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궁금증] OTT 때리는 콘텐츠 업계, 넷플릭스에는 침묵하는 이유
수배협과 음저협의 반발
최진홍 기자rgdsz@econovill.com승인 2020.08.31 11:31:46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왓챠와 웨이브 등 토종 OTT들이 최근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다. 토종 OTT들이 정당한 콘텐츠 가격을 정산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한편, 이와 관련되어 ‘차라리 넷플릭스 방식이 낫다’는 불만도 나온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출처=수배협 |
맹공 당한다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수배협)은 최근 국내 OTT인 왓챠와 웨이브를 대상으로 영화 콘텐츠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수배협은 지난 5일 관련 성명을 발표하며 토종 OTT들이 콘텐츠 저작권자에게 지급되는 저작권료의 배분 방식에 문제가 있다 비판했다. 이들은 "시청한 수 만큼의 일정 단가 금액을 정산하는 것이 아닌 영화, TV드라마, 예능 등 전체 모든 영상 콘텐츠의 시청수에서 비율을 따져 정산하는 결제 시스템은 영화 콘텐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배분 방식"이라며 "영화 한편을 보는데 IP TV 등의 T VOD 방식으로 건당 3000원이 결제된다면, 국내 OTT S VOD 서비스의 경우는 편당 100원 이하의 저작권료가 발생될 수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과 토종 OTT와의 대결도 심해지고 있다. 지난 27일 발족한 '제 3기 음악산업발전위원회'가 사실상 공전하는 가운데 음저협은 음원사용료징수규정에 따라 종전 0.56% 수준만 받던 저작권료를 5배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종 OTT 업계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28일 음저협에 공문을 보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음악저작권료 책정을 위한 협의에 응해줄 것을 재차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 OTT 업계는 공문을 통해 “음저협과의 공동협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원만한 협상을 이룸과 동시에 음악저작권자들의 정당한 이익을 보장하고자 한다”며 공동협의 제안의 취지를 다시 한번 설명했다.
나아가 적정하고 합리적인 사용료 계약을 위해 △OTT 서비스의 정의와 범주 △이미 음악 사용에 대한 권리 처리가 된 콘텐츠 현황 반영 여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서비스 중인 여러 영상콘텐츠 중에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제작과정에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음악 사용 권리를 획득한 콘텐츠들에 대해 음저협이 이중으로 저작권료를 징수하려는 부분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OTT 업계는 "전체 콘텐츠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여 음저협이 요구하는 개별협상보다 이해관계자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공동협의가 더 적절한 협의방식"이라면서 "음저협은 단 하나의 개별 계약 사례를 근거로, 자신들이 먼저 제안했던 방송물재전송서비스 규정 적용이란 협상 기준을 갑자기 버리고 갑자기 국내 모든 OTT 사업자들에게 2.5% 요율을 요구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국내 OTT 사업자들은 저작권을 존중하며,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해 권리자에게 사용료를 지불하기를 원한다”며 “음저협이 OTT사업자들과의 대화에 나서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처럼..
일반적으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대기업은 법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상태에서, 국내 기업과의 경쟁에 있어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의 위에 선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무자비한 갑질로 유명한 애플 코리아와 다양한 비판에도 귀를 닫는 구글 코리아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망 이용료 이슈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법적인 공방을 벌이며 애플 코리아 및 구글 코리아의 ‘우울한 분위기’도 다소 보여주는 분위기다.
다만 수배협 및 음저협이 토종 OTT 업체들과 벌이는 공방전을 보면, 최소한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토종 OTT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수배협과 음저협이 콘텐츠의 정당한 대가를 주장하며 토종 OTT를 비판하면서도 넷플릭스에 대해서는 별 말을 하지 않는 대목이 중요하다.
물론 수배협의 경우 넷플릭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31일 취재 결과 수배협은 넷플릭스와는 계약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플랫폼 사업자가 해외 콘텐츠 계약을 할 때 국내 영화수입배급사 또는 국내 유통 배급사와 협상하는 가운데, 넷플릭스는 국내 유통 배급사와 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수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배협은 국내 영화수입배급사들의 단체다.
다만 콘텐츠 계약 방식에서 미묘한 점이 보인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수급할 때 플랫, 즉 이른바 턴키 방식의 콘텐츠 수급 계약을 맺는다. 워낙 거대한 플랫폼이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계약 기간 동안 일정 금액으로 판권을 사오는 단매 방식이다.
반면 국내 OTT들은 플랫폼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수익 배분 형태 RS(Revenue Share)로 주로 계약한다. 당연히 후자의 방식이 수익 배분에 있어 더욱 민감하고, 잡음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턴키 방식이 아닌 각 콘텐츠의 수익 배분 형태기 때문에 그 배분의 기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각 계약 당사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국내 OTT들이 선호하는 RS 방식은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넷플릭스의 방식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토종 OTT의 경우 웨이브는 유연한 정산을 추구하기 때문에 왓챠와는 상황이 또 다르다. 그러나 최소한 이 논쟁에 있어 수배협이 넷플릭스를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은, 넷플릭스의 방식이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일정정도 호평받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음저협 논란도 마찬가지다. 음저협이 토종 OTT들에게 저작권료 5배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배경은, 현재 넷플릭스가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음저협의 주장은 ‘토종 OTT들 정말 너무한다. 미국 기업인 넷플릭스는 기존 저작권료의 5배를 내는데, 최소한 토종 OTT들도 넷플릭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다만 콘텐츠의 정당한 대가도 좋지만, 토종 OTT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강력한 망을 가진 IPTV와 토종 OTT의 매출 구조 등의 상황이 다르고,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글로벌 서비스를 시도하며 오리지널 콘텐츠로 시장을 폭격하는 넷플릭스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토종 OTT가 처한 상황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최소한의 ‘접점 찾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최진홍 기자rgdsz@econovill.com승인 2020.08.31 11:3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