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같이 등장했던 10분영상 서비스 ‘퀴비’...반년만에 접는다
휘트먼-카젠버그 공동 설립...톱스타 참여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 수요층 잡는데 실패" 지적
정지섭 기자
2020.10.22 08:07
할리우드 스타들과 거물 제작자들이 의기투합해 화제를 모으며 출범했던 10분짜리 동영상 서비스 ‘퀴비’가 서비스 개시 6개월 여만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간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퀴비는 최근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넷플릭스의 성공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동영상 서비스업계에서 기업들의 생존경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낙오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퀴비는 메그 휘트먼 전 휼렛패커드 CEO, 드림웍스·디즈니를 이끈 거물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 두 사람이 2018년 공동으로 창업했다. 큰 이야기를 한 입에 빨리 베어문다(Quick bites, big stories)는데서 따온 서비스명은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스타들이 제공하는 10분 분량 동영상을 핵심 콘텐츠로 내세웠다. 리즈 위더스푼, 제니퍼 로페즈 같은 톱스타들을 잇따라 섭외하는데 성공했다.
월 구독료는 광고를 보느냐에 따라 월 4.99~7.99달러로 책정됐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틱톡의 특성을 두루 섞어놓은 듯한 사업모델에유명 제작자들이 할리우드 최고 스타들을 콘텐츠 공급자로 섭외했다는 사실이 주목받으면서 퀴비는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전부터 주목받았다. 이 같은 기대에 힘입어 사업 출범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11억7500만 달러(약 1조3318억원)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퀴비의 반짝 인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퀴비는 이미 올해 5월에 아이폰 애플리캐이션 내려받기 순위에서 50위권으로 밀려났고, 유료 구독자수도 130만명에 그쳤다.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별도의 구독료를 받지 않는 유튜브, 트위터, 틱톡 등을 통해서도 이름없는 창작자가 만든 깜짝 동영상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유행을 창조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데, 굳이 월 구독료까지 내면서 볼만한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OTT(동영상 제공 서비스)업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짧은 동영상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기호에 맞춰 사업모델을 만들었지만 길다고도 짧다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길이의 10분 분량의 동영상은 넷플릭스나 틱톡 등으로 양극화된 대중의 수요를 잡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