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 최대 인터넷동영상(OTT) 업체 넷플릭스의 불공정 환불 약관에 대해 조만간 시정을 요구한다. 넷플릭스 약관에는 “영상을 전혀 시청하지 않았더라도 요금을 환불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는데, 공정위는 이것이 소비자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한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중 약관심사자문위원회를 열어 넷플릭스 약관의 불공정 여부를 평가한다.
약관심사자문위는 교수·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하며 사안이 중대하거나, 쟁점이 있는 약관에 대해 공정위에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공정위는 해당 의견을 반영해 약관의 불공정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약관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리면 우선 넷플릭스에 자진 시정을 요구하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시정명령 등 제재에 나서게 된다.
공정위는 넷플릭스 약관 조항 가운데 ‘환불’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넷플릭스는 홈페이지에 공개한 약관에서 “멤버십을 이용하지 않은 기간이나 시청하지 않은 콘텐츠에 대한 환불 또는 크레딧은 제공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넷플릭스는 회원에게 매달 9500~1만4500원의 정액요금(멤버십 종류에 따라 요금 차등)을 청구하는데, 특정 기간에 넷플릭스를 전혀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원칙적으로 환불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공정위는 콘텐츠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요금을 전액 부과하는 것은 ‘고객의 해지권 행사 제한’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초 인터넷TV(IPTV) 업체의 유사한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월정액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가입자가 동영상을 시청하지 않았더라도 가입 후 1개월 내 해지 시 1개월치 요금을 전액 부과해 왔다. 공정위가 해당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3개 회사는 가입 후 7일 내에는 전액, 7일 이후에는 가입 기간 등을 고려해 일부를 환불해 주기로 했다.
넷플릭스 외 다른 OTT 업체는 대체로 '미사용 시 환불 가능'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 OTT 업체 ‘웨이브’는 콘텐츠 제공이 개시된 경우 등이 아니면 7일 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또 다른 업체 ‘왓챠’ 역시 약관에 “유료 서비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결제일로부터 7일 이내에 회사에 결제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공정위는 연내 이번 사건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공정위는 환불 부분 외 다른 일부 조항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함께 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면 공정위가 넷플릭스의 불공정 약관을 고친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지난 1월 공정위는 넷플릭스가 회원 동의 없이 요금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약관 조항 등을 시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