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이야기하는 ‘지금’[내가 만난 名문장]
“지금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지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모든 물리학 지식을 손에 넣었다.”
―리처드 뮬러, ‘나우: 시간의 물리학’ 중
이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경이로움보다 공포에 가까웠다. 마치 신비주의를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던 사람이 갑자기 얼굴을 만천하에 드러내게 된 상황과 비슷했다. 웹툰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시간이라는 소재는 과학보다는 상상에 가까운 영역이었는데, 무려 ‘모든’ 지식을 획득했다고 선언하다니. 나는 멈춰 있는데 과거가 나를 지나쳐 빠르게 미래로 달려 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감정을 보다 확장시켜 보면 ‘왜 지금 우리의 콘텐츠는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30년 전 우리는 2020년에 원더키디가 아빠를 찾아 우주로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래는 현재가 되고 원더키디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화성에 인류를 보낼 준비를 하는 지금, 이제부터 30년 후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예언적’인 작품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콘텐츠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미래에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를 상상하고 검토하고 경고하는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블랙미러’는 인간의 정신을 디지털로 복제하거나 인간이 디지털 세계에 남겨놓은 기록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만들었을 때 그 존재의 인권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미래에 대해 친절하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준비 없이 미래를 ‘지금’으로 맞이하게 됐을 때 개인은 소외감을 느끼고 사회에는 긴장감이 팽배해진다. 콘텐츠의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다.
박정서 다음웹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