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법 시행②] 글로벌CP ‘망 무임승차’ 사라질까?
2020.12.10 10:13:16 / 권하영 kwonhy@ddaily.co.kr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CP에게도 인터넷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의무를 지우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10일 시행됐다. 글로벌CP들은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지만 네트워크 안정성을 비롯해 이용자 보호에는 소홀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이번 시행령 개정의 의미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으로 꼽히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10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망품질 유지 의무를 지도록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년도말 3개월간 하루 평균 국내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데이터트래픽 양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대상이다.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5개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를 위한 조치와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단말이나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별 차별 없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기술적 오류 및 과도한 트래픽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트래픽 양 변동에 대비해 ISP나 CDN 등 관련 사업자와 협의하고, 트래픽 경로 변경을 할 때는 기간통신사업자에 사전통보를 해야 한다.
이로써 통신업계는 국내에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대형 CP에 망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그간 글로벌 CP들은 품질 저하와 속도 지연 등 이용자 피해를 초래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2016년말 망 이용대가 협상을 앞두고 접속 지연 사태를 일으킨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본질적으로는 글로벌 CP에 망 이용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ISP에 망을 이용하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지만, 글로벌 CP들은 막강한 협상력 우위를 내세워 망 이용대가를 외면해왔다. 페이스북 정도가 소액의 망 사용료를 내는 것 외에, 구글이나 넷플릭스는 한푼도 내지 않아 ‘망 무임승차’ 논란이 일었다. 특히 넷플릭스는 이와 관련해 국내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에 소송을 제기해 법적 공방까지 벌이는 중이다.
그동안 글로벌 CP들은 망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ISP에 있으며, 따라서 망 이용대가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CP들의 망품질 유지 의무가 명확해졌으므로, ISP 입장에서는 이를 근거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글로벌 CP의 실질적인 망 이용대가 지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개정안이 이들 사업자의 망품질 유지 의무를 명시하긴 했지만, 망 이용대가를 강제하는 내용은 없다. CP에 부과하는 망 안정성 관련 기술적 조치 등의 경우 필요시 ISP와 자율적으로 협의하도록 해 사실상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와 서비스 제휴를 맺고 있는 곳은 국내에서 KT와 LG유플러스 두 곳이다. 가장 먼저 손잡은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캐시서버를 통해 네트워크 트래픽을 관리해왔으며, KT는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협상을 진행했으나 큰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은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확정되면 망 이용대가를 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양사는 차후 망 이용대가 협상에 있어 이번 개정안의 역할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돼도 현실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받아내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사업자간 자율 계약의 영역이어서 결국 협상이 안 되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국내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대신 자사 캐시서버를 제공해주겠다는 이른바 ‘오픈커넥트’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돼도, 넷플릭스는 이를 앞세워 망 이용대가 협상을 피할 공산이 크다. 넷플릭스는 그러나 오픈커넥트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미 국내에서 잦은 접속장애를 일으킨 바 있다. 국내 ISP들이 캐시서버에 대해 보완책일 뿐 근본대책은 아니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다만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넷플릭스와의 소송 결과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글로벌 CP가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판례가 적시되면, SK브로드밴드는 물론 다른 ISP들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망 이용대가 부과를 ‘정당하고 일반적인 거래 행위’로 인정한 판결이 나온 이후에야 글로벌 CP들이 현지 ISP들과 협상에 나선 사례가 적지 않다.
넷플릭스는 “망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ISP 몫”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망품질 유지를 위한 투자와 비용은 모두 국내 ISP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양사는 지난달 30일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으며, 내년 1월 2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