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정말 한국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통신3사 "협상 결렬설 사실무근, 계속 진행 중"
- 박정훈 기자
- 입력 2020.11.24 17:21
- 기자명 박정훈 기자
- 입력 2020.11.24 17:21
출처= 디즈니플러스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디즈니의 OTT(온라인 영상 송출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이하 디즈니+)’의 한국 진출이 국내 통신 업체들과 디즈니의 협상 결렬로 좌절됐다는 한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디즈니+를 기다리는 국내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과 다르다. <이코노믹리뷰> 취재 결과 국내 통신 3사는 여러 방면으로 디즈니와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디즈니+의 한국 사업은 다양한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이야기가 길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어떤 문제들이 얽혀 있을까.
통신 3사 “협상, 진행 중”
디즈니와 국내 주요 통신사들은 디즈니+의 한국 사업 진출과 서로의 협업에 대해 계속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 논의에서 각자가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는가는 정확하게 공개되지는 않았다. 국내 “협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디즈니+에 대한 주요 통신사들의 현 상황 입장은 모두 같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디즈니와의 협상에서 확정된 내용은 없으며, 계속 서로 간의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KT관계자는 “우리의 기본적 입장은 고객들이 원하는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그간 디즈니와는 IPTV 콘텐츠 제공 등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 왔으며, 앞으로 더욱 발전적인 관계가 되기 위해 계속 디즈니+ 관련해서도 디즈니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 역시 “디즈니와의 협업과 관련해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의 영향력이 막강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감안하면 OTT와 통신사의 협조는 서로에게 ‘윈-윈’이다. OTT들은 국내 통신사업자들과 제휴함으로 각 통신사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장기 고객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마케팅도 더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OTT 서비스와 콘텐츠들을 자사의 방송(IPTV), 통신(스마트폰) 서비스와 결합시켜 고객들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OTT 기업 넷플릭스가 KT와 LG유플러스의 IPTV·모바일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디즈니 역시 넷플릭스와 같은 형태로 국내 통신사업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디즈니+ 서비스를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망 사용료’ 논란
그러나 외국계 OTT의 한국 사업에는 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난제(難題)가 있으니 바로 ‘망 사용료’ 문제다. 망 사용료란 국내 통신사들이 구축한 통신망에서 트래픽을 발생시켜 수익을 올리는 주체들에게서 통신사들이 받는 일종의 플랫폼 이용요금이다. 각 통신사의 통신망을 활용하는 국내 기업들은 수익 중 일부를 망 사용료로 통신사에 납부하고 있다. 문제는 외국계 기업들은 국내 통신사들에게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 문제로 법정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현재 넷플릭스가 진출한 그 어느 국가에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기에 한국에 특별히 내야 할 이유는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넷플릭스는 버라이즌, 타임워너케이블, 컴캐스트, AT&T 등 미국의 통신 업체들에게 망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다”라면서 “국내 통신망에서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 시킴으로 막대한 수익과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음에도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사업자들과 달리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고 있지 않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 측의 주장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법정 공방 역시 계속 길어지고 있다.
디즈니 역시 단기간 내 한국에서 OTT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망 사용료 문제를 마주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바로 이 점이 디즈니와 통신사들의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한 가지의 이유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관점’ 차이
잡음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넷플릭스는 통신사들과의 협업을 이끌어냈고 국내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련의 논란으로 인한 일종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한국 콘텐츠들을 확보해 넷플릭스의 해외 플랫폼에도 공급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이러한 관점은 넷플릭스가 국내 기업들과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의 투자로 현재 한국 사업에서 약 8000억원 정도의 누적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는 수치로 잘 드러난다.
그러나 디즈니+의 관점은 다르다. 디즈니는 철저하게 월트 디즈니의 자체제작 콘텐츠를 해외에 판매하는 ‘세일즈’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무리하게 콘텐츠의 현지화를 하지 않아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등 전 세계에 수억 명 이상의 마니아들을 보유하고 있는 메가 콘텐츠를 보유하고 디즈니의 자신감은 넷플릭스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극단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디즈니에게는 어떤 면에서 한국 사업은 필수가 아닌 선택적 사항이 될 수도 있다. 글로벌 콘텐츠 업계에서 디즈니가 차지하고 있는 입지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통신사들 앞에서 디즈니는 유리한 입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이 점 역시 디즈니와 국내 통신사들의 협의가 ‘길어지는’ 이유들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디즈니+ 내년 중 한국 서비스 시작 예상
디즈니는 디즈니+의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 진출 시에 예정된 일정들을 거의 모두 지켜왔다. 한국 서비스 시작 예정 시기는 2021년이다. 즉,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디즈니는 자사의 OTT를 한국에서 선보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각에서는 이미 디즈니와 국내 ‘한 통신사’와의 협의를 꽤 진전시켰고, 그 결과물이 멀지 않은 시기에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디즈니 콘텐츠에 대한 국내의 선호도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압도적인 것을 감안할 때 디즈니가 한국을 디즈니+를 사업 영역에서 배제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면서 “국내 한 통신사는 ‘여러 가지 이유로’ 디즈니가 제안한 조건을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통신사와의 협상 결렬 가능성도 여전하고, 디즈니+가 자체 로드맵을 가동할 수 있다. 다만 디즈니+ 단독으로 제공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4’의 드라마들을 기다리는 국내의 수많은 팬들과 콘텐츠 업계의 이목은 약속의 시간인 2021년에 집중돼있다. 과연 이 열기에 디즈니는 제 때에 화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