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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넷플릭스 추천작] 결혼 전에 어린 신부가 ‘삭발’해야 했던 이유, ‘그리고 베를린에서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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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0.10.20 12:45 4,42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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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추천작] 결혼 전에 어린 신부가 ‘삭발’해야 했던 이유, ‘그리고 베를린에서 


김세운 기자 ksw@vop.co.kr 
발행 2020-10-20 12:02:45


넷플릭스 드라마 '그리고 베를린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그리고 베를린에서'ⓒ넷플릭스


한 여자가 이제 곧 결혼을 앞둔 10대 소녀의 머리카락을 가차 없이 이발기로 밀어버린다. 민머리가 되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소녀는 눈물을 뚝뚝 흘린다. 눈물을 참아내던 소녀는 울음을 터뜨렸다가 이내 다시 웃는다. 그리고 다시 운다.

넷플릭스 드라마 ‘그리고 베를린에서’ 주인공 에스티는 곧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다. 10대인 에스티는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유대인 공동체 출신이다. 하시디즘 공동체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에스티를 포함한 여성들은 결혼 전 삭발을 하고 결혼 이후엔 가발을 쓰거나 두건을 쓰고 다닌다. 반면 남자들은 머리를 기르고 머리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삭발하면서 울고 웃는 에스티의 얼굴엔 결혼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드러난다. 하지만 에스티의 기대는 오래가지 못한다. 공동체 내에서 견고하고 불합리하게 쌓아 올려진 규율이 에스티를 압박하게 되고 결국 그녀는 공동체를 벗어나 베를린으로 탈출한다. 이 드라마는 에스티의 과거 하시디즘 공동체 생활과 현재 베를린 생활을 왔다 갔다 하면서 ‘왜 에스티가 베를린으로 오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드라마는 여성을 억압하는 분위기나 ‘남존여비’ 식의 불합리한 상황만을 묘사하지 않는다. ‘남자는 혹은 여자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불편하고 가혹했던 허물을 벗고 ‘나’에 대한 존재로 재탄생해 나가는 한 인간의 날갯짓을 보여준다. 줄거리는 뻔하지만 감동적이다.

시즌1은 4편으로 구성돼 있다. 장면들이 여성에게 가해지는 불합리한 상황과 가부장 제도로 가득해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과거 한국 여성에게 가해졌던 혹은 여전히 잔존 중인 ‘모든 잘못은 여자 탓’이라는 프레임이 이 드라마 속에서도 존재한다. 성관계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것도 여자 탓, 임신을 못 하는 것도 여자 탓, 여자가 아픈 것도 여자 탓이다.

유대인VS독일인, 남자VS여자...
대결구도 아닌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이야기

가령, 에스티의 남편 얀키는 결혼한 지 1년이 되도록 에스티의 임신 소식이 없자 “형수님들은 다 괜찮았는데”라며 문제를 에스티 탓으로 돌린다. 어느 날 에스티가 탈무드를 인용해 ‘남편은 반드시 아내가 기쁨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하자 얀키는 “여자는 탈무드를 읽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시어머니 역시 에스티에게 “얀키는 왕처럼 대접받아야 한다”며 침대에서 여자가 남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암시하듯 조언한다. 이에 에스티가 시어머니에게 “그럼 저는 왕비가 되나요?”라고 묻자 시어머니는 코웃음으로 답변한다.

에스티가 불합리한 규율과 압박을 벗어나고자 베를린으로 탈출했을 때에도 하시디즘 공동체 사람들은 ‘에스티가 왜 탈출했는가’에 대해서 묻기보다 ‘빨리 젊은 여인을 찾아서 남편에게 돌려주자’라고 입을 모은다. 에스티가 무슨 물건인 양 말이다.

베를린에 도착한 에스티의 시선엔 변화가 생긴다. ‘여자는 자고로 이렇게 해야 한다’에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로 생각이 바뀌게 되고 ‘여성은 무엇인가’에서 ‘나는 누구인가’로 시선이 전환된다. 유명한 음악계 심사위원들 앞에서 자신이 제일 하고 싶었던 것,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생애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에스티의 모습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어떤 경계를 벗어나 새로운 존재의 탄생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유대인 대 독일인, 남자 대 여자의 대결 구도 보다는 자기 결정권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베를린에 도착한 에스티가 인터넷을 사용할 줄 모르자, 한 친구가 인터넷 사용법을 알려준다. 에스티는 인터넷 검색 창에 질문을 한다. ‘신이 존재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검색 창에 답변들이 다양하게 쏟아진다. 에스티가 “답이 너무 많다”고 당황해하자 친구는 다시 조언한다. “물어볼 수 있지만 올바른 답은 직접 선택해야 해”라고 말이다.

하시디즘 공동체 속에서 삶을 찾고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만 베를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립스틱을 바르고 노래 부르길 원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

드라마 ‘그리고 베를린에서’는 데버라 필드먼의 ‘언오소독스:내 하시드 뿌리의 불미스러운 거부’(Unorthodox:The Scandalous Rejection of My Hasidic Roots)를 원작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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