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도 손 잡는다… 국내 콘텐츠업계 '적과의 동침'
[머니S리포트-망 이용료, 왜 안 낼까②] 국내외 콘텐츠기업들, 이통사에 “망 이용료 비싸다” 한목소리
- 머니S 팽동현 기자 입력 : 2020.11.19 05:45
편집자주 인터넷은 각지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장비가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서로 연결되면서 구성된다. 현대 IT의 금자탑은 끝없는 연결로 짜인 이 가상공간 네트워크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월드와이드웹(WWW)부터 모바일 앱과 VoIP 통화까지 모두 인터넷 연결로 사용한다. IT의 발달과 인터넷 생태계의 확산에 따라 망(네트워크) 관련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글로벌 IT공룡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을 장악하며 망 이용 대가 논란이 불거진다. 또 5G 시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면서 망 중립성 원칙이 흔들린다. 망을 둘러싼 케케묵은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망 중립성 원칙 사수를 위해 국내 인터넷콘텐츠업계에서 연합전선이 형성된다. /사진=로이터 |
뿌리 깊은 망 이용료 역차별 논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부천병)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73.1%를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콘텐츠제공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가 차지하는 비중은 26.9%에 불과했다. 전체 트래픽 발생량은 2016년 274만242테라바이트(TB)에서 올 연말 743만1342TB로 3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렇듯 최근 수년간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서비스가 국내에서 약진하면서 트래픽도 급증하고 있다. 반면 트래픽에 대한 부담은 정작 국내업체만 지고 있다. 네이버는 700억원, 카카오는 300억원 수준의 연간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곰TV나 아프리카TV 등 중소·중견업체도 모두 망 대가를 치르며 서비스한다.
이런 역차별 문제를 두고 국내 CP는 10년이 넘도록 불만을 제기해왔다. 지난해 20대 국회에서 김성수 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내 ISP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CP가 글로벌 CP에 비해 망 이용 단가가 6배나 높았다. 이 때문에 국내 인터넷업계 대표업체인 네이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며 글로벌 선두주자인 구글과 각을 세우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 와중에 일부 ISP는 글로벌 기업 대상 망 이용 대가 문제를 성토하면서도 뒤로는 글로벌 서비스 유치·유지에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자사 이득을 추구하고 경쟁사보다 앞서가기 위함이다. ISP·국내 CP·글로벌 CP 간 삼파전이 혼란스럽게 벌어지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지만 얼마 전부터 CP 사이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 국내 CP와 글로벌 CP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망 중립성 원칙 준수와 망 이용 대가 인하를 함께 주장하며 ISP를 상대로 뭉치고 있다.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도 ISP와 CP로 의견이 갈린다.
이 법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10을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콘텐츠사업자에게 통신망의 품질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초 국회에서 이를 만들 때는 글로벌 CP의 횡포를 방지한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런데 적용 대상이 묘하다. 결과적으로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5개사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법 내용을 살펴보면 ▲하루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전체 트래픽의 1% 이상을 발생시킬 경우 법에서 규정하는 망 품질 책임을 져야 한다. 위 5개사가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기업이다. 하루 이용자 수 100만명과 전체 트래픽 1%라는 기준은 어떤 근거로 책정된 것인지 또 인터넷 연결 원활성 같은 내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CP업계에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CP는 다른 나라에 비해 평균적으로 4~5배가량 높은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면서 “이번 개정안에서 규정되는 망 품질도 주로 기간통신사업자(ISP)에 달린 문제다. 실제로 부가통신사업자(CP)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ISP업계 역시 개정되는 법에 대해 만족스럽진 않은 모습이다. 망 품질 책임을 부과한다고 규정됐지만 망 이용 대가는 마찬가지로 사업자 간 협상에 맡기기 때문이다. 합당한 망 이용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명확한 법적 근거라기에는 부족하므로 결국 현재 상황에서 크게 달라지는 게 없는 셈이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망 이용 대가는 망 중립성 원칙과 별개로 봐야 하며 품질 책임에 따라 사업자 간 협의와 계약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일부 문구에 대해서는 입법예고 기간에 보완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5G 시대, 망 중립성은 어디로?
망 이용 대가뿐 아니라 망 중립성 원칙 역시 5G 시대에 들어와 변화를 맞고 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망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차별 없이 동등하게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2000년대 초반에 제시된 인터넷의 기본 원칙이다.
망 중립성 찬반 논쟁 정리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 그래픽=김민준 기자 |
미국의경우 2015년 오바마 정부 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의해 법적 구속력도 갖게 됐으나 2017년 트럼프 정부에서 해당 규정을 폐지했다. 이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망 중립성 규정이 부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본다. 5G 때문이다. IT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이 망 투자를 촉진하고 5G 고주파 활용에 나서려면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국내 역시 5G 관련 내용을 반영하고자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을 민관 합동으로 추진 중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5G도 결국 콘텐츠가 있어야 생태계가 조성된다.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에는 ISP뿐 아니라 CP 의견도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역시 5G 관련 내용을 반영하고자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을 민관 합동으로 추진 중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5G도 결국 콘텐츠가 있어야 생태계가 조성된다.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에는 ISP뿐 아니라 CP 의견도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팽동현 dh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