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빅뱅, 한국의 응전]②통신 3사 ‘도전’ 부른 OTT의 파괴력
OTT 시장 급성장과 IPTV 가입자 정체… 국내 VOD에 타격 준 넷플릭스
전현수 기자hyunsu@econovill.com승인 2020.09.05 16:20:32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그동안 IPTV(인터넷TV) 사업을 키워낸 통신사들은 차츰 OTT(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에도 힘을 싣고 있으나 IPTV와의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위험이 있는 만큼 주도적으로 사업을 키울 요인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OTT 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감안해 두 사업을 모두 끌고 가야 하는 양상이다.
연평균 26% 성장 OTT… 제작 환경에도 변화
OTT 시장은 최근 6년간 연평균 26.3% 급성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926억원에 그쳤던 OTT 시장 규모는 올해 708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결과 OTT 전체 이용률은 2017년 36.1%에서 지난해 52%로 크게 늘었다는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튜브, 넷플릭스, 웨이브 등 서비스 사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도 OTT 시장은 뜨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연평균 21.6% 성장했다. 2012년 63억달러 수준이던 시장 규모는 오는 2021년 36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OTT는 기존 방송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가 대표적 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시 흥행 유무에 관계 없이 투자비 전액을 제작사에 부담하고 판권을 사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투자금액도 상당해 기획·제작 능력과 가능성이 있지만 제작되지 못하던 대작 콘텐츠 탄생까지 이끌고 있다.
게다가 OTT는 국경이 없다. 현지 방송 채널과 접촉하지 않고도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가 글로벌 전역에 도달한다. 실제 넷플릭스를 탄 여러 국내 콘텐츠가 해외 시장에서 저력을 뽐내고 있다. ‘싸이코지만 괜찮아’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은 아시아권 넷플릭스에서 최상위 순위를 점령하며 흥행 중이다.
이 같은 OTT 플랫폼 발(發) 변화는 전통적인 채널·제작사 간 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분위기다. 당초 유료방송 시장은 한정된 시간과 채널 속에서 많은 수의 제작사들이 경쟁하는 구도를 띄며 자연스럽게 채널은 ‘갑’ 제작사는 ‘을’ 구조가 형성됐다. 그러나 시간과 채널의 제약이 없는 OTT 플랫폼에서는 콘텐츠의 힘이 매우 커지며 다수의 콘텐츠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가 이례적인 제작 비용과 환경을 제공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능력있는 제작사는 대우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잠식을 우려하면서도 그동안의 노력에도 해결이 어려웠던 채널·제작사 간 갑질 문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라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넷플릭스, 국내 VOD 시장에 간접 타격
넷플릭스의 등장이 견고한 IPTV의 아성을 무너뜨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쏠쏠한 성장 동력이 됐던 VOD(주문형비디오) 부문에는 타격이 가해진 것으로 나타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속 성장하던 국내 TV 플랫폼의 VOD 매출은 지난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넘어가며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IPTV에서의 VOD 매출은 2016년 5474억원에서 2018년 6588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2019년엔 6410억원으로 감소했다. 넷플릭스 발 글로벌 OTT서비스의 활약에 따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OTT가 뜨는 가운데 국내 OTT의 경우 IPTV 사업을 하고 있는 통신사들이 주도 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각각 웨이브, 시즌, U+모바일TV 등 OTT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자사의 핵심 매출원인 IPTV와의 카니발리제이션 가능성이 있어 ‘전력투구’를 하긴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OTT 서비스에 ‘올인’하는 글로벌 사업자와 IPTV와 OTT를 동시에 끌고 가는 통신사는 파격적인 시도나 순발력 측면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동균 KISDI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넷플릭스가 미국의 웨이브 격인 훌루를 압도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언급했다.
그렇지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통신사들도 OTT 사업 확장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한국OTT포럼 초대 회장을 지낸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송은 실시간에서 VOD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고 유튜브, 넷플릭스 등이 그 촉매가 되고 있다”면서 “통신사들도 코드커팅에 대비해 고육지책으로 OTT와 IPTV를 모두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월정액형 OTT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넷플릭스의 유력 대항마로 떠오른 디즈니플러스도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 일정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머지 않은 시기에 서비스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 시장 전반의 변화
넷플릭스가 상륙하며 국내서 미국과 같은 코드커팅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유료방송 시장 전체로 보면 넷플릭스의 파급력은 절대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는 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5G 시대가 열리며 킬러 콘텐츠를 모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해당 킬러 콘텐츠에 가장 근접한 것이 바로 미디어 콘텐츠며 그 핵심이 N-스크린 기반의 OTT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디어 콘텐츠는 전 영역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실제로 바이트댄스의 틱톡을 인수하려는 각 미국 기업은 틱톡 인수를 통한 미디어 커머스 및 광고의 폭발력에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틱톡 인수를 노리는 월마트는 자사의 회원제 서비스인 월마트 플러스를 준비하며 틱톡의 미디어 콘텐츠를 적절히 활용하려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전략을 수립한 상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는 자율주행차 및 이커머스 전반으로 번지고 있으며, 각 플랫폼의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로드맵에서 이용자를 잡아두는 킬러 콘텐츠가 되고 있다. 심지어 각 미디어 플랫폼의 성격을 콘텐츠가 결정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고 그 중량감도 커지고 있다. 전체 스트리밍 시장에서 사업의 경계까지 흐려지는 가운데 ‘특히’ 각광 받고 있는 N-스크린 기반 온오프라인 접점의 결정체인 OTT의 파괴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전현수 기자hyunsu@econovill.com승인 2020.09.05 16: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