록 코로나가 우리 생활 패턴을 바꾸고 행동을 제한시켰지만 가족과의 관계와 평범한 삶에 대한 기대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영화 ‘패밀리 맨’은 추운 연말에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하면서 동시에 가족과 평범한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