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휘 기자
- 승인 2020.12.28 17:32
국산 OTT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시동, 콘텐츠 차별화 중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후 추가 비용 부담 無, 판권 수익도 용이
"국내 시장 지키려 하지 말고, 위험 감수해서라도 해외까지"
12월 27일 기준 플릭스패트롤이 집계한 2020 드라마 콘텐츠 상위 10 순위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8개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해당 화면 캡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넷플릭스가 국산 OTT 사업자들에게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숙제까지 안겨주고 있다.
모바일리서치업체 오픈서베이의 ‘콘텐츠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국내 유료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에서 넷플릭스가 45.8%로 OTT 플랫폼 중 1위를 차지했다. 절반에 가까운 구독자들이 넷플릭스를 이용한 이유 중 ‘여기서만 이용할 수 있는 특정 콘텐츠가 있어서(45.3%)’란 답변이 ‘콘텐츠의 수가 많아서(61.3%)’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힘은 강력하다. 스트리밍 서비스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27일까지 넷플릭스에서 시청한 글로벌 영화 콘텐츠 상위 10위에 ‘에놀라 홈즈‘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9개가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 콘텐츠 부문 상위 10위 목록엔 ‘퀸즈 갬빗‘, ‘에밀리 파리에 가다‘ 등 8개 자체 제작 드라마가 포진했다.
국내 OTT 사업자들은 올해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각 플랫폼마다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 OTT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웨이브는 지난해 첫 자체 제작 드라마 ‘녹두전‘을 시작으로 올해 ‘SF8‘, ‘거짓말의 거짓말‘, ‘앨리스‘, ‘좀비탐정‘, ‘날아라 개천용‘, ‘바람피면 죽는다‘ 등 지금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680억원 규모를 집행했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티빙은 지난 10월 CJ ENM에서 분사 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본격화 했다. 내년 1월 말 첫 오리지널 예능 ‘여고추리반‘을 공개할 예정이다. CJ ENM이 네이버와 콘텐츠 제작 동맹을 맺음에 따라 안정적인 콘텐츠 공급 통로도 확보했다. 양사는 3년 간 콘텐츠 제작으로 3000억원을 투자한다.
왓챠는 지난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각본 공모를 진행하고 내년 오리지널 콘텐츠 본격 제작을 예고한 상태다. 콘텐츠 제작을 위해 올해 590억원 규모 투자금도 유치했다.
이외에도 KT ‘시즌‘은 웹드라마, LG유플러스 ‘U+모바일tv‘는 아이돌 예능 기반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 OTT 시장에 합류한 ‘카카오TV‘도 숏폼 기반 오리지널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사진=각 사 제공
오리지널 콘텐츠가 주목받는 건 자체 제작만 해놓으면 독점 스트리밍을 하다보니 이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이점 때문이다. 콘텐츠에 따라 수 십에서 수 백억원에 달하는 판권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미디어미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tvN 방영 드라마 ‘화유기‘ 판권은 100억원이었다. 물론 제작비도 들지만 흥행 성적에 따라 가져가는 수익이 달라진다.
다만 현재 국내 OTT 사업자들이 추진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사업은 이제 막 초입 단계다.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하기 위해 투자 규모부터 키워야 하는 선결과제가 놓여 있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콘텐츠 제작비는 약 17조원(150억달러)이고 이는 그해 매출 약 22조원(200억달러)의 75%를 차지한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년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른 지난해 국내 방송시장 전체 방송매출액은 17조7000억원 수준이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규모도 점점 키우고 있다. 올해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금액은 3331억원으로 국내에 처음 진출한 2016년 투자금액 150억원보다 20배 이상 커졌다. 지금까지 투자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70여편이며 누적 금액은 8000억원에 달한다.
넷플릭스뿐 아니라 독자적인 콘텐츠 생태계를 구성하고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인 ‘디즈니플러스‘와 ‘HBO맥스‘도 경계 대상이다. 막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매년 수 십개씩 오리지널 콘텐츠를 쏟아내는 글로벌 사업자들은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룬 상태이기에 당장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차별화된 콘텐츠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범수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넷플릭스가 현지화된 콘텐츠를 바탕으로 단일 글로벌 시장으로 통합하고 있다“며 “(국내 OTT들도)독자적인 기획력과 창의적인 자원을 바탕으로 투자 위험을 감안하고서라도 끊임 없이 시장 규모를 넓혀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왓챠는 지난 9월 국내 OTT 플랫폼 중 처음으로 일본에 서비스를 출시하며 해외 진출에 나섰다. 사진=왓챠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한 차별화는 아직 OTT 플랫폼이 자리잡지 않은 글로벌 시장, 특히 당장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선점하는데 중요하다. 지난해 초 선보인 ‘킹덤‘은 국내 시장뿐 아니라 동남아와 글로벌 시장 확장도 가능케 한 대표작이다. 덕분에 올해 3분기 넷플릭스 순이익의 46%가 이 동남아 지역에서 나왔다.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 태국,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의 넷플릭스 드라마 상위 10위 중 절반 이상은 ‘스타트업‘, ‘싸이코지만 괜찮아‘, ‘이태원 클라쓰‘ 등이 차지했다. 또 일본에서도 ‘사랑의 불시착‘이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다만 이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시장한 국내 OTT 사업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탄탄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반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면 해외 진출 시 실패를 줄일 수 있지만, 동남아 시장의 월 평균 OTT 구독료 지불 수준이 2~3달러 수준으로 낮고 신용카드나 온라인 결제 적용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 다문화와 다국가 시장이기에 지역 별 사정을 파악하는 데 있어 현지화 노하우가 부족하다. 현지어 자막과 더빙에 대한 예산 마련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국내 OTT 사업자들이 해외 진출을 제작단계에서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한다. 곽동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OTT 해외 진출이 실패할 확률이 큰 게 사실이지만 우선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좁은 국내 시장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되고 현지화 전략을 통해서 해외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제작 투자를 한다는 것은 시장을 선도하는 효과도 있지만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체급 차이가 크다“며 “분산돼 있는 국내 플랫폼들이 협업으로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 사업자에 대응할 수 있게 역량을 합치면 해외진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출처 : 톱데일리(http://www.topdail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