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남주혁 주연 슈퍼히어로물…예상과 다른 전개 매력
승인 2020.10.03 08:00
'보건교사 안은영'. [사진=넷플릭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21세기에는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채널이 대단히 많아졌다. TV 방송국이 단 3개만 있던 20세기에는 오직 공중파 방송국에서만 드라마를 만들었고 PPL은 필요도 없이 방송 전후 광고만으로도 100부작 대하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공중파에 케이블, 종편채널, OTT까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드라마 제작편수도 엄청나게 늘었다. 이제 공중파에서는 과거 ‘모래시계’나 ‘젊은이의 양지’처럼 시청률 50%가 넘는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처럼 다양한 드라마가 시청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상황에서는 독특한 개성으로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막장 불륜스릴러나 판타지 로맨스, 전문 의학드라마 등 과거보다 종류가 다양해졌다.
이 같은 ‘드라마 무한경쟁 시대’에 독특함으로 선을 넘어버린 드라마 하나가 등장했다. 이 드라마의 제목은 ‘보건교사 안은영’이다.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페르소나’ 등 독특한 작품을 연출한 이경미 감독의 첫 드라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됐으며 총 6부작이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의문의 ‘젤리’를 보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이 학교재단 이사장의 손자이자 한문선생인 홍인표(남주혁)와 함께 학교를 지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젤리’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보건교사 안은영’ 속 젤리는 일상 이면의 존재에 해당한다. 이는 인간의 잠재의식일 수 있고 저승에서 온 괴물일 수 있다. 혹은 악한 기운이나 죄의식일수도 있다. 한 마디로 ‘젤리’는 일상 이면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젤리’는 괴물부터 슬라임 형태까지 다양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불편하고 징그러운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이 녀석이 터질 때 형형색색 하트모양 젤리가 흩날리는 모습은 장관이다.
안은영은 사실상 퇴마사나 영혼치료사에 해당된다. 안은영의 이 같은 정체성은 이야기를 유사 슈퍼히어로물로 만든다. 실제로 ‘보건교사 안은영’의 서사는 마블에서나 봤을 슈퍼히어로와 닮아있다.
슈퍼히어로 서사란 잠재적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결핍과 상실을 겪다가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고 힘을 사용해 악을 물리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가족과 백성을 잃은 아스가르드의 왕 토르가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자신의 능력을 되찾는 ‘토르’ 시리즈나 자신과 아버지가 만든 업보를 청산하는 ‘아이언맨’ 시리즈 등이 있다.
'보건교사 안은영'. [사진=넷플릭스]
다만 ‘보건교사 안은영’은 슈퍼히어로 이야기의 전형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독특한 작품을 만들던 이경미 감독의 작품이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이경미 감독의 필모그라피에서 이 작품은 가장 평범한 작품에 속한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에서 이 작품은 가장 독특한 작품이다.
우선 ‘젤리’라는 존재부터 특이해진다. 크리쳐가 파괴되면서 흩날리는 젤리의 모습부터 특이하고 눈을 부릅뜬 안은영의 표정도 독특하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장면전개를 비틀면서 욕지거리 걸쭉하게 늘어놓는 장면은 실소를 터트리게 만든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가장 큰 강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가 예상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전개를 따르지 않는다. ‘A장면’ 다음에 ‘B장면’을 예상한다면 드라마는 전혀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이렇게 뒤통수 얻어맞는 재미와 전혀 예상할 수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는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또 젤리와 크리쳐를 그려낸 시각효과도 재미요소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전체 제작진 중 절반 이상이 시각효과 스태프일 정도로 시각효과에 공을 들였다. 그동안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볼거리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 그동안 익숙하지 않은 신예 배우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정유미, 남주혁, 유태오, 이주영, 문소리 등 주요 배우들 외에 학생들은 대부분 신인 배우들이 연기한다. 현우석, 고윤정, 오경화, 박혜은, 심달기, 이석형 등 재능과 매력을 두루 갖춘 배우들이 출연한다.
넷플릭스에는 전 세계 개성 강한 드라마들이 많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이 가운데서도 독보적으로 특이함을 과시한다. 이 같은 개성을 등에 업고 공개 직후 9월 29일 기준 한국 인기 순위 2위 오를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1위는 ‘비밀의 숲 2’).
긴 추석 연휴동안 거의 모든 드라마를 정주행했다면 ‘보건교사 안은영’도 도전해보자. 그동안 본 드라마들 가운데 가장 이상한 드라마가 될 것이다.
출처 : 이뉴스투데이(http://www.enew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