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디즈니+ 한국 진출, 왜 늦어질까
2020.12.01 12:23:41 / 권하영 kwonhy@ddaily.co.kr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얼마 전 마블 히어로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슬퍼할 만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신흥강자로 불리는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 무산설입니다. 한국 사업을 개시하기 위해 추진해온 국내 통신3사와의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는 것인데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로 보여집니다.
일단 통신3사는 디즈니플러스를 유치하기 위해 여전히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 통신사들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협의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통신사들은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진출에 상당히 소극적이라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 과도한 조건을 요구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여러 조건 중에 주된 쟁점은 망 사용료일 겁니다.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인 통신사들은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망 이용대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문제는 해외 대형 OTT 플랫폼일 경우 협상력 우위를 앞세워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으려 한다는 점입니다. 넷플릭스도 그래서 국내 통신사와 소송까지 치르고 있습니다.
잠시 넷플릭스를 떠올려볼까요. 사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을 때도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당시 넷플릭스가 암묵적으로 불공정 계약 조건을 내밀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LG유플러스와 KT가 순서대로 넷플릭스와 손을 잡게 됐지만, 처음엔 SK텔레콤에 제휴 제안이 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미디어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거절했다고 하니, 과연 어느 정도일지요.
다시 디즈니플러스로 돌아와서, 통신사들이 골머리를 앓는 이유가 짐작이 갑니다. 왜냐하면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보다도 더 협상에 유리한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둘은 글로벌 OTT 공룡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지만, 실제 시장 전략에는 차이를 보입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세계 각지에서 여러 사업자들과 콘텐츠 공동제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디즈니플러스는 철저히 월트 디즈니의 자체제작 콘텐츠 위주로 서비스를 합니다. 전세계 수억명의 팬덤을 거느린 지식재산권(IP) 경쟁력이 있으니, 구태여 국내 사업자와 손잡고 콘텐츠 현지화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디즈니플러스 입장에서는 어느 통신사와 협력할 것인지 느긋하게 저울질을 하면 됩니다. 이미 디즈니플러스가 너무 잘 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해 11월 북미 시장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자마자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하더니, 지금은 전세계 70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OTT 선두주자라는 넷플릭스가 8년이 걸린 수치를 1년 만에 달성했으니, 그 잠재력이 어마무시합니다.
일각에서는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협력사 후보 자리를 놓고 KT와 LG유플러스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그중에서 LG유플러스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한때 나오기도 했습니다. 북미시장 TV 강자인 LG전자가 자체 디지털 플랫폼 ‘LG채널’에 디즈니플러스를 기본탑재했고, LG디스플레이 또한 월트디즈니 자회사와 OLED 기술협력을 하고 있다는데요. 자연히 관계사인 LG유플러스와의 시너지도 점쳐지는 대목입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디즈니플러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걸까요?
어쨌든 디즈니플러스 입장에서도 굳이 한국 시장을 피해갈 이유는 없습니다. 업계에선 내년 1~2분기에는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서비스를 개시하지 않겠냐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4’가 나오는데요. 이와 결합한 드라마 시리즈 ‘완다비전’ 등이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아마 이러한 신규 콘텐츠 출시 시점에 맞춰 한국에서도 디즈니플러스를 만날 수 있을 듯 합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