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상견니' 한국판 '너시속', 넷플릭스의 실수
[JTBC] 입력 2023-09-11 11:40
지난 8일 공개된 '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과 친구 인규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상견니'를 원작으로, 12부작의 한국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에서도 원작 팬층이 두터웠던 터라, '상견니'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에 많은 예비 시청자들이 기대감을 표시했다.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던 원작과는 달리, 넷플릭스라는 거대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의 자본을 바탕으로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작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도 높았다. '사내맞선'으로 아시아 시청자를 그만의 로맨틱 코미디로 안내했던 안효섭과 믿고 보는 전여빈의 만남으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먼저, 원작 특유의 청량한 영상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상견니'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두 주인공의 빗속 달리기 신은 '너의 시간 속으로'의 밋밋한 연출로 비교 대상이 됐다. 청량하고 아름다웠던 장면의 매력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남자 주인공의 스타일링 또한 몰입의 걸림돌로 꼽힌다. 대만 배우 허광한이 연기했던 캐릭터는 그야말로 청량하고, 장난기 넘치며, 이후엔 변화에 맞게 진중해지는 인물이다. 그러나 안효섭이 연기한 시헌 캐릭터는 무겁게 내려온 헤어스타일 등 여러 모습이 통통 튀어야 할 10대를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다. 시간이 흐르고 애틋하게 등장한 장발의 시헌은 이미 코믹한 '짤'로 만들어졌을 정도다.
연출뿐 아니다. 원작과 비슷한 서사를 따라가면서도, 일부 바뀐 대목이 원작 팬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원작에서는 성 소수자의 이루지 못한 사랑, 그리고 절실함에서 이어진 타임슬립 등이 그려진다. 그러나 '너의 시간 속으로'에선 단순한 서사 얕게 담아냈다. 장애를 가진 소년, 언제나 혼자인 내성적인 소녀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더욱 큰 울림을 선사한 원작의 의미를 100% 살려내지는 못했다는 혹평이 나온다.
미술도 아쉽다. '내 눈물 모아' '아름다운 구속' '사랑과 우정 사이' 등 그때 그 시절을추억하게 하는 음악은 100점 만점. 그러나 학교와 집의 풍경, 등장인물들의 스타일링까지 보여지는 것들은 낯설다. 레트로 감성이 이 작품의 최고 무기 중 하나일 테지만, '너의 시간 속으로'는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진 못한다.
그럼에도 '너의 시간 속으로'는 원작에 충실한 서사로 짜임새 있는 기승전결을 보여준다. 평범한 타임슬립 장르가 아니어서, 원작을 전혀 접하지 못한 시청자들에겐 흥미롭게 다가갈 작품이다.
OTT 콘텐트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너의 시간 속으로'는 지난 10일 글로벌 8위를 기록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