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 무임승차 논란에도 넷플릭스 이용료↑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10.30 17:07
사진=셔터스톡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OTT) 기업인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들로부터 망 사용료 무임승차 논란으로 소송까지 받는 가운데, 월 구독료를 최고 20% 가까이 인상해 독과점 논란이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29일(현지시간) 미국 표준 요금제의 월 요금에 대해 종전 대비 1달러 오른 13.99달러로 책정한다고 밝혔다. 또 프리미엄 요금제의 경우 2.99달러 오른 17.99달러로 인상한다고 덧붙였다. 인상률만 종전 대비 7.7%에서 최대 19.9%에 달한다. 반면 보급형 기본 구독료에 대해선 그대로 월 7.99달러 가격에 유지하기로 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표준형·프리미엄형이 아닌 기본형에 대해선 HD·UHD 화질 지원을 하지 않는데다, 동시접속 가능 인원도 1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상된 표준·프리미엄 요금제로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넷플릭스의 이번 요금 인상은 지난해 1월 표준·프리미엄 요금제에 대해 각각 월 10.99달러, 13.99달러로 책정한지 1년 10개월 만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판데믹 이후로 넷플릭스 이용이 급등했음에도 내려진 결정이다.
현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최대 경쟁자인 디즈니+의 등장 이후에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절대적인 최고 독과점의 위치에 군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요금 인상으로 인한 반발 예상에도 주식 시장에서 넷플릭스 주가는 29일(현지시간) 기준 3.7% 더 오른 504.21달러로 마감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질주는 망 사용료 무임승차 논란마저 큰 저항을 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까지 선임한 넷플릭스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합의)서 열린 SK브로드밴드와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이 같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측은 변론 당시 ‘접속료’, ‘전송료’로 갈리는 망 사용료의 기준 및 범위에 대해 ‘접속료 지불은 당연하나, 이후의 전송 비용료는 지급 않는 것이 인터넷의 기본 원칙’이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텐츠사업자(CP)와 넷플릭스가 콘텐츠 서비스 사업을 계약하고 이행할 뿐, 이를 전송하는 ISP(망사업자)인 통신사가 넷플릭스에게 망 사용료를 내라는 건 ‘비용 전가’라는 논리다.
이에 SK브로드밴드 측은 통신사가 망품질 구축·관리에 투자하는 반면 넷플릭스는 공짜로 이를 이용해 수익만 벌어간다는 논리로 맞섰다. SK브로드밴드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망사용료에 대해 ‘접속을 통한 고정비용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한 시간·사용 대역폭의 변동비용 등 전송료도 함께 포함해야한다’고 반박했다.
망 사용료 지급이 ‘망 중립성’ 개념까지 연결되기도 했다. 넷플릭스 측은 ‘전송료 지급 강제는 망 중립성 원칙 위배’라 지적한 반면, SK브로드밴드 측은 ‘망 중립성은 콘텐츠 내용·주체에 대한 차별 금지 원칙이지, 망 공짜 사용 원칙이 아니다’라 반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기업은 OTT 시장과 통신 시장에서 각각 독과점 위치를 차지하는 공룡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로선 어느 쪽이 이기던 넷플릭스 이용료 또는 통신비 인상을 피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이는 사실상 OTT·통신사의 전송료 부담은 결국 오롯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6월 넷플릭스 및 CP사들에게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지우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기업이 소비자에게 이용 부담 떠넘기기를 막는 입법은 아직까지 요원해 보인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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