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화
- 승인 2020.10.31 16:57
넷플릭스 “망중립성 위배, 이용대가 지불의무 없어”
SKB “美법원도 망 이용대가 수취 정당하다고 판정”
30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날 넷플릭스는 망 관리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협상의 의무도 없음을 강조했고 SK브로드밴드는 네트워크 플랫폼의 양면성, 민법상 이익 반환, 해외 판시 등을 근거로 넷플릭스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맞섰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 첫 변론기일을 열렸다. 넷플릭스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과 SK브로드밴드의 법률대리인 세종 변호사들은 각각 5분간 주요 쟁점에 대한 서로의 주장을 이어갔다.
쟁점은 ‘망 이용대가 지불의 정당성’에 대해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 중 이용자와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간의 거래는 ‘접속료’로,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ISP간의 거래는 ‘전송료’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ISP에 보내고, 이를 ISP가 최종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CP가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전송료는 따로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는 “접속료는 강제하는 것은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야기하기 때문에 그 어느 국가에서도 정부나 법원이 접속료를 강제하는 일은 없다”며 “전송료 추가 부담은 망중립성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후생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진술에 대해 SK브로밴드는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관습 이하의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는 “원고가 말하는 인터넷 기본원칙은 지난 2009년 일부 학자가 인터넷 시장의 자유로운 참여를 위해 CP가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견해에 불과하다”며 “상법에도 없고 관습이라고도 할 수 없는 조악한 주장”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이 넘은 세월이 흐른 지금, 인터넷 시장이 엄청나게 변화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무정산 원칙’은 과거 ISP간의 상호접속을 통해 서로 트래픽 교환비율이 동등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이후 대형 글로벌 CP들의 등장으로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함에 따라 일방향 정산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프랑스 통신규제기관 ARCEP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방향 정산방식은 지난 2012년 20%에서 2018년 54%로 과반을 넘어섰다.
이와 함께 인터넷 시장의 양면성을 고려했을 때 CP 역시 ISP의 고객으로 망 사용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양면성을 갖는 네크워크 시장에서 ISP가 CP로부터 정상적인 망 이용대가를 수취하는 것이 제한되면 이로 인해 발생한 비용이 결국 이용자들에게 전가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를 강제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망중립성 원칙에도 위배되는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망중립성은 통신사가 합법적인 트래픽을 차단‧지연‧우선 처리하는 등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일 뿐 망 이용대가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넷플릭스는 한국에 연결된 일본과 홍콩의 넷플릭스 캐시서버 연결지점까지의 비용을 넷플릭스와 ISP가 각자 부담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의 ISP 1700여곳에도 전송료를 지급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각자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것은 직접 연결을 위한 물리적 망 설치에 관련한 합의일 뿐, 이를 망 사용료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며 “실제로 망 이용대가에 대한 각자 부담까지 합의가 됐다면 그에 따른 계약서가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실무자간 주고 받은 이메일 외에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안이 기술적으로 복잡한 사안이 맞물려 있어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 프리젠테이션 시간 마련해달라고 요구함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고 2차 변론기일을 2021년 1월 15일로 정했다.
출처 : Korea IT Times(http://www.koreait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