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클릭] 맹크 | 넷플릭스, ‘약속의 땅’ 될 수 있을까 | |
기사입력 2020.12.14 22:54:51 | 최종수정 2020.12.14 22:55:26 |
데이빗 핀처 감독의 신작 ‘맹크’는 ‘시민 케인’의 제작 비화를 다뤘다. 1930~194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예술가의 삶을 선명하게 드러낸 이 영화는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를 쓴 허먼 J. 맹키위츠의 실화를 다룬 전기 영화다. 흑백 영화면서 동시에 1930년대 할리우드 상황에 대한 배경 지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다소 진입장벽이 높을 수 있다. 다만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는 수고를 들인다면 ‘맹크’는 어떤 영화보다도 깊은 만족감을 주는 수작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1940년 25세 오손 웰즈(톰 버크 분)가 몇 주 전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한 각본가 허먼 J. 맹키위츠(게리 올드만 분, 이하 맹크)에게 협업을 제안하며 영화는 시작한다. 불과 60일 안에 각본을 써달라는 요구에 응한 맹크는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찰스 댄스 분) 모티프로 주인공을 탄생시킨다. ‘시민 케인’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가 묘사하는 것은 맹크가 살아온 처절한 1930년대 모습이다. 신랄한 사회 비평가이기도 했던 맹크는 1930년대 할리우드에 온갖 독설과 비판을 늘어놓는다. 이 비평가의 눈에 비친 1930년대 할리우드는 온갖 부덕과 악의 온상이다. 유성 영화 시대를 맞아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제작사들은 직원 임금을 반으로 삭감하는 만행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고 정부와 결탁해 프로파간다를 생산한다. 이런 맹크의 비판이 1930년대를 넘어 현대까지 다다른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영화는 여전히 자본에 종속돼 있고 거대 제작사는 여전히 타락했으며, 과거보다 나아지기는 했어도 예술이나 창의성보다 ‘흥행’과 같은 상업적인 목표가 우선시된다. 데이빗 핀처가 맹크의 입을 빌린 셈이다. 시대는 흘렀지만 세상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고 할리우드는 오늘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지 모른다. 영화의 장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배우들 연기는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다. 맹크를 연기하기 위해 살을 찌웠다는 게리 올드만은 그가 왜 명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매리언 데이비스 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역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1930년대 시대적 분위기, 고뇌 그리고 빛과 그림자의 강렬한 대비가 그려내는 할리우드의 명암 등 흑백 영화가 지닌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영화기도 하다. 데이빗 핀처는 넷플릭스를 일컬어 ‘창작의 자유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맹크’ 역시 흑백 영화라는 이유로 오랜 시간 제작되지 못한 채 표류했다. 넷플릭스 그리고 OTT는 영화가 나아갈 새로운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을까. 극장의 종언을 말하는 이 어두운 시대에 ‘맹크’를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8호 (2020.12.16~12.22일자)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