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네이버 모두 독점 지위로 확장 어렵던 차
네이버는 물류, CJ는 콘텐츠 플랫폼 확보
쿠팡 대항마 급부상…넷플릭스 견제는 의문
네이버와 CJ그룹이 물류 및 콘텐츠 분야에서 손을 맞잡았다. 우월적 시장 지위 때문에 국내 사업 확장이 조심스러운 두 그룹은 지분 교환을 통해 비판을 피하면서 사업을 키울 기회를 갖게 됐다. CJ그룹은 물류와 콘텐츠 제작 사업을 키울 플랫폼을, 네이버는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더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할 수단을 마련했다. 손을 맞잡은 두 그룹이 이커머스와 OTT 강자인 쿠팡과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부상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CJ그룹은 포괄적 사업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 CJ ENM은 서로 지분을 교환하고, 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안이 유력하다. 전체 거래 규모는 6000억원 이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네이버와 CJ그룹은 14일 공시를 통해 콘텐츠·커머스 사업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이 높지만 자체 배송 능력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혀 왔다. CJ대한통운의 물류망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새벽 배송, 즉시 배송 서비스를 내세운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와 맞대결이 가능해진다. 또 다른 핵심 먹거리인 웹툰, 웹소설 역시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의 제작 역량과 결합하면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CJ그룹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널리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게 됐다. 네이버와 손을 잡으면 유력 IP를 우선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제작한 콘텐츠를 해외에 내보낼 때도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를 네이버 플랫폼으로 끌어오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이처럼 이번 제휴는 네이버와 CJ그룹 모두에 '윈윈'이 될 것이란 평가가 많다. 각 산업 수위권 그룹이 손을 잡았으니 당연하지만, 이면엔 사업을 더 넓히기 어려웠던 두 그룹의 고민도 엿보인다.
CJ그룹은 사업 확장에 공을 들여 물류(CJ대한통운)·식품(CJ제일제당)·콘텐츠(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 다양한 방면에서 수위 자리를 가지게 됐다. 정작 이를 그룹 차원에서 묶고 활용하는 전략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렇다고 1위 사업자로서 국내 사업을 확장하자니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몇 년간은 적극적인 M&A 행보가 독이 돼 재무부담이 커졌고, 신규 투자도 쉽지 않았다.
CJ그룹의 전략이 달라질 것이란 예상은 많았다. 올해 글로벌 컨설팅사 자문을 받아 시장 지위가 낮은 사업은 정리하고, 주력 사업과 신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처럼 해외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 국내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네이버와 제휴로 우회로를 찾았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직접적인 점유율 상승을 꾀하기 어렵던 중 새로운 먹거리를 더하게 됐다.
이는 네이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온라인 플랫폼의 절대 강자이다 보니 독점적 지위에 대한 견제가 많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쇼핑, 동영상, 부동산 서비스의 불공정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했고, 네이버페이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느 산업군이든 네이버가 직접 기업 경영권을 인수해 진입한다고 하면 ‘공룡의 횡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1위 사업자와 손을 잡아 시장에 연착륙하는 전략을 써왔다. 물류나 콘텐츠 제작은 시장에 뛰어들기도 어렵거니와 한다 쳐도 기존 사업자들을 따라잡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수익을 좀 나눠 먹더라도 ‘아웃소싱’을 통해 시행 착오를 줄이는 네이버의 전략이 이번 CJ그룹과 제휴에서 다시 발현됐다는 평가다.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설립한 네이버파이낸셜 역시 기업가치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전략적 제휴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M&A 업계 관계자는 “전통 기업들은 디지털화가 필요하지만 성공할 것인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디지털 회사는 사업을 펼칠 제조, 유통 등 자산을 가진 기업과 결합할 필요성이 크다”며 “네이버와 CJ와 같이 독과점 기업들의 연합 사례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시선은 네이버와 CJ그룹의 콘텐츠·커머스 동맹이 얼마 만큼의 파급력을 가져오느냐에 모이고 있다. 시너지는 확실하지만 기존 강자인 넷플릭스와 쿠팡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이커머스의 물류투자가 성공할 것이냐는 논쟁이 많았지만 쿠팡이 사업성을 입증해냈다”며 “CJ대한통운의 물류사업 가치와 네이버의 이커머스 가치가 합쳐지면 쿠팡 이상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임원은 “CJ그룹의 콘텐츠 제작 역량이 뛰어나지만 OTT 티빙의 존재감은 크지 않고 네이버TV의 파급력도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자금력이나 시장 지배력이 워낙 공고한 터라 콘텐츠 부문의 시너지 효과는 지나봐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15일 13:4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