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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종말까지 200일… 이곳엔 생존 의지도 지구를 구할 영웅도 없다/종말의 바보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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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4.05.08 08:05 12,70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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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까지 200일… 이곳엔 생존 의지도 지구를 구할 영웅도 없다

 

넷플릭스 드라마 ‘종말의 바보’

 

  

‘종말의 바보’에서 중학교 교사 세경(안은진·왼쪽에서 셋째)과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는’ 아이들.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에서 중학교 교사 세경(안은진·왼쪽에서 셋째)과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는’ 아이들.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라는 제목에서 눈치챘어야 했는지 모른다. ‘한반도 소행성 충돌 D-200′이라는 소재로 기대감을 한껏 올렸지만 긴장감 없는 느긋한 내용으로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배우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를 받기 전 촬영을 마친 작품으로, 1년 가까이 공개를 미루다 지난달 26일에야 공개됐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주간 순위 9위(비영어 TV)에 오르기도 했지만, 앞부분을 보고 이탈하는 시청자들이 나오며 글로벌 일간 순위(플릭스패트롤)에선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유아인이 편집돼 흐름이 이상하다’는 후기가 많은데, 작품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은 3일 배우 유아인의 출연 분량이 “원래 대본 분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이를 부인했다.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라 생각해 손을 보는 노력을 하긴 했으나, 이야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했다”는 것. 그보다는 시청자가 기대하는 “’디스토피아 장르’의 문법에서 벗어난 것”이 호불호가 크게 갈린 이유 같다고 했다.

감독 말대로, 박진감 넘치는 SF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요즘 보기 드물게 생각할 거리에 집중한 드라마다. 이사카 고타로의 일본 소설을 각색한 작품. 한반도 등지에 소행성이 떨어지기 전 웅천시라는 가상 도시 이야기다. 안전한 나라로 이주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떠난 시점. 가슴 졸이는 생존기나 모두를 살려낼 영웅은 없다. 함께 죽을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최후까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를 그렸다. 혹평도 이해가 된다. 특히 소행성 충돌 200일 전, 300일 전 등 여러 시간대를 교차하는 초반부는 집중하고 봐도 의문이 남는 곳들이 있다. 한 회당 약 1시간 총 12부에 걸쳐 여러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다, 끝까지 반전 없는 결말에 ‘시간 낭비했다’는 혹평도 나올 정도다. 스케일 큰 충돌 CG 장면마저 없다. 

하지만 ‘잔잔함이 되레 현실적이라 슬펐다’ ‘여운이 길다’ 같은 상반된 평도 나오는 건, 종말을 앞둔 풍경을 곱씨ㅂ으며 볼만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에게 좌절감을 주는 건 예정된 죽음보다도 혼자 살겠다고 주변인을 저버린 사람들, 아이들 같은 약자가 먹잇감이 되고 마는 현실이다. 생존 마케팅을 하는 사기꾼과 사이비 집단 등 사회 풍경도 흥미롭다. 죽기 전까지 살기 위해 닭과 채소를 기르는 사람도 있는 반면, 인신매매 폭도들에게 반 아이들을 잃은 뒤 삶이 완전히 바뀐 교사 세경(안은진) 같은 인물도 있다. 웅천시는 아이들을 잃은 상실의 공간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빈틈이 없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으로 인기를 얻은 김 감독은 수십 번 편집에 손을 보며 이번 작품에 공을 들였다. 공개가 미뤄져 간절함도 있었다. 그는 “시청자에게 난해해서는 안 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며 “부족함을 알고 크게 배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재미를 추구한다면 속도감 있게 사건 위주로 가야 하지만, 그러면 이 이야기를 택한 이유가 사라진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진감 있는 영웅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죄송스럽지만 처음부터 그런 드라마가 아니었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색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만들 때 행복했어요.”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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