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효과에 놀란 이통 3사, "디즈니 잡아라" 물밑 경쟁
국내 진출 4년 차인 글로벌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에 이어 콘텐트의 강자 디즈니플러스가 올해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토종 OTT 연합군'을 결성하자고 외치고 있지만, 국내 이동통신 3사는 디즈니플러스와 손잡으려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며 엇박자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통3사 막판협상…"올 안에 IPTV서 디즈니+ 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파트너사로 선정되기 위한 막바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한글 자막의 디즈니플러스를 국내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을 통해 시청할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통 3사 중 디즈니플러스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곳은 LG유플러스다. KT는 국내 유료방송 점유율 1위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디즈니플러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분투 중이다. 넷플릭스를 잡지 못한 SK텔레콤은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가 절박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디즈니플러스 쪽에서는 특정 통신사와 독점 제휴하는 방안, 모든 사업자에 콘텐트를 공급하는 방안을 모두 열어놓고 몸값을 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 3사가 디즈니플러스와 독점 제휴를 위해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넷플릭스가 남긴 전례 때문이다. 2018년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손잡은 뒤 지난해 유료방송 가입자 증가율 12%를 달성했다. 또한 KT가 최근 넷플릭스와 서둘러 손잡은 이유 중 하나가 유료방송 가입자가 넷플릭스를 보기 위해 LG유플러스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디즈니플러스 콘텐트 8000편, 월 8300원에 볼 수 있어
디즈니플러스의 파괴력은 넷플릭스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 수는 올해 2분기에 6050만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 가입자 1억9200만명에는 아직 턱없이 못미치지만 방대한 콘텐트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디즈니·마블·픽사·21세기폭스·내셔널지오그래픽이 제작한 애니메이션·영화·다큐멘터리 등 8000여편의 질 높은 콘텐트는 디즈니플러스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겨울왕국' '심슨가족' 등 글로벌 히트 애니메이션, '어벤져스' '아바타' '타이타닉' '스타워즈' 등 미국 역대 흥행 상위 영화 100편 중 47편을 소유하고 있다. 가격은 월정액 6.99달러(8300원), 1년 이용료 69.9달러(8만3000원)다. 넷플릭스의 HD 기본상품 월 사용료(12.99달러·1만5000원)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이통사 "디즈니플러스로 넷플 견제", 정부 "K-OTT 연합해야"
이통 3사가 디즈니플러스와 손잡으려는 배경에는 막대한 콘텐트를 공급받아 자사 유료방송 가입자를 늘리는 동시에, 갈수록 막강해지는 넷플릭스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이통사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토종 OTT 통합' '플랫폼 단일화'를 외치고 있는데, 이에 정면 배치된다"고 비판한다. 앞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국내 OTT 4개사와 간담회를 갖고 "넷플릭스 등 해외 OTT의 성장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국내 사업자 간 제휴와 협력이 시급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OTT 업체들이 정부 주도로 관제 동맹을 맺는다고 해서, 글로벌 미디어 공룡인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에 대항할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건 아니다"면서 "정부가 국내 OTT 산업을 보호하려면 인수합병(M&A) 등은 시장에 맡기되, 세제 혜택이나 콘텐트 제작 지원 등 조력자 역할을 맡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