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OTT가 극장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
입력 : 2020-10-29 00:05:00
영화 산업 한 축인 상영업이 퇴장하고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가 뒤를 이을 것이란 분석이 쏟아진다. 난 그렇게 될 수도 없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생각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국영화시장 전체규모는 2조3764억에 달했다. 그리고 올해, 언택트 시대가 왔다. 관객이 극장을 멀리하고 이 틈을 OTT가 파고들면서 상영업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 중이다. 올 상반기 100억대 제작비가 투입된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 공개를 택했고, 하반기에는 ‘콜’(80억)과 ‘승리호’(240억)가 그 전철을 밟는다. “영화는 극장”이란 공식을 깨고 콘텐츠가 플랫폼을 선택하는 국내 영화 시장으로선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이 됐다.
OTT는 분명 스크린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체재로서 존재 가능할지에 대해선 난 분명히 부정적이다. 우선 국내 영화 시장 특수성은 OTT가 출범한 미국과는 전혀 다르다. 미국의 극장 접근성과 국내 극장 접근성은 근본적인 차이를 두고 있다. 미국에선 ‘내 손안의 영화’가 영화를 보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필수 수단이지만, 국내에선 없어도 그만인 또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다.
콘텐츠 소비자의 감성적인 측면도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요소다. 국내는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밖에서 함께 모여 노는 문화’가 발달해 있다. 주말마다, 밤마다 거리의 반짝이는 불빛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일 때조차 꺼진 적이 없다. 밖에서 노는 문화 중심에 극장이 있다. 극장을 중심으로 ‘엔터테이닝’이 집중돼 있다. 하나의 상권이 형성돼 있다. 이른바 문화의 ‘멀티유징’이 가능한 게 국내 극장이다. 멀티플렉스가 극장만이 아닌 종합 쇼핑몰 면모를 갖추어 간 데는 이런 ‘멀티유징’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OTT의 국내 시장 점유는 기대 이상으로 상승했다. 스마트폰 보급율 세계 최고란 위상이 OTT 안착을 빠르게 이끌어 온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영화 시장 전체 절반이 넘는 1조원 이상의 상영 시장이 무너질 것이라 판단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지금의 상승세가 아닌 앞으로의 전망을 보면 위험한 건 상영업이 아닌 국내 OTT시장이다.
중국 시장 진출을 겨냥 중인 ‘거대 OTT공룡’ 넷플릭스에게 한국 시장은 일종의 중간 기착지다. 향후 넷플릭스가 중국 시장 안착에 성공한다면 현재 국내 시장 투자에 적극성을 띤 그들이 어떻게 변할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거대 중국 시장 유지를 위한 콘텐츠 공장 지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무엇보다 OTT가 국내 시장에서 상영업을 대체할 수 있단 주장에 부정적인 이유는 콘텐츠의 출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콘텐츠는 어느 플랫폼에서 상영할 것인지에 따라 처음부터 제작방식이 달라진다. 비유적 표현이지만 상승세를 탄 신인배우(넷플릭스)에게 ‘올인’하기 위해 경쟁력이 입증된 국민배우(극장)를 외면할 제작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영화 산업에서 상영업은 앞으로도 망하지 않을 것이고 OTT가 대안은 될 수 있지만 대체재는 될 수 없단 주장에 수치와 데이터가 뒷받침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수치와 데이터보다 영화가 가진 예측 불확실성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단 걸 영화 시장 전체가 이미 알고 있다. 소비자의 감성적 접근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기묘한 곳이 영화 시장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영화 시장을 표현하는 가장 확실한 논리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