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플릭스와 경쟁하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국내 경쟁업체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지, 그리고 그 한계점은 무엇인 지를 잘 적은 기사입니다.
넷플릭스가 흔들어 놓은 韓 유료방송 “메기 효과는 언제?”
김효정 hjkim@bloter.net
2020.07.28
넷플릭스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지인들로 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그리고 핫 콘텐츠인 ‘킹덤’이 우리나라 유료방송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언택트 시대가 열린 것 또한 유료방송 시장에 자극을 주었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IPTV 대 케이블TV’ 대결 프레임 이후 IPTV 사업자들의 케이블TV 인수합병에 따른 3자 구도를 형성했다. 우물 안 경쟁에 심취해 우물 밖 세상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닐텐데… 소비자들은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피터지는 경쟁을 하는 동안 넷플릭스의 세계로 월담했다. (OTT의 세계가 아니다!)
KT의 시즌, SK텔레콤-지상파방송사연합의 웨이브, CJ ENM의 티빙, 왓챠플레이 등 토종 OTT가 있지만 브랜드화에 성공한 OTT는 아직 없다. ‘타도 넷플릭스’를 자신 있게 외칠 플레이어가 없다는 것이다.
닐슨코리아클릭의 지난 5월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 국내 순 이용자수는 799만1683명이다. 티빙 410만명, 웨이브 420만명, 왓챠 108만명 보다 월등히 앞선 1위다.
오히려 토종 OTT 보다는 통신사 가입자 기반의 IPTV 사업자가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어울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KT, SK브로드밴드(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각각 현대HCN, 티브로드,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유료방송 시장 세싸움에 나섰다. 각자 넷플릭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콘텐츠를 확보했다거나, 교육이나 스포츠 분야의 틈새를 공략한다며 자신감을 표현해 왔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들의 콘텐츠는 넷플릭스 보다 월등히 재미있지도 않고, 심지어 비싸다는 것을. 공중파나 케이블 채널의 핵심 프로그램이 없다면 결코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을. 한국인의 정서에 기반한 TV 프로그램을 뺀다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넷플릭스를 제치고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IPTV 3사 또한 내부적으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위기 의식을 가지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모르지만 머리를 싸매고 있다.
28일 SK브로드밴드가 출시한 새로운 월정액 영화/드라마 서비스 ‘오션’의 기자설명회에서 그들의 위기감이 잘 드러났다. 김정원 SK브로드밴드 플랫폼그룹장은 “글로벌 OTT가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을 다 장악하지 못했고, 통신사에 비해 자체 유통 역량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조금만 틀어서 본다면 유통역량만 정비하고 소비성향만 파악한다면 넷플릭스를 넘어설 통신사(IPTV)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넷플릭스가 한국 소비자의 소비성향을 더 잘 파악한 듯 하지만.)
다행인 것은 국내 IPTV 사업자가 뒷북이지만 넷플릭스에 버금가는 월정액 서비스를 내놓으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이다. 물론 오션이 온전한 OTT 서비스는 아니다. Btv 가입자 대상의 요금제 서비스 정도라고 할 수 있다.
SK 계열의 유료방송 사업만 하더라도, 이번에 Btv 가입자 대상으로 나온 월정액 오션과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3사가 서비스 중인 ‘방송 OTT’ 웨이브가 혼재한다. 이들은 서로의 시장을 잠식하면 안된다는 동료의식(?)을 갖고 있다. 서로 제휴 관계를 맺고 있기에 경쟁은 언감생심이다. 넷플릭스를 뛰어넘을 수 없는 ‘구조적 한계’다.
오션 기자설명회를 들으면서,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경쟁상대는 넷플릭스가 아니라 여전히 국내 경쟁사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직 넷플릭스의 경쟁감이 못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까. 넷플릭스처럼 콘텐츠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을 향할 수 있는 기획력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능력, 글로벌 유통망(마케팅 능력)이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