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놓고 ‘넷플릭스법’, 미국 기업 차별 아니냐”
“관련법 시행령 개정에 미국 기업 우려 많아”
한·미 ICT 정책 포럼서 美국부무 지적
우리 정부 “네이버·카카오도 해당돼, 문제 없다”
정철환 기자
입력 2020.09.16 10:07
미국 정부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 통신망 품질 책임을 부여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넷플릭스법’이 구글과 넷플릭스, 페이스북을 겨냥하는 것 아니냐고 우리 정부에 항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우리 정부는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도 규제 대상임을 밝히며 “미국 기업 차별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16일 통신업계와 외교가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 10일 화상회의로 열린 ‘제5차 한·미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포럼’에서 “넷플릭스 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이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법이라는 우려가 있다”면서 “현재 논의 중인 시행령에 대해 미국 기업들의 비판이 있으며, 앞으로 미국 기업의 의견을 취합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전에도 여러 경로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 표명을 해왔다. 지난 5월 20대 국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미국대사관, 국무부, 미국 인터넷기업협회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입장 전달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간 공식 행사를 통해 정책 담당자가 우려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는 미 국무부 스티브 앤더슨 부차관보 대행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희권 국제협력관이 양국 대표로 참석했다.
◇우리 정부 “네이버·카카오도 해당…차별 아니다”
미국 정부의 우려에 우리 정부는 “미국 기업을 겨냥한 법이 아니며 넷플릭스 등 해당 사업자와 충분한 의견 수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 적용 대상이 하루 이용자 100만명 이상, 트래픽 발생량 1% 이상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도 해당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영문 요약본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상황은 국회가 ‘넷플릭스법’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의욕적으로 법 제정에 나설 때부터 걱정됐던 것”이라며 “국회가 입법 단계에서 ‘넷플릭스법’이라며 여론몰이를 한 것 자체가 아마추어적 접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 미 국무부는 5G망 구축에서 화웨이와 ZTE를 배제하는 전략인 ‘5G 클린 패스(Clean Path)’ 기조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당초 이 사안이 외교부 소관이라고 보고 이번 포럼 의제에서 빼기로 했으나, 미국 측이 포럼 진행 중에 불쑥 이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 정부의 원론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