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넷플릭스법'은 넷플릭스를 잡지 못한다
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정부가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를 규제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일명 ‘넷플릭스법’이라 불리는 이 개정안은 해외 사업자의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망 사용료 부과에 대한 지침이 없어 넷플릭스를 규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개정안은 페이스북과 넷플릭스 등 해외 CP가 국내에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지적에서 나왔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와 달리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해외 CP들은 사업장이 국내에 없다는 이유로 망 사용료 지불을 회피하고 있다. 정부 개정안은 글로벌 사업자 대리인 규정을 담아 해외 CP들의 망 사용료 지불 근거를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9일 발표한 개정안에 따르면 망 품질 유지 의무 대상은 지난해 말 3개월 간 일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발생 트래픽이 국내 총 트래픽의 1% 이상인 사업자다. 이 두 조건을 만족시키는 사업자는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5개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이통3사의 인터넷망 전체 트래픽의 25.8%가 구글에서 발생했고 페이스북은 4.7%, 넷플릭스는 2.3%를 차지했다. 네이버는 2.5%, 카카오는 1.8%였다.
개정안으로 해외 CP를 망 품질 유지 의무 대상으로 묶는 건 성공했지만 실제적으로 해외 망 사용료를 강제하지는 못한다. 개정안 내용을 들여다보면 CP들에 대한 망 품질 유지 권고에 그친다. 망 품질 유지 의무 기업은 서버 다중화, 콘텐츠 전송량 최적화 등 트래픽 집중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고 망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경우 통신사에 사전 통지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과태료는 2000만원에 불과하다.
넷플릭스법이 시행되더라도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이 망 사용료를 지불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네이버는 지난 2016년 망 사용료 명목으로 통신사에 734억원을 지불했다. 국내 넷플릭스 트래픽 양이 네이버와 비슷한 점을 볼 때 넷플릭스도 네이버 수준의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CP 입장에서는 과태료 2000만원을 내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해외 CP들이 굳이 트래픽에 따라 수 백에서 수 천 억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지불할 이유가 없다. 넷플릭스법은 해외 CP에겐 빠져나갈 구실을 마련해주고 국내 CP를 규제하는 도입 취지와 다른 법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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