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국내 진출, 넷플릭스 이길 수 있을까
강화영 hwa0@itdonga.com
2020.12.28.
[IT동아 강화영 기자] 미국 최대 콘텐츠 제작사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출시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Over The Top) '디즈니플러스(디즈니+)'가 내년 한국에 진출한다. 디즈니플러스는 세계 가입자 수 2억명을 확보한 넷플릭스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진출한 해외 OTT다. 마블 시리즈를 비롯해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을 가져 넷플릭스를 대적할 유일한 맞수로 손꼽힌다. 참고로 한국은 마블이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관객과 수익을 창출한 곳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디즈니플러스가 '투자자 데이(Inverstor Day)' 행사와 공식 트위터를 통해 2021년 한국, 동유럽, 홍콩 등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시기와 진출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출처=월트 디즈니 컴퍼니 공식 트위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디즈니플러스가 5년 차인 2024년까지 구독자 6,0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11개월 만에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계획보다 4년 일찍 목표를 이룬 셈이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스스로도 예상 못했던 성장 속도다. 넷플릭스가 구독자 7,000만 명을 확보하는 데 8년이 걸린 데 비해 디즈니플러스는 1년 만인 올해 3분기 기준 구독자 7,370만 명을 기록했다.
미국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훌루(Hulu)와 ESPN플러스(ESPN+)까지 총 3개 OTT를 계정 한 개로 이용하는 번들(bundle, 묶음) 상품을 내놓은 덕에 구독자를 빠르게 확보했다. 훌루와 ESPN플러스는 모두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OTT다. 훌루는 TV 프로그램과 영화, ESPN플러스는 스포츠 중계를 제공한다. 서로 영역이 겹치지 않는 훌루와 ESPN플러스를 통해 서비스 초기에 넷플릭스보다 부족한 콘텐츠 수를 메꾸는 전략이다.
가격과 콘텐츠 강점이지만, 한국형 콘텐츠 부족하지 않을까
디즈니플러스는 가격과 콘텐츠가 확실한 강점이다. 미국 기준 현재 디즈니플러스 번들 상품 월 이용료는 12.99 달러(1만 4,334.46원)로 넷플릭스 프리미엄 요금제 15.99 달러(1만 7,644.96원)와 큰 차이 없는 수준이다. 당장 수익을 내기 보다는 플랫폼을 확산시켜 고정 고객을 모으기 위함이다.
앞으로 디즈니플러스가 제공할 콘텐츠는 시리즈물 7500개, 오리지널 드라마 25개, 오리지널 영화와 스페셜 영상 10개, 최신 영화 100개 그리고 기타 400편 이상 디즈니 독점 영상이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지난해 8월 공개한 1분 56초짜리 디즈니플러스 홍보 영상에서도 디즈니 지식재산권(IP)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다.
디즈니플러스 홍보 영상 캡처.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폭넓은 연령대 시청자층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보유했다. 넷플릭스처럼 각 국가나 배급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조율하느라 애를 먹을 필요가 없다. /출처=디즈니 공식 유튜브 채널
디즈니(애니메이션/영화), 픽사 애니메이션, 마블, 스타워즈 시리즈(루카스 필름),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장면을 한데 모았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누구나 알 법한 자사 콘텐츠를 독점 방영하려고 넷플릭스와 2012년부터 맺은 콘텐츠 공급 계약을 2019년에 종료하기도 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단연 돋보이는 콘텐츠는 마블 시네마틱 스튜디오(MCU)와 스타워즈 시리즈다. 이 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프랜차이즈 영화로 디즈니 콘텐츠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영화는 전작에서 확보한 인지도와 팬덤을 기반으로 다음 작품 흥행을 어느 정도 보장한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향후 수년에 걸쳐 스타워즈 시리즈 10개, 마블 시리즈 10개를 제작할 예정이며, 디즈니플러스에서 단독 공개할 오리지널 드라마와 내용과 세계관을 공유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디즈니플러스로 공개한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 /출처=디즈니플러스
극장과 디즈니플러스에 영화를 동시개봉하는 전략도 가입자 유치에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코로나 19 사태로 극장 개봉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에 이어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까지 디즈니플러스에서 먼저 공개됐다. 이외에도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매년 100개 이상 신작을 공개하고 이 가운데 80%를 극장과 디즈니플러스 동시개봉에 나서기로 했다.
디즈니플러스 경쟁력이 입증되면서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일찍이 디즈니플러스와 제휴에 공을 들이는 상황이다. 자사 인터넷TV(IPTV)/통신(스마트폰) 서비스와 OTT 콘텐츠를 묶어 팔면 IPTV와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하기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사업자 입김이 강한 국내에서 디즈니플러스와 통신사 간 협력은 서로 '윈윈(win-win)'이다. 디즈니플러스도 기존 통신사업자가 가진 장기 고객을 잠재 고객으로 포섭하거나,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넷플릭스는 IPTV 지원 셋톱박스, IPTV 셋톱박스, 스마트 TV, 스마트폰/태블릿/PC를 통해 서비스한다. 국내 통신사는 LG 유플러스(U+ TV), KT(올레 TV) IPTV와 협력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출처=KT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진출 방식을 발표한 바가 없다. 넷플릭스처럼 국내 통신사 1개 또는 2개와 협력해 해당 통신사 IPTV를 통해 서비스할 수도 있지만, 제휴 없이 앱/웹으로 단독 진출할 여지도 있다. 올해 초부터 디즈니플러스와 통신 3사는 '망 사용료' 문제로 이야기가 늘어지는 모양새다.
망 사용료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CP)가 통신 사업자(ISP)가 만든 인터넷망을 이용한 대가로 내는 요금을 말한다. 넷플릭스는 SK 텔레콤 자회사인 SK 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법정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 9월 닐슨코리아클릭 발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시장점유율은 40% 안팎이다. 업계 2위 웨이브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로 국내 OTT 시장을 독식했다. 티빙, 시즌, 왓챠가 순서대로 뒤를 잇는다. 2016년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2018년 하반기부터 현지화 전략으로 빛을 봤다. 그 시작은 넷플릭스가 578억원을 투자한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옥자' 공개 전인 2017년 6월 이전에 9만명이던 넷플릭스 가입자는 옥자 공개 이후 20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지금도 넷플릭스에서 국내 많이 본 콘텐츠 10개는 전부 한국 드라마, 영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환경에 맞는 소위 '로컬'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하면, 디즈니와 마블 시리즈만으로 국내 시장에 오래 안착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글 / IT동아 강화영 (hwa0@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