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부가통신사업자 신고, 정부 입장 명확히 해야
입력 : 2020-11-09 06:00:00
지난 3일 카카오페이가 3년 6개월간 부가통신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서비스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분기 거래액이 약 18조원에 달하는 페이 서비스가 정부가 정한 사업자 신고를 누락한 채 장기간 영업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는 비단 카카오페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NH농협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롯데카드 등 금융사뿐만 아니라 네이버의 자회사인 스노우부터 당근마켓, 빗썸코리아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곳들도 부가통신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
부가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에게 통신망을 빌려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나 정보처리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뜻한다. 인터넷 쇼핑몰도 대상이다. 대표적인 부가통신사업자로는 네이버·카카오·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등이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자본금 1억원 이상이면 정부에 부가통신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았을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늘어나는 온라인 서비스에 정부는 사용자 보호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최근 개정된 전기통신사업자법, 일명 '넷플릭스법'도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책임 강화를 위해 마련된 것이다. 무더기 무허가 논란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국내 21개 주요 협단체에 관련 사업등록을 위한 절차를 안내했다. 이번 기회에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것이 반드시 필요한 절차일까.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기간통신사업자처럼 허가 절차를 거쳐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자의 자율적 신고가 필요하다. 장기간 미등록 상태여도 이에 대한 고지가 오지 않는다. 심지어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사업자는 신고 면제 대상이다. 사업을 하는 데 꼭 필요한 허가 절차만 완비했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문제가 없다. 때문에 사업자 자신도, 정부도 모르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넷플릭스법 시행을 앞두고 신고 의무에서 벗어난 해외사업자도 신고한 것으로 간주하고 규제를 한다는 입장이다. 등록 여부가 아닌 사업 형태를 보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사업자들은 왜 불편한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 왜 무더기로 '무면허'·'무허가' 사업을 했다는 오명을 써야 하는가.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유지해야 할 절차라면 관련 제도를 정비해 부가통신사업자를 관리해야 한다. 그저 형식적인 신고 과정 중 하나일 뿐이라면 과감히 없애야 한다. 정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행정절차는 규제를 위한 규제일 뿐이다. 사업자와 이용자 혼란을 줄이고 같은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실효성 없는 규제를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배한님 ICT팀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