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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극장시대’ 125년… ‘넷플릭스와 공존’을 택하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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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0.12.08 11:06 1,38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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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시대’ 125년… ‘넷플릭스와 공존’을 택하다 

게재 일자 : 2020년 12월 08일(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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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갈수록 심화하고 장기화하면서 영화계는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대로 가면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하는 전통적 방식도 사라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극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존에서 영화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도 한다. 사진은 왼쪽부터 ‘원더우먼 1984’ ‘맹크’ ‘힐빌리의 노래’ ‘서복’ ‘승리호’ ‘콜’.



■ 세계 코로나 대유행… 영화계도 지각변동

넷플릭스 가입자 330만명 돌파… 극장 관람객은 6분의1 토막
‘승리호’ · ‘콜’ · ‘차인표’ 등 국내영화들 잇따라 극장상영 포기
‘원더우먼 1984’ · ‘힐빌리의 노래’ 등 해외도 잇단 ‘변칙 개봉’
지상파·제작사 등 콘텐츠 업계는 협업 통해 넷플릭스에 대항


극장 영화 시대는 이대로 종말을 고할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한 수준으로 장기화하면서 영화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8일 0시부터 수도권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하는 등 상황이 더 악화하자 극장가엔 무서운 정적마저 감돈다.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 12월 프랑스 파리의 그랑 카페(극장)에서 세계 최초의 영화를 상영한 이후 125년 만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극장과 넷플릭스, 반비례 성장

극장 영화 시대의 퇴조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급속한 성장과 정확히 반비례하고 있다. 국내 OTT 최강자인 넷플릭스는 지난 9월 기준으로 가입자 수 330만 명을 넘었다. 2016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3년여 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고, 여기서 3배가량 성장하는 데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반면, 극장 관람객 규모는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2014년 연간 관람객 수 1억 명을 돌파한 후 2019년까지 유지됐으나 올해엔 그것의 6분의 1 수준인 1835만 명 정도로 내려앉았다. 유례가 없는 감소다.

극장 수입이 급감하면서 영화 제작사들은 전통적 개봉 방식을 벗어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승리호’ ‘콜’ ‘차인표’ 등이다. 이 영화들은 극장 개봉을 아예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갔다. 지난 3월 ‘사냥의 시간’이 처음 넷플릭스와 만났을 때만 해도 영화계 안팎에선 찬반 여론이 들끓었으나 이후 유사 사례가 이어지면서 반대의 목소리가 부쩍 사그라들었다.

‘극한직업’으로 1000만 관객 흥행을 경험하고 ‘차인표’로 넷플릭스와도 인연을 맺은 김성환 어바웃필름 대표는 “한국 영화가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는 지금, ‘차인표’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더 많은 관객에게 닿을 수 있게 돼 되레 고무적”이라며 “새해 첫날 공개되는 만큼 모든 분이 웃음 가득한 한 해를 시작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디즈니·워너 ‘변칙 개봉’의 셈법

해외에서도 OTT 플랫폼을 우선시하는 ‘변칙 개봉’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브러더스가 ‘원더우먼 1984’를 미국에서 극장과 자사 OTT인 HBO맥스에 동시 공개하기로 했다. 국내엔 HBO맥스가 진출해 있지 않아 이달 말 극장 개봉하지만, 미국에선 코로나19 장기화를 고려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앞서 디즈니가 이런 방식을 먼저 시도했다. 지난 9월 실사 애니메이션 ‘뮬란’을 극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자사 OTT인 디즈니플러스에 스트리밍으로 제공했다. 2억 달러라는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을 OTT에 돌리는 것만으로 수익성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디즈니는 사전조사를 통해 제작사와 시청자(관람객)가 ‘윈윈’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예를 들어, 디즈니플러스의 월간 기본 구독료는 6달러99센트다. 하지만 ‘뮬란’을 보기 위해선 추가로 30달러를 더 내야 한다. 언뜻 보면 시청자로선 불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사전조사의 결과는 의외였다. 디즈니플러스의 전체 가입자 약 6000만 명 중 15%(900만 명)는 ‘뮬란’을 보기 위해 추가로 구독료를 지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극장에 가면 입장료 외에도 식음료비, 주차비 등이 더 필요한데 30달러면 충분히 받아들일 만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디즈니로서도 30달러씩 900만 명이면 2억7000만 달러다. 양쪽 다 손해 보지 않는 구조다.

◇넷플릭스 종속인가, 상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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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영화를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는 방식도 진행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중순 ‘힐빌리의 노래’ ‘맹크’ 등을 극장 개봉한 후 잇따라 자체 플랫폼에도 공개했다. 기존에 수개월씩 걸리던 ‘홀드백’(극장에서 개봉한 영화가 다른 플랫폼으로 유통될 때까지 유예되는 기간)을 2주일로 줄이고 극장과 OTT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공략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플랫폼의 경계마저 무너뜨리고 영향력을 무한 확대하자 영화 산업이 넷플릭스에 종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넷플릭스가 영화시장에서 극장과 투자배급사에 비해 훨씬 강력한 구매자로 활동하면서 결국엔 계약 가격도 하향 평준화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이번 한국 넷플릭스 영화 공개와 더불어, 향후 자체 제작 작품을 비롯한 한국 영화의 매력을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전 세계에 소개해 나갈 계획”이라며 ‘상생’의 의지를 강조했다.

◇경계는 무너지고, 플랫폼은 진화

그러나 넷플릭스의 기세에 대항해 ‘반대편’ 진영에서 서로 뭉치고 변화하는 것은 긍정적 효과로 비친다. 벼랑 끝에 몰린 극장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고 지상파는 너 나 할 것 없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극장들은 뮤지컬·클래식·오페라 등의 공연을 스크린에 올리고 있다. 스포츠나 게임의 중계방송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벤트 성격이 강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다. 심지어 TV 드라마를 방송에 앞서 극장에서 먼저 상영하는 사례도 나왔다. CJ CGV는 9일 권유리·현우 주연의 미니드라마 ‘이별유예, 일주일’을 극장에서 147분짜리 영화 버전으로 선보인다. 드라마의 전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보여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봉 후에는 30분 내외의 10부작으로 쪼개 OTT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지상파는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 협업한다. KBS는 2일부터 방영하고 있는 수목극 ‘바람피면 죽는다’를 웨이브에서도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SBS는 뉴 아이디와 손잡고 유럽 지역 LG 스마트 TV에 ‘채널 SBS’를 론칭했다. 또 MBC는 다국적 미디어 기업인 디스커버리채널코리아와, CJ ENM은 현대백화점의 패션 전문 기업 한섬과 콘텐츠를 공동으로 기획·제작하기로 했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콘텐츠나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비롯하고 있다.

‘해운대’ ‘국제시장’ 등 1000만 관객 흥행의 윤제균 감독은 이런 위기 국면에서도 영화와 극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많은 사람이 OTT로 영화를 보는 시대가 왔고, 극장에 가는 게 일상적이지 않은 시대가 올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저는 한국 감독들에 대한 믿음이 있다. 그들은 관객이 극장에 안 가고는 못 배기는 영화를 만들 것이다. 또 지금 당장은 극장에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것이므로 이런 상황만 개선되면 충분히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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