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해 CJENM JTBC 합작사에 투자할까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 2020-10-02 08:30:00
SK텔레콤이 토종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동맹에 얼마나 강한 의지를 품고 있을까?
SK텔레콤이 넷플릭스에 맞설 한국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사업자 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해 현재 경쟁자인 티빙 합작법인 지분투자에 손을 내밀지 관심이 주목된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
2일 콘텐츠업계에서는 SK텔레콤, KT 등 국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CJENM과 JTBC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사업 합작법인에 외부 투자자로 합류할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티빙 등 국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사업자들과 웨이브의 연합, 나아가서는 합병에도 긍정적 태도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온 터라 더욱 많은 시선을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티빙과 협력관계를 만든다면 얻을 것이 많다는 점이 이런 시선에 힘을 보탠다.
SK텔레콤의 웨이브는 CJENM의 예능 콘텐츠, JTBC의 드라마 콘텐츠가 빠지면서 플랫폼의 매력이 한층 깎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내 방송 콘텐츠가 웨이브와 티빙 두 플랫폼에 각각 나눠져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의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단골 주제다.
웨이브는 최근 서비스 출범 1돌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한국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HBO맥스, 아마존프라임 등 어떤 해외 플랫폼이 들어오더라도 국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핵심이고 넷플릭스에서도 한국 콘텐츠가 해외 콘텐츠보다 더 많이 소비된다는 것이다.
웨이브는 한국 콘텐츠로 최소한 국내시장에서는 압도적 승자가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내놓았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도 SK텔레콤과 지상파방송3사 합작법인인 콘텐츠웨이브가 출범한 뒤 열렸던 2019년 3월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고민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넷플릭스가 한국을 지배하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지니고 토종 1위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웨이브로 넷플릭스와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한국 콘텐츠가 웨이브 성장의 주춧돌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면 티빙과 협업의 길을 마련하는 데 업계나 시장의 예상보다 더 적극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
CJENM과 JTBC가 한국 예능과 드라마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콘텐츠 제작자들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웨이브 자체제작 콘텐츠에 공격적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데 CJENM 등과 손을 잡으면 ‘1+1’의 시너지가 아닌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CJENM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시장에서도 인기 있는 예능, 영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SK텔레콤이 티빙 외부 투자자로 합류해 콘텐츠 공동제작 등 협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업계에서는 SK텔레콤, CJENM 등 국내사업자들이 각자 자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서로의 ‘경쟁자’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서로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실제 토종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사업자들이 힘을 합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SK텔레콤도 국내사업자들이 연합해야 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티빙 등과 실제 손을 잡는 것에는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늘 관심은 있다. 넷플릭스가 워낙 독보적이기 때문에 ‘K-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가 뭉쳐야 한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면서도 티빙 합작법인 지분투자 가능성을 놓고는 한 발짝 물러섰다.
콘텐츠웨이브 관계자 역시 “국내 OTT사업자들이 앞으로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 등을 할 때는 규모의 결집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논의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서는 티빙 투자 참여 등과 관련해 논의되는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CJENM과 JTBC는 앞서 2019년 CJENM의 티빙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통합 플랫폼 구축과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CJENM의 티빙 담당사업부를 물적분할해 JTBC가 2대 주주에 오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JTBC가 티빙 지분 취득 비중을 당초 계획보다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두 회사는 합작법인에 추가로 재무적, 전략적 투자자를 영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CJENM은 예정대로 10월1일 티빙사업부를 물적분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