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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리

넷플릭스 넘기 위해 티빙, 웨이브 통합? 

기사입력 : 2020.08.24 18:10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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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잠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론칭 초창기만 하더라도 부족한 콘텐츠로 인해 넷플릭스의 성공은 부정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넷플릭스는 OTT 시장을 넘어 콘텐츠 시장 전반에 커다란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올해 월간 OTT별 통합 순 이용자 수는 넷플릭스가 736만 명을 기록해, 티빙(395만 명)과 웨이브(394만 명)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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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과 콘텐츠웨이브의 저마다의 생각들

순식간에 넷플릭스가

집어삼킨

와이즈앱에서 지난 2018년 9월 발표한 안드로이드 이용자 기준 OTT 점유율은 지금과는 달랐다. 당시 넷플릭스의 월 사용자 수는 90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국내 OTT의 점유율은 지금보다도 높았다. 옥수수가 278만 명, 비디오포털이 251만 명, 푹이 123만 명, 올레TV모바일이 118만 명이었다. 당시 넷플릭스는 그저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들이 가입해 이용하는 마니악한 플랫폼에 지나지 않았다. 이 구도가 2년도 지나지 않아 180도 뒤집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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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OTT는 ‘넷플릭스’

유료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이용자 풀은 수익으로 바로 이어진다.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기준 가입자 1억 8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콘텐츠 제작에 쏟고 있다. 넷플릭스가 올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금액은 160억 달러로, 이를 한화로 환산하면 19조 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콘텐츠 제작 비용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의 외주제작비 규모는 2009년과 2013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7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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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이제 양과 질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다

시장에 도는 돈이 줄어들고 있으니, 자연스레 제작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기존 방송사들이 아닌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이 출구의 역할을 넷플릭스가 담당하고 있다. 초기에 어려움을 겪던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578억 원을 투자했다. <옥자> 공개 이후 월 9만 명 수준의 가입자는 20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넷플릭스의 우리나라 제작자들에 대한 투자는 속도가 높아졌고, 그 결과 국내 제작사들은 콘텐츠 제작을 위해 지상파 방송사보다도 먼저 넷플릭스의 문을 두드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대를 모으던

웨이브의 실패

넷플릭스가 이제는 우리나라 시장의 ‘갑’이 됐다. 이동통신 시장 2위이자 유료방송 시장 1위 기업인 KT는 지난 7월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발표했다. 이동통신사와 넷플릭스가 손을 잡은 것은 LG유플러스에 이어 두 번째로, 이를 통해 SK브로드밴드를 제외한 국내 IPTV 가입자 1,174만 명이 거실에서 TV로 넷플릭스를 볼 수 있게 됐다. 이미 넷플릭스와 전략적 제휴 관계인 LG헬로비전, 딜라이브 등의 케이블 TV 사업자를 합하면 이 수는 더 불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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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대를 모았던 웨이브의 출범으로부터 1년이 지났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는 코드커팅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기록적인 OTT 성공사례를 남긴 넷플릭스를 벤치마킹한 경쟁 플랫폼들이 속속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규모의 자금력을 앞세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공룡들이 새로운 서비스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를, 애플은 애플TV를, HBO는 HBO맥스와 같은 서비스를 연이어 론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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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세대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웨이브

우리나라에서도 넷플릭스를 잡겠다고 나선 플랫폼이 있었다. 넷플릭스 성공 이전에 각광을 받았던 OTT 푹과 옥수수를 합친 서비스였다. 2019년 9월 18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웨이브의 첫 시작은 화려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손을 잡았으며, 출범식에는 정부 관계부처 수장들이 참석해 기대감을 표했다. 웨이브의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는 2023년까지 500만 명 규모의 유료 가입자를 유치해, 연 매출 5000억 원 규모의 서비스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1년 남짓한 시간이 지난 지금, 웨이브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넷플릭스 가입자들을 끌어당기지 못했으며, 과거 옥수수와 푹 가입자들마저 통합한 서비스에 등을 돌렸다. 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과거보다 떨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옥수수 서비스에서 볼 수 있었던 다수의 채널이 삭제됐고, 출범 직전에 JTBC가 CJ ENM과 손을 잡고 이탈을 발표했다. OTT 서비스의 주 이용자층인 2040 세대에게 지상파 방송사들의 콘텐츠들은 매력적이지 못했으며, 웨이브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전무했다. 그 결과, 웨이브는 넷플릭스를 따라잡기는커녕 합병 전의 이용자층마저 고스란히 잃어버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됐다.

합작법인 출범을

준비하는 티빙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의 또 하나의 큰 축인 CJ ENM도 넷플릭스를 겨냥한 OTT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자사에서 서비스하고 있던 티빙을 JTBC와 함께 손을 잡고 연합 OTT로 론칭하는 것이다. 지난 3월 27일 CJ ENM 주주총회에서는 OTT 사업부문이 물적분할하는 내용의 분할계획서가 승인됐다. 이어서 4월 16일에는 CJ ENM과 JTBC의 OTT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본계약 체결이 완료됐으며, 6월 19일에는 합작법인 대표이사로 양지을 미국 로제타스톤 부사장이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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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와 CJ ENM이 손을 잡고 합작법인 출범을 준비 중

티빙의 합작법인 설립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사업자는 누구일까. 시장에서는 시장 1위 서비스를 운영하는 넷플릭스를 지목하고 있지만, 사실 넷플릭스보다는 콘텐츠웨이브가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웨이브는 현재 유료 이용자들의 상당수가 통상적인 결제자가 아닌 프로모션을 통한 ‘체리피커’로 추측된다. 웨이브는 작년 론칭 이후 ‘100원 프로모션’ 등을 통해 염가 혹은 무료로 이용자를 유치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이들의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는 넷플릭스보다 낮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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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함심사를 이유로 10월로 연기된 티빙의 출범

CJ ENM이 1대 주주로, JTBC가 2대 주주로 참여해 8월 1일 설립될 예정이었던 주식회사 티빙이었지만, 합작법인의 출범이 오는 10월로 연기됐다. 지난 5월 JTBC가 신청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함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조치였다. 콘텐츠웨이브는 덕분에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 시장에서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바로 ‘통합 OTT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다.

SK텔레콤이 내민

‘통합’이란 키워드

웨이브의 가장 큰 약점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부재’로 꼽힌다. 그리고 현재 콘텐츠 시장에서 CJ ENM과 JTBC는 지상파 3사보다도 더 양질의 콘텐츠를 내놓는 방송사로 꼽힌다. CJ ENM의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드라마 제작사로 꼽히며, 합작법인 티빙 출범과 함께 합류하게 될 제이콘텐트리 역시 이에 못지않은 제작사다. 즉, 주식회사 티빙은 콘텐츠웨이브가 그토록 갈구하던 요소들을 가진 회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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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먼저 적극적으로 ‘통합’을 제안하고 있다

어려움에 허덕이는 콘텐츠웨이브와 SK텔레콤이 최근 티빙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지난 6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공룡들의 공세에 맞설 최적의 대안은 토종 OTT 기업들이 결합하는 것”이라며 OTT 통합을 처음으로 주장했다. 이어서 지난 7월 23일 한국OTT포럼 세미나에서 유영상 SK텔레콤 부사장(겸 콘텐츠웨이브 이사)도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하면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다”라며, “웨이브가 국내 OTT 대표주자로 합병을 원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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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국내 OTT의 통합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티빙은 사실무근이라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콘텐츠웨이브의 ‘입질’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티빙의 입장에서도 합작법인 출범을 통해 넷플릭스를 누를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힘든 상황이다. 어느 정도 웨이브의 파이를 빼앗아 2위의 자리에 오를 수는 있겠지만, 압도적인 자금력을 가진 넷플릭스와의 정면승부에서 승산을 찾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SK텔레콤, 콘텐츠웨이브가 던진 국내 OTT 통합의 화두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본격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으로서는 어느 한 사업자가 넷플릭스를 누를 것이라고는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순식간에 뒤집히고 만 우리나라의 OTT 시장 진형은 과연 ‘통합’이라는 키워드로 다시금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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