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무렵,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 보이'를 우연히 봤어요.한류와 사랑에 빠진 계기였지요. 한국은 제 마음속에 아주 특별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소설 '연금술사'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브라질 출신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73)가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이 말했다.
코엘료는 웹툰과 드라마, K-팝 등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와 관련, "지금까지 한국 영화를 100편이 넘을 정도로 많이 봤다. 스크린에서 마주한 서울과 부산 등을 보면서 '실제로 보면 어떨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고 말했다.
코엘료는 집필하는 작품마다 100여개국에서 출간되고, 각국 베스트 셀러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는 세계적 소설가다. 특히 출간된지 20년이 지난 대표작 '연금술사'는 국내에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며 "나 역시 지금만큼 한국에 관심이 크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코엘료는 "어느 날 비행기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지구촌 베스트셀러 목록이 실렸다. 기대도 안 했던 한국 차트에서 '연금술사'를 발견했다. '잘못 나온 게 아닐까' 싶었지만 틀림없었다"며 "그 당시 한국을 겨냥해 홍보를 하지도 않았다. 단지 독자의 입소문만을 타고 책이 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돌이켜 봐도 행복한 기억"이라며 "때때로 한국 가수나 배우들이 내 소설을 언급할 때 큰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국내 인기 웹툰의 주인공이 연금술사를 읽는 장면을 캡처해 올리거나 방탄소년단을 호평하는 글을 남기는 등 꾸준히 한국 대중문화를 높이 평가해왔다.
그는 특히 K-콘텐츠의 매력을 풍성한 이야기와 아름다움으로 꼽았다.
코엘료는 "인터뷰 직전에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모두 봤다. 명작이다. 근래 본 작품 중 최고였다.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풍부한 서사가 담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탄소년단(BTS)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룹으로, 틈만 나면 이들을 항상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우아한 매력을 갖고 있으며, 창작의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에게도 코로나 팬데믹은 큰 장벽으로 다가왔다.
그는 "요즘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만한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더 안타깝다. 그렇지만 프랑스 격언에는 '세라비(C'est la vie·이런 게 인생이라는 의미)'라는 말이 있다. 힘든 순간이지만 살다보면 이럴 때도 있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을 관찰하고 홀로 사색하다 보면 결국에는 무념무상의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 같다"며 독자 모두에게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 갈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