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왜 볼게 없지?"
[머니S리포트-망 이용료, 왜 안 낼까③] 글로벌 IT공룡 무임승차에 우는 이통사
- 머니S 강소현 기자 입력 : 2020.11.19 05:50
편집자주 인터넷은 각지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장비가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서로 연결되면서 구성된다. 현대 IT의 금자탑은 끝없는 연결로 짜인 이 가상공간 네트워크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월드와이드웹(WWW)부터 모바일 앱과 VoIP 통화까지 모두 인터넷 연결로 사용한다. IT의 발달과 인터넷 생태계의 확산에 따라 망(네트워크) 관련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글로벌 IT공룡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을 장악하며 망 이용 대가 논란이 불거진다. 또 5G 시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면서 망 중립성 원칙이 흔들린다. 망을 둘러싼 케케묵은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글로벌 OTT 대표주자인 넷플릭스는 다수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안방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로이터 |
하지만 국내 업체는 콘텐츠를 확보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콘텐츠가 생명인 OTT 시장 특성상 확장엔 개별 저작권을 계약하기 위한 큰 자본력이 필요하다. 토종업체에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방을 차지한 넷플릭스가 싫지만 적은 아니라는 업계. 국내 토종 OTT 업계를 죽이고 있는 진짜 적은 누굴까.
넷플릭스 구독형모델, 쉽지 않다… 콘텐츠가 모두 ‘돈’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에 상륙해 월정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VOD를 시청할 수 있는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장해 갔다. 실제 넷플릭스의 국내 카드 결제액과 이용자 수는 매월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이 과정에서 건별로 VOD를 결제하는 방식을 표방하던 국내 OTT 업체는 도태되기 시작했다. 국내 OTT 서비스의 원조 격인 ‘곰TV’는 계속된 침체에 최근 여러 사업을 정리하기도 했다. 곰TV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규모 측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고객 친화적 서비스로 대응하고 있다”고 속앓이를 했다.
넷플릭스와 같이 구독형 모델을 구축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진=왓챠 제공 |
OTT 서비스의 경우 크게 두가지 특성으로 분류된다. ‘SVOD(구독형 VOD) only’와 ‘혼합형 SVOD’다. SVOD는 넷플릭스·왓챠와 같은 월정액 구독 형식을 뜻한다. 혼합형 SVOD는 ‘웨이브’(Wavve) ‘시즌’(Seezn) ‘티빙’(TVing)과 같이 월정액 구독료와 콘텐츠 건당 결제를 혼합한 방식이다.
국내 중소 OTT 업체 대부분은 혼합형 SVOD 모델을 갖출만한 콘텐츠조차 확보할 여력도 없는 상황. 특히 중소 OTT는 콘텐츠 권리자의 이용허락 계약에서부터 차별받는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드라마 한편의 저작권을 일정 기간 이용하는 가격이 대형 OTT 플랫폼에 비해 비싼 것이다.
한 중소 OTT 업체 관계자는 “시장논리에 따라 더 많이 팔 수 있는 곳에 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한다는게 납득 안 가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중소사업자는 콘텐츠 비용이 많이 들어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관계자 역시 “중소 OTT 기업의 경우 콘텐츠 권리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기조차 어려워 콘텐츠 확충에 난항을 겪는다”고 부연했다.
경쟁자 넷플릭스보다 더 미운 이통사… 불공정 시장 부추겨
넷플릭스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국내 OTT 업체들의 경쟁력을 더욱 낮췄다는 지적이다. 이통사가 넷플릭스 등 해외기업을 제외하고 국내 OTT 업체에게만 통신망 이용료를 받는 등의 역차별을 해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 OTT 업체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경쟁자지만 적은 아니다.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안 낸다고 해서 배 아플 것도 없고 낸다고 득 보는 것도 없다”며 “진짜 적은 이통사”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망 이용 대가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비싸다고 설명한다. Mbps(초당 메가비트·데이터 전송량을 나타내는 단위)당 9.22달러로 미국(2.16달러)에 4.3배, 유럽(1.28달러)의 7.2배 수준이다. 같은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일본(5.08달러) ▲싱가포르(5.47달러) ▲홍콩(6.31달러) ▲대만(8.84달러)보다 비싸다.
이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이득을 보는 건 이통사가 만든 시장 불공정으로 파생되는 추가적 문제일 뿐”이라며 “소비자와 OTT로부터 모두 돈을 받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배달료를 손님과 업체로부터 모두 받는 꼴”이라고 일갈했다.
망 이용료는 콘텐츠 개발비용 확보도 어려운 국내 중소 OTT기업에겐 더 큰 부담이다. 곰TV 관계자는 “통신망 이용료를 지출하지 않으면 그 비용을 대신 콘텐츠 제작 및 마케팅에 사용할 수 있다. 국내 OTT 플랫폼은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기에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같이 구독형 모델을 구축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진=곰TV 제공 |
“국내 OTT 살리자” 뒤늦게 나선 정부… 결국 경쟁력은 ‘콘텐츠’
정부는 국내 OTT 토종 업체가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뒤늦게 위기의식을 느끼고 국내 OTT 육성 정책을 마련했다. OTT에 대한 최소규제를 추진하고 사업자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콘텐츠 투자재원 확충도 약속했다.
다만 지금까진 제대로 된 지원이 없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지난 6월 정부는 해외에 수출하는 국산 휴대전화에 ‘추천’(큐레이션) 방식으로 웨이브나 왓챠 등을 노출한다는 방침을 발표 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이는 현재 무산된 상황이다. 한 중소 OTT 업계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크게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불리한 국내 OTT 플랫폼에 대해 배려해주면 좋겠다”며 “정부에서 공식 방송채널을 개설할 때도 늘 글로벌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냐”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보다는 국내 OTT 업체가 스스로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기협 관계자는 “단시일 내에 넷플릭스를 이길 수 없다”며 “콘텐츠 특화전략을 세워야 한다. 차별화된 전략을 계속 축척해 나가다 보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넷플릭스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동아시아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확보했다.
인기협 관계자는 “국내 OTT 기업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넷플릭스가 OTT를 독식했다고 판단하기엔 이른 상황이다”라며 “지금은 일단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며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