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도시괴담’ 홍원기 감독 “첫 시사 후 넷플릭스도 난색 표했다”
입력 : 2020.09.07 10:13
이유진 기자 88234@kyunghyang.com
‘도시괴담’ 시리즈가 올 여름 넷플릭스 TOP 콘텐츠 자리에 올랐다. 국내 인기뿐 아니라 대만, 홍콩에서는 1위, 베트남과 태국에서는 3위, 일본 6위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권 호러 마니아를 열광시켰다.
‘도시괴담’은 여러모로 생소하고 낯선 콘텐츠다. 국내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은 호러물이며, 한 편당 10분 내외로 너무나 짧은 숏폼 콘텐츠다. 이를 연출한 감독인 ‘쟈니브로스’ 홍원기 감독 또한 ‘K팝 뮤직비디오 대가’로 통하지만 다른 장르의 콘텐츠 제작 이력은 전무하다.
첫 완성본을 공개하자 넷플릭스 측도 고개를 갸우뚱했다는 ‘도시괴담’은 편견을 뚫고 2020년 여름 킬링콘텐츠가 됐다.
홍 감독을 직접 찾았다.
■“사실, 나는 헤비메탈을 좋아한다”
홍원기 감독은 ‘K팝 뮤직비디오’의 역사를 쓸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20년간 1500편 가량의 K팝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가수나 그룹은 없다는 의미다. 해외 인지도도 높아 중국, 일본, 태국, 스웨덴 가수들의 MV를 연출하기도 했다.
블링블링하고 화려한 K팝 뮤비의 대가가 고어(Gore, 선혈)한 호러물이라니…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더니 홍 감독은 “나는 사실 헤비메탈 밖에 듣지 않는다”는 다소 충격적 발언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나는 엄청난 호러물 마니아로 음악도 헤비메탈밖에 듣지 않아요. ‘넬’ ‘노브레인’ 뮤직비디오를 찍다가 서태지의 MV를 찍은 후 우연한 계기로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찍게 되면서 원래 생각과 좀 다른 삶을 살게 된 거죠.”
이제보니 그의 사무실에 그가 구상 중이라는 ‘좀비헌터’라는 영화의 스토리보드가 눈에 띈다. 호러무비는 그의 오랜 꿈이었다.
“장르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해외 유튜브 중에는 호러 단편 채널이 정말 많거든요? ‘나도 그런 채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됐고 감사하게도 ‘쟈니브로스’ 강재홍 PD께서 자리를 마련해줘서 메가박스와 작업을 할 수 있게 됐고 또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는 ‘숏폼 호러’의 흥행력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호러 장르는 마니악(편집증적 애호가)한 동시에 절대 무너지지 않는 장르예요. 게다가 숏폼은 요즘 시청자 취향을 저격하는 형태의 콘텐츠이구요. 이런 두 요소를 합친 ‘도시괴담’ 같은 콘텐츠는 반드시 먹힐 거라는 예측은 있었어요.”
‘도시괴담’을 완성한 후 관계자들을 위한 첫 시사회를 진행했다. 생소한 형태인 만큼 난색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메가박스 측도, 넷플릭스 측도 너무 짧다고 좋아하지 않더라구요. 이렇다할 스토리 서사가 없다보니 되겠냐는 반응이었어요. 저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설득했죠. 결국 ‘도시괴담’은 공포 영화의 하이라이트, 엑기스만 연속으로 나오는 거다. 시청자들이 보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요. 제 예측이 통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