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미 감독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 아니면 말렸을 작품"
송고시간2020-10-05 18:04
김정진 기자
"젤리, 기괴하지만 귀엽고 보고싶기도 한 존재 됐으면"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연출한 이경미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보건교사 안은영'이 극장용 영화였다면 모든 사람이 말렸을 것들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서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신이 났어요. 여러모로 신선한 경험이었죠."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연출을 맡은 이경미(47) 감독은 5일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와의 첫 작업 소감을 밝혔다. '미쓰 홍당무'(2008)부터 '비밀은 없다'(2015)까지 여성 감독으로서 영화계에서 독특한 연출을 선보여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개성을 십분 발휘했다.
그는 "다른 채널에서 만들어졌다면 절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었을 작품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난관 없이, 여러 마케팅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그랬기에 뻔뻔하게 만화처럼 작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연출한 이경미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장 기억에 남는 평가로는 '낮은 별점'을 꼽았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호불호가 극명한 이 감독 작품답다. 그는 "'아무도 안 말렸냐?'라며 별점 0.5점을 준 리뷰를 봤다"며 "보자마자 빵 터져 캡처해 스태프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이 감독에게 하나의 큰 도전이기도 했다. 여러 작품을 연출했지만 원작 소설을 영상화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이 보는 즐거움, 듣는 즐거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정세랑 작가님이 원작을 '쾌감을 위해서 썼다'고 한 것처럼, 이 드라마를 보는 분들이 새로움을 즐기는 쾌감을 느꼈으면 한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를 위해 그는 은영이 싸워나가는 상대인 '젤리'를 "굉장히 기괴하고 혐오스럽지만 귀엽고 보고싶기도 한 경계에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젤리의 영상화는 '보건교사 안은영'을 드라마화하는 데 가장 주목받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배우들이 연기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미리 시퀀스에 있는 젤리를 보여주거나, 일부 장면은 촬영 당시 바로 합성해 배우가 화면에서 젤리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은영 역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37)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유미 씨가 정말 재밌다. 현장에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갑자기 기합을 넣는 버릇도 있다"며 "유미 씨만 가지고 있는 즐거운 에너지들이 현장에서 많은 힘이 됐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번 작품을 안은영의 직업적 성장 드라마라고 정의했다.
그는 "시즌1은 은영이라는 인물이 여자 히어로가 되기 위한 하나의 프리퀄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며 "그 줄기에 맞춰서 에피소드들을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작에서 남성으로 등장한 정현(이해온)의 성별을 바꾼 이유에 대해 "인표(남주혁)와 강선(최준영) 등 은영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들이 다 남자였기에 여자도 하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했다"며 "좀 더 다양성을 주기 위해 정현을 여자로 바꿨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세랑 작가의 동명 원작소설에 없었던 화수(문소리) 역이나 '안전한 행복' 등의 요소가 등장한 이유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는 "이 작품이 시리즈로 가려면 은영이가 젤리와 싸우는 것만 가지고는 계속 가기 어렵다고 느꼈다"며 "은영이가 장차 싸워야 할 상대가 얼마나 힘이 세고 강력한지, 얼마나 뛰어넘기 어려운 장애물인지 좀 더 구체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부분들을 언급하고 시즌2로 넘기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화수에 대해서도 "성장드라마에서 주인공에게 가장 큰 위기를 주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가장 믿고 있는 사람에게 받는 상처를 떠올렸다"며 "화수는 결국 은영이가 딛고 일어서야 하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만들 때 시즌2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그는 "시즌2를 누가 맡게 될지, 제작될 수 있을지는 넷플릭스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작품이 지금 현실을 사는 분 중에 꿈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고 느끼는 분들, 외롭다고 느끼는 분들에게 즐거운 판타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top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