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영화산업] ③온라인이 답이다?
입력 2020-10-19 06:00
고대영 기자
극장에서 OTT로 넘어가는추세...미국 가정 평균 4개 OTT 가입 대기업 위주 신시장에 각국 정부 세금 부과 및 콘텐츠 규제 골머리
극장 개봉에서 OTT로 선회한 대표적인 사례가 디즈니의 야심작 ‘뮬란’이다. ‘뮬란’은 당초 오프라인 상영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및 주연 배우 논란에 따른 불매운동 등으로 무산되자 제작사인 디즈니의 도움으로 디즈니플러스에 입성했다. 기대를 모았던 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 역시 최근 코로나19로 극장 상영을 포기하고 연말 디즈니플러스 개봉을 택했다.
국내에선 이제훈 주연의 영화 ‘사냥의 시간’이 처음으로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를 택하며 한국 영화 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당시 해외 극장 판권 문제로 계약사로부터 가처분신청을 당하는 등 쉽지 않은 첫 결정이었다. 유아인 주연의 좀비 영화 ‘#살아있다’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이 잠시 수그러든 틈을 타 극장 개봉을 했지만, 관객 수가 190만 명에 그치며 손익분기점(220만 명 추정)을 넘기지 못했다. 이후 넷플릭스로 넘어간 이 작품은 글로벌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흥행에 성공, 새로운 활로를 찾는 영화사들의 본보기가 됐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에 따르면 미국 내 가정에서는 평균 4개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OTT가 대중화했다는 의미다.
OTT 시대는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한다. 문제는 이 시장이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 일부 대기업의 손아귀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폐해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세금과 콘텐츠 품질 문제가 대표적이다. OTT 산업에 대한 법 제도가 마련된 국가가 많지 않다 보니 기업들은 별다른 납세 의무 없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또 하루가 멀다 하고 영화의 소재나 내용으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발리우드’로 유명한 인도는 지난해 10월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을 상대로 콘텐츠 검열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일부 콘텐츠가 힌두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도 총리를 경멸하는 발언을 포함한 것이 문제였다. 결국 이들 업체는 지난달 자체 검열 코드를 도입하기로 합의하고 인도 정부에 꼬리를 내렸다.
이달엔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표현하며 물의를 빚은 영화 ‘큐티스(Cuties)’를 유통했다는 혐의로 넷플릭스가 미국 텍사스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이에 소셜미디어에서는 #CancelNetflix(넷플릭스를 해지하자)라는 해시태그가 확산했고, 자녀를 둔 부모들로부터는 영화 삭제 요청이 쇄도했다. 텍사스 내 공화당 상원 의원들은 미국 법무부에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는 지난 7월부터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등 음원·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10%의 부가가치세(VAT)를 부과하기 시작하는 등 전 세계가 OTT 강자 견제에 나선 모습이다. 한국의 경우 이번 국정감사에서 넷플릭스의 품질 유지 서비스 의무와 관련한 내용을 주요 안건으로 꺼내면서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더욱이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영화관 매입 움직임까지 보이는 만큼 온·오프라인 전반에 걸쳐 영화 산업이 독과점에 빠질 위험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일어났던 지난 5월, 아마존이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AMC그룹을 인수할 수 있다는 루머가 시장에 떠돈 것도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AMC 주가는 급등했고, 14일 파산 직전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한번 관심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는 더 나아가 지난해 폐쇄된 뉴욕의 파리 극장 임대계약을 넘겨받고, 5월엔 로스엔젤레스(LA)에 위치한 이집트 극장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포브스는 넷플릭스가 당분간 영화관 추가 매입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들 대기업이 영화 업계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