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넷플릭스 직행? 극장가는?
입력 2020-10-18 16:21:00
송중기 주연 영화 ‘승리호’가 극장 개봉 대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OTT) 넷플릭스로 직행할지 여부가 영화계 안팎에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200억원의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자 올해 한국영화의 기대작으로 꼽혀온 만큼 ‘승리호’의 OTT행은 영화계와 극장가에 일정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기대작의 OTT 직행, 파장은?
18일 영화계에 따르면 잠정 12월 개봉으로 가닥을 잡아온 ‘승리호’(감독 조성희·제작 영화사 비단길) 제작진은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기류까지 포착되고 있다.
‘승리호’는 당초 8월 개봉하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9월로 연기했다 다시 이를 미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기대만큼 잦아들지 않으면서 극장 개봉 여부를 두고 제작진이 고심 중이다.
18일 ‘승리호’의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 측과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아직 어떤 것도 확정된 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만일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면 한국영화 기대작이자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의 첫 OTT행이 된다.
앞서 올해 봄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데 이어 최근 ‘콜’과 ‘낙원의 밤’ 등도 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의 넷플릭스 직행은 이례적이어서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극장 관객 안정세 속 또 다른 위기?
대체로 블록버스터 영화는 멀티플렉스 극장의 ‘와이드릴리스’ 배급 방식을 통해 스크린을 대규모로 확보한 뒤 관객몰이에 나서왔다.
하지만 ‘승리호’가 이를 포기하면서 감염병 여파 속에서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고 있는 극장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극장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 조처로 관객의 안정적인 발걸음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유지되던 9월 전국 298만8000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관객이 극장을 찾은 데 비해 10월 중순인 17일 현재까지 극장 총 관객수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이날까지 284만8000여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아 10월 총 관객수가 9월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5일 개봉한 ‘소리도 없이’와 추석 시즌 선보인 ‘담보’ 등 신규 한국영화가 선전한 데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 철저한 방역지침 이행이라는 긴장감 속에서 신작들이 개봉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 발걸음이 조심스러웠던 환경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가 26일부터 월~목요일 오후 1시 이후 일반 영화 관람료를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1000원 인상키로 해 향후 극장가 관객 유인 흐름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CJ CGV가 국내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이라는 점에서 관람료 인상은 다른 극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CGV는 주말 관람료도 1000원 올린다.
CGV는 18일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관객수와 매츨이 대폭 줄어든 데다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 등 고정비 부담이 가중됐다”면서 “관람료 인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영화산업이 조금이나마 활력을 되찾고,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함으로써 상생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기대작의 OTT 직행, 감염병 확산세 속 관객 발걸음의 한계, 극장 영화 관람료 인상 등 다양한 변수 속에 향후 영화계와 극장가가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