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빅뱅, 한국의 응전]③‘넷플릭스 효과’에 콘텐츠·OTT 업계 지각변동
망 이용료, 수익배분 놓고 당사자 간 논쟁 촉발… 합종연횡 움직임도
전현수 기자hyunsu@econovill.com승인 2020.09.06 12:07:28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넷플릭스의 공습에 이은 각 토종 OTT(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의 방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최근 넷플릭스에서 시작된 망 이용료, 수익 배분 문제 등 다양한 이슈들이 연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망 이용료부터 콘텐츠
국내 OTT 시장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이 벌어지는 영역은 망 이용료 부분이다. 사실상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 대부분이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며 지금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SK브로드밴드는 글로벌 CP(콘텐츠제공자)인 넷플릭스에 합당한 망 이용료를 지불하라 요청했으나 넷플릭스는 이를 거절했고, 그 대안으로 자사의 오픈커넥트 프로그램을 역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이를 거절했고 넷플릭스는 해당 쟁점을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에서 단숨에 법원으로 끌고 갔다.
망 이용료 문제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쪽과, 콘텐츠를 유통하는 쪽의 패권 다툼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20대 국회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CP(콘텐츠 제공자)도 망 유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으며, 관련 정책의 세밀함을 다듬는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료 납부에 맞서 망 이용료가 ‘이중과세’라 주장했던 넷플릭스의 입지는 다소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OTT 시장에서는 콘텐츠 관련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역시 망 이용료 이슈처럼 넷플릭스가 존재하기에 벌어지는 이슈로 볼 수 있다.
해당 이슈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의 토종 OTT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국내 콘텐츠 시장에 접근하는 넷플릭스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반면, 토종 OTT들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에 불만이 있다.
그런 이유로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수배협)는 최근 국내 OTT인 ‘왓챠’와 ‘웨이브’를 대상으로 영화 콘텐츠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나아가 토종 OTT들이 콘텐츠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는 저작권료의 배분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청한 수 만큼의 일정 단가 금액을 정산하는 것이 아닌 영화, TV드라마, 예능 등 전체 모든 영상 콘텐츠의 시청수에서 비율을 따져 정산하는 결제 시스템은 영화 콘텐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배분 방식”이라며 “영화 한 편을 보는데 IPTV 등의 T VOD 방식으로 건당 3000원이 결제된다면, 국내 OTT S VOD 서비스의 경우는 편당 100원 이하의 저작권료가 발생될 수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수배협은 토종 OTT를 저격하면서도 넷플릭스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와의 계약관계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넷플릭스의 콘텐츠 계약 방식에는 큰 불만이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수급할 때 플랫, 이른바 턴키 방식의 콘텐츠 수급 계약을 맺는다. 넷플릭스는 워낙 거대한 플랫폼이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계약 기간 동안 일정 금액으로 판권을 사오는 단매 방식을 이용한다.
반면 국내 OTT들은 플랫폼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수익 배분 형태 RS(Revenue Share)로 주로 계약한다. 당연히 이 방식이 수익 배분에 있어 더욱 민감하고, 잡음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턴키 방식이 아닌 각 콘텐츠의 수익 배분 형태이기 때문에 그 배분의 기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각 계약 당사자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그런 이유로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국내 OTT들이 선호하는 RS 방식은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토종 OTT와의 분쟁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음저협이 토종 OTT를 대상으로 음원사용료징수규정에 따라 종전 0.56% 수준만 받던 저작권료를 5배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해당 기준은 넷플릭스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넷플릭스가 음저협에 많은 저작권료를 내고 있으니 토종 OTT도 이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수배협과 음저협의 토종 OTT에 대한 문제제기는, 규모의 경제를 가진 글로벌 사업자 넷플릭스의 나비효과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충돌 논리에 대해서는 각자의 이견이 선명하고, 지금도 논란은 진행 중이다.
합종연횡 유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송산업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방송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IPTV) 사업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이미 일몰됐던 유료방송(SO) 시장 점유율 33%를 넘지 못하도록 설정했던 ‘유료방송합산규제’(합산규제)가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OTT로 분류되지만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상당한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IPTV 사업자 중심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토종 미디어 사업자를 키우는 것이 합산규제 폐지의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통합 방송법의 큰 그림을 타고 등장했던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사라지는 배경에는, 국내 미디어 업계의 역량 결집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는 ‘절박함’에서 기인한다. 넷플릭스 및 구글,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며 케이블에서 IPTV로 옮겨온 유료방송 플레이어들이 큰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정부의 최근 입법 예고도 결국 넷플릭스가 존재하기에 발생한 나비효과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전현수 기자hyunsu@econovill.com승인 2020.09.06 12: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