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전종서→중전 김혜준”…2020 넷플릭스를 빛낸 무서운 신예들
SC초점
신예들의 재발견.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의 가장 큰 성과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려워졌던 2020년. 집콕족들의 허한 마음을 채웠던 일등공신은 단연 넷플릭스다. 코로나19로 쓸쓸해진 집콕족들을 기다려왔다는 듯 올해 넷플릭스는 대중과 평단의 재미를 모두 사로잡은 한국의 웰메이드 오리지널 작품을 연이어 내놨다. 특히 오리지널 작품 속 신예 배우들의 대활약이 그야말로 눈부셨다.
▶'콜' 전종서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를 택한 스릴러 영화 '콜'은 공개되자마자 '최고의 스릴러'라는 극찬을 이끌고 있다. 특히 극중 한국영화 역사상 찾아보기 힘들었던 희대의 여성 살인마 영숙 역을 맡은 전종서에 대한 대중과 평단의 반응은 뜨겁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으로 데뷔해 고작 데뷔 3년차를 맞이한 전종서의 연기는 놀라웠다. 등장만으로도 공기의 흐름을 바꿀 정도. 극 초반 서연(박신혜)과 정서적 공감대를 쌓으면서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다 어느 순간 돌변해 무시무시한 여성 살인마로 변모하는 모습을 소름끼치게 연기했다. 단언컨대 '콜'의 전종서는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여성 빌런의 탄생이다.
▶'보건교사 안은영' 송희준
정유미, 남주혁 주연의 독특한 판타지 액션 '보건교사 안은영'은 고등학교가 배경인 만큼, 신선한 신예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하지만 그중 대중의 눈길을 끌었던 건 단연 옴잡이 역의 송희준이다.
옴잡이는 '재수가 옴 붙는다'는 말에 나오는 '옴'을 먹어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는 존재. 그 어떤 영상 콘텐츠에서 단 한번도 그려져 본 적 없는 그야말로 '미지의 존재' 옴잡이를 고등학생 몸을 빌려 작품 속에 탄생시켰다. 매번 스무살에 죽고 다시 태어나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이나 언어 표현력이 적어 자칫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밋밋하지 않게 그려냈다. 마치 세상에 방금 태어난 신생아 같은 순수한 호기심을 가진 모습을 설득력있게 표현했다.
▶'킹덤' 김혜준
올해 공개돼 전 세계를 K좀비 열풍으로 이끈 '킹덤' 시즌2에서 악랄한 중전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긴 김혜준. 시즌1에서 연기력 논란으로 마음 고생을 했던 그였기에 시즌2에서 보여준 그의 놀라운 연기는 더욱 임팩트가 컸다.
확 늘어난 분량의 시즌2에서 그는 철저한 빌런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시즌1부터 내내 악의 중심 축 역할을 했던 아버지 조학주(류승룡) 대감의 카리스마를 뛰어넘으며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줬다. 어린 나이의 여성이라는 조선의 시대적 한계로 인해 악으로 승화하게 된 중전의 캐릭터를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해내며 배우 김혜준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인간수업' 김동희, 박주현, 정다빈
10대 고등학생을 내세운 파격적인 범죄 스릴러이자 2020년 희대의 문제작 '인간수업'은 그야말로 신예 발굴의 장이었다. 'SKY캐슬'에서 다른 젊은 배우들에 비해 상대적은 적은 분량과 존재감을 보여줬던 김동희는 주인공 지수 역을 맡아 극찬을 이끌어 냈다. 겉으로는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택한 인물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인간수업'으로 대중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게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박주현은 '인간수업' 공개 이후 온라인에 쏟아진 "도대체 이 배우 누구냐"는 네티즌들의 극찬 리뷰 속 주인공이었다. 겉으로는 활발한 우등생이었지만 집에서는 부모로부터 강하게 압박을 받아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여고생 규리 역을 맡은 그는 강단있게 지수(김동희)를 뒤에서 조정하거나 일진 기태(남윤수)에게도 기죽지 않는 모습으로 '인간수업' 최고의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귀엽고 깜찍한 외모로 SF 속 아이스크림 소녀로 유명한 정다빈은 '인간수업'을 통해 100% 다시 태어났다. 사랑스럽고 귀여움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돈과 남자친구의 관심을 위해 성범죄에 가담하게 된 서민희 역을 맡아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겉으로는 강하게만 보이지만 유약하고 불안정한 10대의 모습을 세심하게 그러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