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유튜브와는 경쟁 안 해" 카카오TV 최대 목표는?
[인터뷰] 오윤환 카카오TV 스튜디오 제작총괄, 신종수 카카오M 디지털콘텐츠사업본부장
20.09.22 17:47최종업데이트20.09.22 17:47
▲ 카카오M 신종수 디지털콘텐츠사업본부장 인터뷰 사진 ⓒ 카카오M
"카카오TV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단순히 길이가 짧은 숏폼이 아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 '모바일 오리엔티드'를 표방하며 지난 1일 출범한 카카오TV는 일주일 만에 조회수 1300만 뷰를 기록하며 OTT 시장(인터넷 기반 콘텐츠 제공 서비스)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웹드라마 <연애 혁명>은 가장 빠른 속도로 100만 뷰를 돌파하는 등 탄탄한 1020 시청자층을 확보했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스타의 일상을 '잠금해제' 한다는 콘셉트의 <페이스 아이디>, 아날로그에 익숙한 방송인 이경규가 처음으로 디지털 예능에 도전하는 <찐경규>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높은 조회수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18일 <오마이뉴스>는 오윤환 카카오TV 오리지널 스튜디오 제작총괄과 신종수 카카오M디지털콘텐츠사업본부장과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오윤환 제작총괄은 제작 PD들에게 "새로운 플랫폼, 숏폼이라는 형태에서 효과적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밀도와 새로운 관점을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종수 본부장은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호흡과 문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모바일에 걸맞게 더욱 속도감 있고 밀도 있는 형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카카오TV의 최대 강점은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에 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에서 누구나 언제든 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OTT보다 접근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신종수 본부장은 "메신저 기반이기에 소통, 공유 등 모바일 지향 콘텐츠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었다. 콘텐츠와 커머스의 연동 모델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론칭 3주 만에 폭발적 반응
론칭 3주 만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카카오TV는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의 길쭉한 화면을 십분 활용한 세로형 콘텐츠를 내놓는가 하면, 같은 프로그램이지만 매일 아침 요일별로 다른 코너를 공개하기도 한다.
특히 일주일에 5개의 코너를 제작하는 <카카오TV모닝>은 모바일에서 TV 편성의 방식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는 반응이 많다. 이에 대해 오윤환 제작총괄은 아침의 등굣길, 출근길에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언제든 모아서 골라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고 말했다.
"<카카오TV모닝>은 넌리니어한(비선형) 편성이 가능한 저희의 플랫폼에 맞다고 생각했다. 아침에도 볼 수 있고, 아카이브가 좀 쌓인 뒤엔 골라 볼 수도 있고. 원래는 박진경 CP와 제작진들이 두 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중이었는데, 박진경CP가 '론칭할 때 <카카오TV모닝>이라는 큰 프로그램 안에 다섯개의 코너를 만들어서 판을 키워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 오전에 일찍 업데이트하면 출근, 등굣길에서도 볼 수 있는 이점도 있지 않을까라면서. 그렇게 해서 진행이 된 프로젝트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만든 문상돈PD, <가시나들>을 만든 권성민PD 셋이 의기투합해 다섯 개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고생의 길을 활짝 열어젖혔다."(오윤환 제작총괄)
<찐경규>는 방송인 이경규와 모르모트(권해봄) PD의 파란만장 디지털 예능 도전기를 그린 카카오TV 오리지널 예능이다. 지난 1일 첫 공개된 1회는 50만 조회수를 훌쩍 넘겼으며 뒤이은 에피소드들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윤환 제작총괄은 <찐경규>에 대해 "카카오TV를 론칭하는 데 있어서 (이)경규 형님처럼 예능을 대표하고 전 국민이 모두 아는 스타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부터 이경규와 모르모트의 구조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촬영을 거듭할수록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 동시에 해봄 PD는 점점 더 구박을 당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작년에 이경규 형님과 얘기를 나누다가, 경규 형님에게 당하는 캐릭터의 PD와 함께 티격태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재밌겠다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다만 그땐 제가 카카오M에 오기 전이라 '80분, TV용으로는 너무 길어서 지루하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카카오M으로 옮기면서 숏폼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됐고, (MBC <마리텔>을 통해) 유명세가 있는 권해봄 PD도 함께 하게 되면서 이 아이디어를 토대로 같이 기획하게 됐다."(오윤환 제작총괄)
▲ 오윤환 카카오TV 오리지널 스튜디오 제작총괄 인터뷰 사진 ⓒ 카카오M
1시간짜리 영상 콘텐츠도 가능할까
한편 지금까지 카카오TV에서 공개한 콘텐츠들은 주로 모바일에 특화된 짧은 호흡의 영상이었다. 모바일로 영상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간 지 오래고, 시청자들도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에 익숙해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특히 드라마에서는 묵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1시간짜리 콘텐츠에 대한 소구가 존재한다.
카카오M의 대표 IP였던 웹툰 <미생>, <이태원 클라쓰> 역시 10분, 20분짜리 웹 드라마로 제작됐다면 지금같은 파급력을 얻을 수 있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모바일 최적화를 꿈꾸는 카카오TV에서도 1시간짜리 영상 콘텐츠가 가능할까.
이에 대해 신종수 본부장은 "TV와 달리 모바일은 훨씬 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고(TV처럼 틀어놓고 다른 것을 할 수도 있는 시청 행태와 달리), 모바일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밀도가 더 높은 콘텐츠를 추구하게 된다. 그렇기에 단순히 기존 60~120분짜리를 10~20분으로 쪼개 놓는 것이 아니라 60분을 10~20분으로 압축하는 느낌의 호흡과 형식을 추구한다"며 "길이의 문제는 아니기에 밀도를 높인다면 더 긴 분량도 모바일에 최적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여러가지 형식적인 실험과 시도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모바일을 통한 영상 소비에 초점을 맞춘 만큼, 시청자와 소통하고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는 점 역시 카카오TV의 특징이다. <찐경규>가 1회 방송 이후 세로형 화면으로 바꿔서 제작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종수 본부장은 "1회 릴리즈 후 유저들이 가로형보다는 세로형에 더 좋은 반응을 보였다. 또 20분의 호흡이 더 짧아지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런 즉시 세로형으로 포맷을 바꾸고, 10분으로 호흡을 더 빠르게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나 TV와는 달리 유저만을 바라보고 형식의 다양함을 추구할 수 있다는 부분이 (카카오TV의)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TV는 유튜브처럼 무료로 볼 수 있지만,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OTT 서비스이기도 하다. 론칭 당시에도 카카오TV는 OTT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넷플릭스, 유튜브와 경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신종수 본부장은 모바일 특화 포맷은 아직 세상에 나와 있지 않으므로, 이를 정착시키는 게 카카오TV의 최대 목표라고 밝혔다.
"우리는 기존 시장에서 기존 사업자와 경쟁하려는 게 아니다. 모바일이 제1매체가 되었지만 아직도 콘텐츠 포맷이 극장과 TV에 맞춰져 있다. 모바일 특화 포맷에 대한 충분한 탐구와 시도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극장 상영을 전제로 한 120분 포맷이 기준이다가 TV의 시대가 열리면서 TV영화 포맷이 아닌 TV만의 고유한 포맷들이 만들어지고 정착된 것처럼, 저희는 모바일에 적합한 포맷을 만들고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이는 아직 세상에 나와 있는 포맷이 아니기에 외부의 경쟁상대가 있다기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그 해답을 잘 만들어가는가 아닌가를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생각하고 있다."(신종수 본부장)
그러나 영상의 앞뒤에 삽입한 광고만으로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오리지널 콘텐츠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까. 현재의 콘텐츠 이용자들은 유튜브조차 광고 없이 보는 것을 선호해서 국내에서만 100만 명 가량의 이용자가 프리미엄 서비스를 결제하고 있기도 하다. 신종수 본부장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카카오TV는 기존 디지털 콘텐츠의 낮은 수익성을 극복하고,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좋은 크리에이터들이 그 수익을 바탕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유료화 서비스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 본부장은 "수익적 기반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의미도 있을 뿐더러 '디지털 콘텐츠는 저가이거나 무료'라는 인식을 전환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로 보고 있다. 그러기에 향후 유료화를 포함해 다각화된 수익 모델을 탑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카카오TV의 콘텐츠들이 방송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데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최근 유튜브 등 모바일 콘텐츠는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로 문제시 되고 있으며 여러 디지털 콘텐츠가 약자, 소수자 혐오 표현으로 비판 받아왔다.
오윤환 제작총괄은 이에 대해 "카카오M 내부에 자체 심의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 저희 스튜디오 PD들이 아무래도 방송사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경험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으셔도 된다. 불쾌하지 않으면서도 좀 더 발칙하고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겠다"고 자신했다.
신종수 본부장 역시 "카카오TV는 전 국민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내부의 엄격한 심의기준을 세워 자체 심의를 진행한다. 또한 카카오TV는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이기 때문에 유튜브와 동일하게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소위에서 관할하고 관련된 규제를 받고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