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알아야 할 IT 트렌드②] 밀레니얼 세대는 유튜브에서 논다
기사입력 2019.08.28 오후 04:50
[한경 머니=정순인 LG전자 책임연구원·<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 CEO가 알아야 할 정보기술(IT) 트렌드, 둘째는 영상 플랫폼의 중심 ‘유튜브’다.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인 ‘밀레니얼’들은 검색조차 유튜브를 통한다. 가장 강력한 소비층을 잡고 싶다면, 유튜브를 검색하라. 단 30초 만에 색다른 비즈니스의 세계로 빠져들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포털 카페,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통과 공유를 10대 때부터 본능적으로 익혀 왔다. 성인이 된 뒤 이를 따로 배운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익숙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세대가 아닌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온라인 공간은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가장 잘 표현하는 수단이자 놀이터다. 이 중 ‘유튜브’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많이 쓰는 SNS다.
“요새는 다 유튜브 봐요. 나이가 어릴수록 페이스북도 안 보죠. 올해부터는 홍보 업무의 무게중심을 유튜브로 옮길 예정이에요.” 기업, 상점, 학교, 학원의 홍보팀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는 목소리다.
유튜브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의존도는 매우 높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최근 6개월 내 경험해본 지식 습득의 경로를 묻자 57.9%가 유튜브, 팟캐스트 콘텐츠 구독을 꼽았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15~34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채널로 유튜브(44.5%)를 꼽았다.
유튜브, 레드오션이자 블루오션
유튜브를 활용하면 내가 원하는 정보를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무료로 볼 수 있다. 홈피트니스, 홈쿡 모두 유튜브의 바람을 타고 붐이 일었다. 외부 이동에 시간을 쓰지 않아도, 집 안에서 유튜브로 무엇이든 배우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유튜브의 수요 증가→더욱 풍성해진 유튜브 콘텐츠의 양과 질→유튜브의 수요 증가’라는 사이클이 반복됐다. 유튜브는 자체 성장 중이다.
트로트 가수 주현미도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 주현미는 최근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옛 정서가 담긴 가사와 멜로디를 젊은 세대에게도 전해주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며 “아이돌이 아닌, 우리 같은 가수들은 설 무대가 없다”고 했다.
디너쇼나 콘서트가 있지만 비용이나 거리에 한계가 있는 데다 TV 프로그램 중에서도 특정 몇 개 무대 이외에는 팬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없기에 유튜브를 찾게 됐다고 한다. 신곡을 내도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것도 유튜브를 개설한 이유였다.
그는 “고민하던 중 트로트를 즐겨 듣는 연령대도 유튜브를 자주 본다는 걸 알게 됐고 곧장 채널을 만들었다”고 한다. 유튜브는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기에, 밀레니얼 세대뿐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하고 싶은 사람이나 기업들도 계속 모여든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채널을 광고 채널로 단연 선호한다. 왜냐하면 온라인 채널들은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치밀하고 세밀하게 세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홍보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뿐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블로그에 노출시킬 경우 이 콘텐츠를 노출하는 대상의 연령대, 위치, 언어, 성별을 미리 상세하게 세팅해서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도 이 카테고리별로 추출해서 볼 수 있다. 이런 치밀한 설정을 거치니 광고 효과는 당연히 높아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정량적 데이터 기반 결과로 얻은 개선 사항, 수정 사항을 다음 콘텐츠에 반영할 수 있을 테니 점점 더 양질의 콘텐츠가 생성되는 바람직한 사이클을 계속 타게 된다. 제작자가 본인 콘텐츠에 맞는 타깃 특징 설정, 관심도 분류를 애초에 잘해 둔다면 향후 잠재고객에게 한층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30초면 결정 나는 세계
물론 밀레니얼 세대가 유튜브를 선호하는 이유 중 ‘영상’이 더 재미있고 자극적이라는 것도 한 몫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글이나 사진보다 영상이 재미있다는 것은. 뷰티 유명인사(셀럽)들이 직접 메이크업 시연을 하면서 제품 소개도 함께 하는 영상이라면 두말할 필요 없이 최고의 광고 효과를 낸다.
방금 눈으로 제품과 사용법을 본 소비자는 구매 정보 혹은 더 상세한 정보도 지금 바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에서 셀럽과 독자들이 상호 소통하며 자연스런 입소문 마케팅, 광고가 이루어진다. 동영상은 빠르면 30초, 느려도 1분 안에 더 볼지, 그만 볼지가 결정된다. 유튜브만큼 성격 급하고 바쁜 밀레니얼 세대에게 딱 맞는 툴(tool)도 드물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초 화장품에 비해 색조 화장품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유튜브와 무슨 상관일까. 전문가들은 색조 화장품의 빠른 성장 뒤에 유튜브를 비롯한 모바일과 소셜미디어가 있다고 분석한다. 크림이나 에센스 같은 기초 화장품은 극적인 효과를 시각적으로 바로 보여주기 어려우며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면, 립스틱이나 아이섀도 같은 색조 화장품은 바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메이크업 효과를 보여줄 수도, 자랑할 수도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렇게 바로 바로 효과와 특징을 확인하고, 서로 나누고 싶어 한다. ‘신속 정확’하다는 유튜브 매체의 특성이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요구와 맞물려 특정 시장의 성장에 영향을 준 사례다.
요즘은 수많은 업체가 무료로 SNS 툴 교육을 해준다. 초보자들도 첫걸음을 떼기 쉽도록 동영상 편집 템플릿까지 제공해주는 경우도 있어서 일단 SNS를 시작하기에 부담이 없다. 유튜브도 이렇게 낮은 진입장벽을 활용해서 대중에게 어필하고, 친근감을 쌓는다. 같이 한 페이지를 만들어본다거나 같이 위젯 만드는 데 참여해본다거나 한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특히 이렇게 직접 해보고, 참여해보는 것들에 대해 애정과 신뢰를 가지게 된다. 유튜브를 저기 먼 곳에 있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나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친근한 대상으로 여기므로 유튜브에 머무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한다.
유튜브는 알고리즘 시스템에 따라 추천 영상을 노출한다. 이 알고리즘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클릭 수가 아니다. 총 시청 시간이다. ‘소비자가 얼마나 오래 시청했느냐’, ‘끝까지 다 보는가’, ‘정말 내용을 관심 있어 했는가’가 중요하다.
자극적인 제목이나 사진으로 소비자를 ‘낚시’했기에 클릭 수는 많겠지만 실질적인 시청 시간이 길지 않다면 유튜브는 이것을 양질의 콘텐츠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유튜브의 이런 점은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입맛에 잘 맞는다.
주 소비층 끌어 모으는 성장 동력
LG, 삼성, 현대, SK, CJ 등 대부분의 대기업은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유튜브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뭘까. 밀레니얼 세대 고객들에게 대기업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이,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툴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대학교들도 입학 정보, 수험 정보를 홍보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무한 경쟁 시대에 우수한 학생들을 영입하기 위해 이들의 취향과 가치관에 맞춘 채널에 대학교가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유튜브가 유니버설뮤직과 함께 추억 속 히트곡들의 뮤직비디오를 고화질 영상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튜브는 너바나, 재닛 잭슨, 레이디 가가 등 1970~2000년대 초반에 제작됐던 뮤직비디오를 풀HD(고화질)로 전환한 영상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과거에 제작된 저화질 영상들은 최신의 60인치 이상 대형 스크린에서는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유튜브는 이 문제를 해결해줌으로써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이전 세대의 히트곡을, 장년층에게는 추억을 소환하며 팬층을 모은다.
최신 IT 트렌드의 중심, 유튜브를 이끌고 있는 최대 공급자이자 최대 수요자인 밀레니얼 세대. 유튜브와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한다면 최고의 비즈니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2호(2019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