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넷플릭스에서 경영진 인사이동이 있었다. 오리지널 콘텐트를 총괄해 온 부사장 신디 홀랜드가 물러나고, 그 자리에 해외시장에서 콘텐트 구매하는 일을 해 온 벨라 바하리아가 들어섰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SVOD)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뛰어난 오리지널 콘텐트였던 것을 생각하면 오리지널 콘텐트 부사장은 가장 중요한 직책 중 하나다.
해외 콘텐트를 발굴하던 바하리아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넷플릭스가 해외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여성이 물러난 자리를 다른 여성이 잇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기업이면서도 다른 테크기업들과는 달리 직원 중 여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넷플릭스의 직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48%에서 올해 50%가 됐다. 미국 대기업 평균 35%를 훨씬 웃도는, 말 그대로 절반이다. 여성이 회사의 반을 차지하니 복지도 크게 차이가 나서 유급 출산휴가 기간이 1년으로, 테크기업 중 출산휴가 기간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의 2배가 넘는다. 작년에 넷플릭스가 제작한 콘텐트 중에서 20%가 여성이 감독을 맡은 작품들이고, 이는 할리우드 평균(10.6%)의 두 배다. 이런 기업문화는 넷플릭스의 콘텐트 속 인종과 젠더 다양성을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이 영화 속에 많이 등장하는 것만이 아니다. 넷플릭스 콘텐트에는 여성 주인공이 힘있게 등장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넷플릭스의 시청자들 중 여성이 51%를 차지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