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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매경춘추] 필터버블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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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0.11.24 07:11 1,34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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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필터버블

  • 입력 : 2020.11.24 0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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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옮긴 후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다. 평소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통해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내곤 하지만, 간혹 내 취향이 아닌 음악을 틀어놓거나 보지도 않는 드라마나 영화를 틀어놓는 것이 그것이다.

부산으로 내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나는 서울 집의 넷플릭스 화면 구성이 부산의 그것과 천양지차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영화를 전공하는 딸이 간혹 보는 서울의 넷플릭스가 추천하는 목록과 즐길 거리를 찾아 접속하는 내게 넷플릭스는 완전히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일이 있은 이후, 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분석하여 그에 합당한 근삿값을 추천하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vibe, pinterest 등의 콘텐츠를 즐기면서도 어느 순간 이게 정말 내 취향인지를 자문하게 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느꼈을 이런 상황은 내가 내 취향이라고 즐기는 것이 정말 내 취향이라서 취향인 것인지 알고리즘이 지속적으로 유사한 것들을 추천하기에 내 취향으로 형성되어 가는 것인지를 분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비단 취향과 관련된 것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에도 나와 유사한 경향을 갖는 사람들이 함께 모인다. 그곳에는 비슷한 정치, 사회, 문화적 경향의 사람들이 함께 둥지를 틀고 있기에 점차 자신들의 판단을 확신하는 확증편향마저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도를 가진 왜곡, 가짜뉴스의 소통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진다. 기술과 매체가 발달할수록 우리는 사람들 간 소통이 원활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나와 유사한 종류의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발달은 나와 취향이나 성향이 다른 사람,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은 아예 필터 버블 밖에 존재하게 함으로써 그 존재 자체를 망각하게 하고, 내가 믿고 싶고 보고 싶은 것만을 볼 수 있게 한다. 더 나아가 그것이 옳을 뿐만 아니라 전부라고 믿게 한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이번 미국의 대선 정국을 통해 둘로 갈라진 미국으로 드러났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누구인지 헷갈리는 순간, 아니 그 이전에라도 알고리즘을 교란시킬 필요는 충분하다. 그 교란의 장치는 크지 않다. 조금은 귀찮더라도 내가 자주 보는 매체 외의 다른 성향 매체에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를 살피고, 때로 내 취향이 아닌 것을 살피려는 노력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려는 시도, 그리고 그들도 나와 같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필터 버블에 잡혀 안주할 수는 없다. 데미안의 싱클레어처럼 스스로 자신을 옥죄는 버블을 깨고 나와야 한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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