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키워드⑥] 넷플릭스 코로나 팬데믹 영화계, 기회 잡은 넷플릭스 | |
기사입력 2020.12.24 07:01:01 |
코로나19 직격탄 속에 넷플릭스는 올해 K-콘텐츠의 활로가 됐다. 단연 사랑받은 좀비물 '킹덤2'. 제공|넷플릭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2020년 연예계는 언택트(비대면) 시대였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로 가요, 영화, 방송, 공연계 전반은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혹독한 보릿고개 속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사건들로 연일 뜨거웠다. 2020년의 끝자락에서, 올 한해 연예계를 장식한 크고 작은 사건들을 스타투데이 기자들이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코로나19 팬데믹에 한국 영화계는 사상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올해 극장 관객 수는 5840만명에 그쳐 IMF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12월 들어 이날까지 관객 수는 35만명에 불과하다. 신작은 사라졌고 박스오피스 순위는 그 의미를 상실했다. 이 와중에 제대로 기회를 잡은 건 바로 세계 최대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극장가는 그동안 '개봉 후 온라인 서비스(홀드백)'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넷플릭스 작품 상영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극장가 수익이 바닥을 치면서 사정은 완전히 변했다. 올해 신작 ‘사냥의 시간’ ‘콜’에 이어 대작 ‘승리호’도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 역시 ‘원더우먼 1984’를 비롯해 '매트릭스4' '수어사이드 스쿼드2' 등 올해 말과 내년 개봉 영화들을 모두 극장과 온라인에 동시에 개봉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극장 관계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최대 목표가 된 현실”이라며 “최소한의 이익이라도 보장 받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넷플릭스”라고 고육지책의 선택을 밝혔다.
그러면서 “넷플릭스를 필두로 영화계의 불문율은 완전히 깨져버린 상태다. 영화 관람 문화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크게 바뀌면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넷플릭스에서 사랑 받은 K-콘텐츠 베스트8. 제공|넷플릭스
◆ K좀비가 쏘아 올린 K-콘텐츠 베스트8
“사람들은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을 놓고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건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겁니다. 감시와 통제가 아니라 자극하고 격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술, 자본, 리더십 등과 같은 전통적 사업의 투입 요소가 아니라 창의적인 사람들이 미친 듯이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직원 다수의 행동 방식, 즉 기업문화를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는 거죠.”
‘넷플릭스’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리고 그런 그가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 바로 K-콘텐츠다.
“‘킹덤’ 시리즈와 ‘사랑의 불시착’을 매우 재미있게 봤다”는 그는 “한류 콘텐츠가 가파르게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우리 역시 무한한 가능성을 봤고 기대가 크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상황에 상대적으로 잘 대처했기에 콘텐츠 제작을 지속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다양한 콘텐츠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고 총평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 K-콘텐츠 중 특히 사랑 받은 작품은 무엇일까. 넷플릭스 자체 조사결과, 뉴욕타임즈 선정 ‘2020년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톱10’에 이름을 올렸던 ‘킹덤’ 시즌2와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각각 국내 스릴러 및 로맨스 부문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K-좀비 열풍을 이어간 영화 ‘#살아있다’도 호러 부문에서 두각을 보였다. 특히 ‘#살아있다’는 넷플릭스를 통해 스트리밍된 비 영어 콘텐츠 중 제작 국가 외 타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판타지와 드라마 부문에서는 새로운 세계관과 독특한 캐릭터들을 선보인 작품들이 사랑 받았다.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세계관으로 화제를 모은 ‘보건교사 안은영’이, 드라마 부문에서는 파격적인 소재와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선보인 ‘인간수업’이 각각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액션과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여성 캐릭터를 주연으로 제작된 콘텐츠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액션에서는 샤를리즈 테론 주연 영화 ‘올드 가드’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걸그룹 블랙핑크의 여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의 인기가 높았다.
리얼리티 장르에서는 데이팅 리얼리티 쇼 열풍에 뜨거운 불을 지폈던 ‘투 핫!’이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다.
해당 작품들은 넷플릭스가 2020년 공개하고, 현재까지 스트리밍 중인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작품 최초 공개 이후 첫 28일 동안 콘텐츠 시청 현황을 기준으로 집계됐다.
한국 시장에서 급성장한 글로벌 OTT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킹덤X전지현 시너지, 외전→시즌3에 쏠린 관심
내년에 가장 주목 받을 K-콘텐츠로는 단연 김은희 작가의 ‘킹덤’ 시리즈가 손꼽힌다.
올해는 시즌2가 해외 영화 매체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달성하며 전작의 호평을 뛰어 넘은 가운데 전지현의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해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다.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시즌3에 앞서 프리퀄 ‘킹덤 외전’(가제)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킹덤2’는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 왕권을 탐하는 혜원 조씨 일가의 탐욕 아래서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 왕세자 창(주지훈 분)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는 현실 위기 상황과 오버랩 되며 보다 생생한 공포와 몰입감을 선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외전'은 아신의 전사(前史)가 주된 이야기. 좀비가 창궐한 조선 시대에서 아신이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어떤 인물로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폰은 ‘킹덤1’을 연출했던 김성훈 감독이 잡고, 영신(김성규)을 비롯해 시즌 1, 2에서 이미 사망한 캐릭터 역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제작진과 배우들이 자신한 대로 ‘킹덤’에서 던진 떡밥이 ‘시즌2’에서 모두 회수돼, 시즌3를 위한 새로운 떡밥과 새 인물이 등장한 가운데 ‘외전’으로 시리즈의 완성도는 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는 약 8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적으로는 2억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토종 OTT에 비해 압도적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넷플릭스 내 K-콘텐츠의 인기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코로나가 휩쓴 올해 K-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로 알려졌으나 넷플릭스 의존도가 과도할 경우, 자칫 한국의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의 제작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토종 OTT의 글로벌 지향 분발이 필요한 이유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