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성장동력 상실 우려…“극장 침체 속 불가피한 선택…정상화만이 살 길”
- 여용준 기자
- 승인 2020.10.24 08:00
다음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영화 '콜'. [사진=넷플릭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극장 개봉을 준비하던 영화들이 잇달아 넷플릭스로 향하며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새로운 활로가 아닌 ‘울며 겨자먹기’라는 반응이다. 손익을 보전하는 수준의 계약을 체결하고 작품에 대한 권리가 사실상 넷플릭스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3일 기준 올해 박스오피스 1위 영화는 475만명을 동원한 ‘남산의 부장들’이다.
‘남산의 부장들’이 코로나19 발병 직전인 1월 22일에 개봉한 점을 감안한다면 코로나19 이후 가장 흥행한 영화는 435만명을 동원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다. 광복절 집회 이전인 8월 5일 개봉한 점을 감안하면 극장가 상황은 처참하다.
광복절 집회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 격상 당시 개봉한 영화 ‘테넷’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2017년 ‘덩케르크’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스릴러 영화임에도 현재까지 200만 관객을 모으지 못했다.
개봉을 대기 중인 영화들이 잇달아 넷플릭스로 향하는 이유들이다.
당초 올해 2월 극장 개봉을 준비했던 영화 ‘사냥의 시간’의 판권은 개봉을 미루다 4월 23일 넷플릭스에 넘어갔다.
이후 영화계는 극장가의 회복을 기대하며 개봉을 미뤘으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넷플릭스로 눈길을 돌렸다.
3월 개봉예정이었던 영화 ‘콜’이 다음 달 넷플릭스 공개를 확정지었고 ‘낙원의 밤’과 ‘승리호’도 현재 넷플릭스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낙원의 밤’은 ‘신세계’, ‘마녀’ 등을 연출한 박훈정 감독 작품으로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등이 출연한다. 올해 열린 제77회 베니스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영화다.
여름 시즌 극장 개봉이 예상됐으나 개봉 연기 끝에 넷플릭스행을 검토 중인 영화 '승리호'. [사진=메리크리스마스]
‘승리호’는 여름 시즌 개봉을 목표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로 한국영화 중 드물게 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한 모험 활극이다. 송중기, 김태리, 유해진, 진선규가 출연하고 ‘늑대소년’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이 제작했다.
영화계는 한국영화의 넷플릭스행에 대해 회의적이다
영화배급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작품이 개별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흥행에 따라 수익이 보전되지 않는다. 넷플릭스와의 계약은 VOD판권에 대한 계약이기 때문에 해외 판권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가격에 따른 계약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때 가격은 제작사와 넷플릭스가 협의해 책정한다.
이 관계자는 “‘사냥의 시간’의 경우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손익분기점을 보전 받는 수준”이라며 “‘콜’이나 ‘승리호’도 그 비슷한 수준에서 계약이 진행될 것”이라고 봤다.
업계는 극장 사정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영화를 거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제작자들이 제작비라도 보전하기 위해 넷플릭스행을 택한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일시부ㄹ이 아니라 최대 10년까지 분할 지급되는 구조에서 직접적인 이익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내부 구조상 서비스하고자 하는 작품에 대해 본사 승인이 있어야 한다”며 “그 기간이 약 두 달 이상 소요된다. 본사 승인을 거쳐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일시부ㄹ이 아니라 분할 지급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제작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본 것은 없지만 빠르게 제작비를 회수해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기까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은 넷플릭스의 방침이기 때문에 갑질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제작사에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극장에 걸 경우 손해를 볼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넷플릭스를 선택한 셈”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업계 극장 개봉 후 넷플릭스에 VOD판권을 넘기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실제 ‘#살아있다’의 경우 극장에 먼저 개봉해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190만 관객을 동원하고 넷플릭스로 직행해 글로벌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극장 개봉 후 직행하는 경우 VOD판권 가격이 낮아질 우려는 있지만 극장과 제작 측이 상생하고 관객들도 더 다양한 플랫폼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년 초 개봉을 목표로 한 영화 ‘원더랜드’도 국내 극장 개봉 후 해외 넷플릭스 배급을 검토하고 있다.
‘원더랜드’는 ‘만추’,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이 연출하고 공유, 박보검, 수지, 탕웨이, 최우식, 정유미 등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영화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극장이 침체된 만큼 영화계도 다방면으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며 “그러나 코로나19가 진정되고 극장이 정상화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침체기는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용준 기자 dd0930@enewstoday.co.kr
출처 : 이뉴스투데이(http://www.enew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