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왔다" 방송시장 콘텐츠 중심 재편에 새 플랫폼 봇물
송고시간2020-10-10 08:00
이정현 기자
웹 기반 무한 확장에 '규모의 경제' 효과…지상파 영향력 유지 고심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박소연 인턴기자 =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시장에 주류로 정착한 후 시청 패턴이 본격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시장 재편을 틈타 웹·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고 있어 각각 시장 본류에 합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면, 콘텐츠 공급자 지위가 축소되고 있는 지상파는 공공성 확보에 주력하는 것이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TV 예능 라인업
◇ 카카오TV·디스커버리 등 후속주자 속속 합류
2016년 1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과 자유로운 방송 환경을 등에 업은 신선한 콘텐츠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단기간에 메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킹덤'과 '인간수업' 등 오리지널 드라마들을 쏟아내면서 팬덤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집에서 영화·드라마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회원 수를 늘리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뒤를 이어 디즈니와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 허스트의 합작사인 에이앤이네트웍스도 2017년 10월 한국에 진출했다. TV와 유튜브 등 플랫폼을 넘나들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역시 막강한 자본력 덕분이다.
이렇듯 시청 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새로운 플랫폼이 단기간에 안착하는 사례가 생겨나자 동참하는 사업자가 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 디스커버리도 20년간 재전송만 하던 한국 시장에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를 새롭게 개국하고 3년간 500억원을 투자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선보이겠다고 나섰다. 핵심 전략은 KBS, MBC, skyTV 등 국내 방송사들과의 협업을 통한 발 빠른 현지 적응이다.
자본은 조금 부족해도 웹 예능 등으로 존재감부터 각인시키겠다는 전략도 있다.
대표적인 게 카카오TV다. 굵직한 배우 매니지먼트사들을 인수하고 스타 제작진을 영입한 카카오M은 '이효리의 페이스아이디' 등 신선한 웹 예능들을 카카오TV 플랫폼에 선보여 젊은 층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제작비가 비싼 드라마보다 예능에 먼저 투자해 인지도를 높이고 이후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OTT(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중에서는 지상파와 SK텔레콤이 손잡은 웨이브(wavve)와 KT의 시즌(seezn) 등이 후발주자로 콘텐츠 제작에 힘을 쓰고 있다. 당장 큰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장기전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디지털 콘텐츠와 플랫폼 더 활성화…규모의 경제 효과"
전문가들은 플랫폼 춘추전국시대는 앞으로 더 가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0일 "웹을 통해 콘텐츠가 소비되는 방식이 일반화하면서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는 건 당연하다"며 "레거시 미디어들은 실시간 시청에 기반을 둔 광고 집행 등으로 콘텐츠 사업을 운영해왔는데 플랫폼 다변화로 그런 매출은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매체가 생겨나면 주도권이 옮겨가고 환경도 바뀐다. 채널보다는 콘텐츠 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재 구도와는 완전히 다른 구도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도 "넷플릭스 성공 후 계속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난다. 스마트폰으로 개인 시청을 하는 사람이 늘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고, 그 시장 안에서 활동하는 공급자들이 계속 등장한다. 이 시장에서는 콘텐츠로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안착하면서 우수한 영상 콘텐츠만 있다면 누구든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새 플랫폼의 등장은 앞으로 더 활성화될 것이다. 특히 영상 등 콘텐츠는 규모의 경제 특성을 갖기 때문에 소비자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KB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나훈아 콘서트' 성공으로 보는 지상파 생존 전략
콘텐츠 시장 속 지위가 축소하고 있는 지상파로서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공공성에 주목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최근 추석 연휴 KBS가 선보인 나훈아 단독 콘서트 방송은 29%(닐슨코리아)라는 높은 시청률과 그 이상의 화제성을 견인하며 "KBS만이 할 수 있었던 기획"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정연우 교수는 "지상파가 넷플릭스, 디즈니TV, 애플TV처럼 자본력으로 경쟁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정서를 살려 차별화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다. 나훈아 콘서트의 경우에도 고유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넷플릭스 등이 갖지 못한 문화적 자원이 뭔지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도 "KBS 등 플랫폼이 갖는 힘은 여전하다. 다매체 시대에 힘이 줄었지만 여전히 가족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공영방송으로서 콘텐츠를 공급한다면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나훈아 콘서트는 중요한 예시가 될 것"이라고 공감했다.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