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극장을 떠난 영화 ‘승리호’의 미래가 궁금하다!
입력 : 2020-11-21 14:00:00
코로나19 상황 속 극장 개봉 대신 넥플릭스 행(行) 택해
처음엔 극장만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러나 TV, 비디오가 등장하고 인터넷 기반 OTT 업체, 플랫폼 등이 등장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은 많아졌다.
그런데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예상 못 한 상황에 떠밀려 영화를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되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현재 전 세계 영화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해 거의 닫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화 상영이 완전히 중단된 적은 없지만,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보고’에 따르면, 올 상반기 극장 관객 수가 작년 대비 70.3%가 감소한 상황이다.
월 1~2회 정도는 극장을 찾던 필자도 어느덧 다른 방식의 영화 보기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그러나 개봉을 기다리던 영화를 예정대로 보지 못하는 건 너무나 아쉽다.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도 기다린 지가 좀 됐다. 감독이 조성희이고, 출연 배우가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이라는 점, 한국영화로서는 낯선 SF영화라는 점 등은 제작 소식이 들려오던 때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개봉이 계속 미뤄졌다. 처음 예정됐던 여름 개봉이 가을로 미뤄지더니, 조만간 다국적 OTT 업체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발표됐다. ‘승리호’가 극장을 떠나게 된 것이다. 그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승리호’같은 대규모 영화의 넷플릭스 행(行) 소식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한국 영화산업이 극장 매출에 의존하는 비율이 2019년 기준 76.5%에 달하다 보니(세계 비율 42.5%, 미국 비율 31%), 극장 관객 감소 즉 극장 매출 감소는 치명적이다. 극장 대신 관객을 만나고, 매출을 낼 수 있는 대안 창구가 거의 없는 셈이니 말이다. 그 결과 개봉 예정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고, 제작 중이던 영화가 제작을 중단하고 있다.
‘승리호’는 내년 개봉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공개를 선택했다. 장단점은 있다. 어쨌든 관객들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 특히 넷플릭스의 확장성 덕에 국경을 초월한 다양한 관객들이 동시에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마냥 미뤄지고 있던 제작비 회수가 시작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반면, 관객 입장에서 극장 관람보다는 몰입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관람 환경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와의 계약 방식에 따라 제작사 측이 큰 수익을 내긴 어렵다는 점이 분명 아쉬운 부분일 거다. 물론 흥행을 예측하긴 어려워서 넷플릭스 행이 더 손해인지 이익인지 장담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볼 때 극장 매출 의존도가 낮아지고, 매출 창구가 다양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특정 OTT 업체 의존도가 높아지는 건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차원의 스크린 독과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를 포함해 다양한 OTT 중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게 현실이기도 해, 마땅한 해결안이 없는 것도 문제다.
과연 ‘승리호’의 넷플릭스 행은 어떤 변화를 끌어낼까? 새로운 협력과 확장이 될지, 혹은 또 다른 종속이 될지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얼마나 다양한 관객들이 이 영화를 즐기게 될지, 또 관객들은 얼마나 만족스러운 관람 경험을 하게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승리호’ 속 2092년 지구를 떠난 인간의 미래만큼이나 2020년, 20201년 극장을 떠난 한국영화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사진=㈜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