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선점한 OTT시장, 카카오와 네이버가 뺏을 수 있을까?
최덕수 기자
기사입력 : 2020.09.16 18:00
우리나라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질주는 매섭다. 닐슨코리아클릭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 월간 이용자 수는 지난 5월 637만 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작년 동월의 252만 명 대비 두 배가 넘게 늘어난 수치다. 넷플릭스를 잡겠다고 나선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이에 비해 시원찮다. SK텔레콤이 야심 차게 선보인 ‘푹’과 ‘옥수수’의 통합 OTT인 ‘웨이브’의 실적은 이전만 못 하고, ‘티빙’과의 통합도 요원치 않은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이제 넷플릭스를 잡을 수 있는 서비스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쥐고 있는 플레이어가 나서야 할 때라고 평가하고 있다.
▲IP를 기반으로 한 두 거대 플랫폼의 OTT 경쟁 참여 선언
카카오M, 카카오TV의
개편을 발표하다
우리나라에서 넷플릭스를 견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다.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인 그들 중에서 한꺼번에, 그것도 가장 큰 두 개의, 양대 포털 사이트 서비스사가 나설 예정 혹은 이미 서비스를 론칭한 상황이다. 바로 ‘카카오’와 ‘네이버’다. 두 회사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서비스, 플랫폼과 연계된 새로운 OTT를 내세우고 있다.
▲양대 포털사 중 먼저 나선 것은 카카오
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M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인 ‘카카오TV’를 지난 9월 1일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카카오TV라는 서비스명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카카오와 카카오M이 제공하고 있는 통합 동영상 서비스의 명칭이 바로 카카오TV로, 정식 론칭은 지난 2015년 6월 16일이었다. 출시 초기 이 서비스의 주된 콘텐츠는 TV 프로그램 재방송이었다. 평범한 포털 사이트의 동영상 서비스였던 카카오TV의 첫 번째 변화는 2017년 찾아오게 된다.
▲카카오M이 과거 론칭했던 카카오TV를 개편하는 형태를 취했다
카카오TV와 다음tv팟이 2017년 2월 18일 통합됐다. 이로 인해 카카오TV와 카카오톡의 연동이 가능해졌으며, 다음tv팟의 개인 인터넷 방송을 카카오톡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통합 직후 카카오는 카카오TV의 달라진 점을 대대적으로 광고했으며, 유명 연예인,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유치해 송출하는 노력을 기했다. 하지만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동시송출을 기본 전략으로 삼았던 탓에, 카카오TV는 그다지 큰 화제를 모으지 못하고 정체되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얻은 초반 흥행
이후로도 포털과 카카오톡의 부수적 콘텐츠로 역할을 하던 카카오TV가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화를 발표했다.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연예기획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한 카카오M의 모습은 론칭 당시와는 달랐다. 2017년 1월에는 모바일 영상 제작소 크리스피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동년 5월에는 드라마 제작사 메가몬스터를 세웠다. 송중기, 박보검, 차태현 등이 소속된 블러썸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하고,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레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도 했다.
▲새로운 카카오TV가 공개한 콘텐츠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드라마, 연애혁명
콘텐츠 제작 여건을 충분히 갖춘 카카오M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송출할 콘텐츠를 필요로 했다. 이에 맞춰 카카오TV의 개편이 발표된 것이다. 카카오M은 자사의 역량을 집중한 새로운 카카오TV를 2020년 9월 1일부터 선보일 것임을 전했고, 이는 실제로 이뤄졌다. 새로운 카카오TV의 주된 콘텐츠는 기존의 다른 OTT에서 선보인 것과는 다른 형태였다. 차별화된 10분에서 20분 내외의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OTT로서의 카카오TV의 주된 무기였다.
▲대형 연예인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건 예능을 카카오TV를 통해 공개했다
이효리, 이경규, 김구라 등 유명 연예인이 대거 투입되고, 양질의 콘텐츠들이 카카오TV를 통해 공개됐다. 장르도 다양했다. ‘연애혁명’, ‘아만자’ 등의 드라마, ‘페이스아이디’, ‘내 꿈은 라이언’, ‘찐경규’, ‘카카오TV 모닝’의 예능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한 번에 공개됐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카카오톡을 통해 열람할 수 있는 카카오TV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플랫폼을 타고 화제몰이를 할 수 있었다. 공개 일주일 만에 카카오TV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누적 조회수 1,300만 회를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많은 조회수를 올린 콘텐츠는 박지훈 주연의 연애혁명으로, 1회 조회수가 118만 회, 2회 조회수가 148만 회였다.
네이버는 웹툰 기반의
신사업을 준비
한편 네이버 또한 새로운 OTT를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카카오의 주된 무기가 카카오톡이었다면, 네이버의 OTT는 ‘네이버웹툰’이다. 네이버웹툰은 강력한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네이버웹툰은 이전부터 드라마, 영화 콘텐츠 제작사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아왔다. ‘마음의 소리’는 두 번이나 드라마화됐으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해외에 수출 중인 콘텐츠도 있다.
▲네이버의 OTT 시장 접근은 네이버웹툰을 통해 이뤄질 전망
네이버웹툰 또한 자사 콘텐츠의 가능성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네이버웹툰은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만화 서비스다. 월간 이용자는 6,000만 명에 달하며, 일일 방문자도 1,550만 명이다. 올해 2분기 이들의 유료 콘텐츠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으며, 연말까지는 6,000억 원의 거래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자사 웹툰의 영상화를 위해 지난 2018년 5월 자체적으로 제작사 ‘스튜디오N’을 자회사로 설립했으며, ‘타인은 지옥이다’, ‘쌉니다 천리마마트’ 등의 드라마를 실제로 제작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배급하기도 했다.
▲네이버웹툰은 이미 자체 영상 콘텐츠 제작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OTT 사업은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인 ‘시리즈온’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최근 콘텐츠 제휴 다각화를 위한 인재 채용에 나서며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으며, 웹툰과 시리즈온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9월부로 네이버 북스가 리뉴얼되며 탄생한 네이버 시리즈는 시리즈온을 통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배포하며 이용자를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시리즈온을 발전시켜 건별 주문형 비디오 판매(TVOD)뿐 아니라 월정액 주문형 비디오 상품(SVOD) 출시를 통해 OTT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P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보일 두 업체
향후의 콘텐츠 사업 경쟁은 ‘지적재산권(IP)’이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OTT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는 마블 영화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오리지널 드라마를 킬러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으며, HBO는 HBO맥스의 흥행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저스티스리그 감독판의 판권을 확보했다. 애플 또한 애플TV+의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헐리우드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BO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추정되는 저스티스리그 감독판
웹툰, 웹소설 등의 서비스를 통해 방대한 IP를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두 회사는 플랫폼뿐 아니라 콘텐츠의 측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플레이어로 평가할 수 있다. 운영되고 있는 두 서비스를 합친 웨이브는 이동통신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장에서는 그 이유를 콘텐츠에서 찾는다. 웨이브는 콘텐츠의 양과 질의 모두에서 넷플릭스에 맥을 못 추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감안하면 웨이브보다도 네이버웹툰과 카카오TV의 성장 가능성은 더 높이 점쳐지기 마련이다.
▲애플도 콘텐츠 확보에 고전하고 있는 시장이 OTT 분야다
향후 카카오TV의 숏폼 콘텐츠가 얼마나 흥행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네이버웹툰이 얼마나 빠르게 OTT 상품을 선보이게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카카오가 재점화한 OTT 시장 경쟁의 열기는 당분간 쉽게 식지는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TV는 론칭 이후로도 서수민 PD의 시트콤 ‘아름다운 남자, 시벨롬(si bel homme)’, 가수 양요섭이 진행하는 ‘컴백쇼 뮤톡 라이브’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 선보이는 중이다. 넷플릭스가 점유한 OTT 시장의 파이를 과연 카카오와 네이버가 빼앗아 올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