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으로 바뀐 인생...'콜'의 무서운 상상력
이선필
20.11.24 17:24최종업데이트20.11.24 17:25
▲ 영화 <콜>의 공식 포스터. ⓒ 넷플릭스
시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른바 '타임슬립' 소재는 그 자체로 마니아층이 있을 정도다. 드라마와 영화, 혹은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여러 캐릭터들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우리에게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27일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로 전 세계 동시 공개되는 영화 <콜>은 태생적으로 타임슬립물에 가까우면서도 스릴러 장르 요소를 더한 이종결합의 산물이다. 드라마나 서사성이 강했던 한국 상업 영화의 최근 흐름을 대표하는 장르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0년의 시차, 즉 1990년대와 2010년대를 살아가는 두 여성이 무선 전화 하나를 가지고 서로의 운명을 뒤바꾸게 된다는 설정은 우선 그 자체로 장르 영화 팬들의 구미를 당긴다.
공식 공개에 앞서 국내 언론에 먼저 공개된 <콜>은 빠른 속도감과 간결하고도 분명한 플롯 전개가 특징이다. 1990년생으로 단편 <몸값>을 찍은 후 상업영화 데뷔작을 찍게 된 이충현 감독의 개성이 십분발휘 된 결과물로도 볼 수 있다. 원신원컷으로 내리 14분을 집중시킨 그는 <콜>을 통해 인간의 내면 감정과 선택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연결되었지만 상반된 기질의 두 여성
통신수단 중 하나인 전화는 기본적으로 동시대성, 일대일 소통, 정보 전달 등을 전제로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통화 대상자는 원칙적으로 일대일로 연결되고,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콜>은 시골 마을 외딴집이라는 공간을 공통분모로 해놓고 동시대성을 뒤튼다.
1990년대를 사는 영숙(전종서)과 2010년대를 사는 서연(박신혜)이 전화를 통해 서로의 상황을 알게 되고, 자신들의 선택이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두 인물 모두 가족에게 안 좋은 감정을 품고 있고, 어떤 아픔이 있기에 서로 동질감 또한 쉽게 느끼게 된다.
▲ 영화 <콜> 스틸 컷 ⓒ 넷플릭스
이 지점에서 파국이 시작된다. 불안정한 정신 상태에서 폭주하게 되는 영숙은 연쇄살인마가 되고, 서연은 그런 그에게서 벗어나야 하는 운명이 된다. 과거의 선택이 미래를 바꾼다는 설정으로 서연은 수세에 몰린다. 동시에 미래에 이미 벌어진 정보를 조합해 영숙에게 일종의 반격을 가하기도 한다.
<콜>은 서사의 복잡다단함을 택하는 대신 두 캐릭터의 공격과 반격, 수비에 집중한다. 정서적 교감과 대립이 일종의 정반합이 돼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식이다. 사건과 사고, 그에 따르는 정보를 제공하다가 어떤 반전을 꾀하지 않고 설정 자체에 기대서 두 인물을 대립시키는 격이다.
이런 단순함은 사실 개연성 면에서 약점으로 잡히기 쉽다. 오히려 <콜>은 정보를 흘리거나 인물의 서사를 애매하게 품는 대신 과거와 현재의 대결로 압축시킨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영화가 태생적으로 가질 법한 약점을 가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전화 통화가 주요 수단이기에 사운드와 인물의 미세한 연기가 중요하다. 애초 올해 3월 극장 개봉을 노리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룬 뒤 결국 넷플릭스를 택한 제작사와 투자배급사의 선택은 아쉬울 수 있다. 두 인물이 처하는 상태에 따라 변화를 준 색감과 사운드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선 다소 제약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군데군데 잔인한 장면이 나오기에 식사나 여타 외부 상황에 신경 써야 하는 상태의 관람은 피할 것을 권한다. 1시간 10여 분가량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상태에서 관람해야 그나마 극장 스크린에 버금가는 감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영화 <콜>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영화 <콜> 관련 정보 |
연출: 이충현 출연: 박신혜, 전종서, 김성령, 이엘, 오정세 제작: 용필름 제공: 넷플릭스 러닝타임: 112분 공개: 2020년 11월 2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