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챙겨야 할, 뻔하지 않은 넷플릭스 추천작5
김세운 기자 ksw@vop.co.kr
2020.10.01 10:20
지난해 발발한 코로나 팬더믹으로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가 늘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식당이 활기를 잃고, 축제는 열리지 않으며, 개인적인 약속을 자제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방 안에 있는 날이 많아지니, 넷플릭스 시청 회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올해 추석엔 사람들이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 친척 집 방문도 자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추석과 연말 역시 집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더 길어졌다. 무엇을 봐야 할지 고민인 당신을 위해 넷플릭스 시리즈 추전작을 선정해 봤다.
지금도 일어나는 이야기
'타인은 지옥이다'
좁은 복도 사이로 임시완(윤종우)이 지나간다. 그러자 고시원 방문이 조심스레 열리며 그곳에 사는 거주자들이 임시완을 향해 알 수 없는 시선을 던진다. 어딘가 수상한 고시원의 한 장면을 담은 예고편만으로 '타인은 지옥이다'를 보게 됐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물론 고시원에는 다양한 사람이 산다. 넷플릭스 시리즈 '타인은 지옥이다'에 등장하는 캐릭터만이 다가 아니다. 하지만 고시원이 담고 있는 작은 디스토피아와 그곳에서 반드시 살아내야 하는 청년들의 삶이 공감대를 일으킨다.
졸업 후 돈 없는 청년이 아끼고 아껴서 갈 수 있는 집은 고시원이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잠깐 거쳐 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고시원이지만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 속에서 이상하게 벗어나지 못하는 임시완의 모습은 답답해 보이지만 한편으로 이해된다.
흥미로웠던 점은 '타인은 지옥'이라는 설정이 비단 고시원 내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타인은 지옥이라는 설정은 고시원을 벗어나 회사나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곳저곳 오만 곳에 지옥은 존재한다.
극이 끝으로 흘러갈수록 과도한 설정과 개연성이 잘 맞지 않아 갸우뚱하게 된다. 그렇다 할지라도 동시대 청년들의 초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 그로테스크한 연출을 감각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은 흥미를 자극한다.
과학 문명을 믿은 결과
'블랙미러'
'블랙미러'는 과학 문명의 디스토피아적 단면을 보여주며 결말마다 섬찟함을 안겨준다.
'블랙미러'는 미래 시대에 벌어질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소재는 우리 현재와 맞닿아 있다. SNS의 발달, 극단적 자본주의, 불법 영상 촬영, 증강현실, 기계발달 등이 그것이다.
이 작품이 비추는 미래와 현재 관객이 사는 현재의 간극은 너무 좁다. 그래서 작품을 보는 내내 공감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공포감도 느낄 수 있다.
과학 문명과 기술 발전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가까운 미래에 이렇게 돼도 괜찮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현재 시즌5까지 나와 있다.
지구 종말의 날
'다크'
한국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다크'는 독일 드라마다. 독일 유학생들과 일부 사람들에게는 꽤 입소문이 난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다가오는 지구 종말을 막기 위해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인물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특정' 사건의 결말을 바꾸려 하기도 유지하려고도 분투한다. 이런 점들이 극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작품에 주목할 만한 점은 등장인물의 수가 정말 방대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각 인물의 과거, 현재, 미래가 등장함에 따라 등장인물의 수도 확장되기 때문이다. 뒤로 갈수록 이야기들이 복잡해지고 헛갈리지만 작품은 과거, 현재, 미래의 시제를 꼼꼼하게 엮는 영리함을 보인다.
또한, 뻔한 결말이 예상되지 않아 더 재미를 더하고 있다. 현재 시즌3까지 나왔다.
좀 센 10대들의 저항법
'위아더 웨이브'
'다크'에 재미를 느낀 후 독일 드라마를 찾다가 발견한 작품 '위아더 웨이브' 역시 추천작이다. 그간 한국에서 접했던 10대 청소년 드라마와 결을 달리한다는 점이 흥미를 자극했다.
주인공들은 SNS를 하고 취미활동을 하고 친구들과 클럽을 다니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 반으로 트리스탄이 전학을 오게 된다. 평범하거나 왕따이거나 인종차별을 당하던 아이들은 트리스탄을 만나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간 표출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표출한다.
아이들은 자본주의, 파시즘, 환경 파괴에 대항에 그들 나름의 언어로 반발하고 저항한다. 10대들이 불합리에 대항하는 모습은 위태롭고 아슬아슬하지만, 한편으로는 통쾌하다. 작품은 아이들의 저항만 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이들끼리의 갈등, 소통, 사랑도 담아낸다.
세기의 강도왕 이야기
'종이의 집'
'종이의 집'도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 시리즈 중 하나다. '교수'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8명의 공범이 모여 세기의 강도질을 계획한다.
강도와 인질이 사랑에 빠지게 되거나, 범죄 설계자와 대척점에 서 있던 경찰이 서로 호감을 느끼거나, 약자라고 생각했던 인질 중에서 최악의 악질이 등장하는 부분은 예상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이다. 그래서 볼 때마다 아드레날린 수치가 높아진다.
또한, 작품은 돈을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돈의 성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돈을 훔치는 과정에서 강도들은 채플린 비행기에 돈을 잔뜩 실어 길거리에 뿌리게 되고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돈을 줍는다. 도대체 돈이 뭔지, 돈의 가치가 뭔지, 덧없고 허망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제공한다. 물론 돈을 욕망하는 인간들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