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준희 감독, ‘D.P.’를 말하다
- 이영실 기자
- 입력 2023.08.09 14:07
이영실 기자
입력 2023.08.09 14:07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D.P.(디피)’ 시즌2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정해인 분)와 호열(구교환 분)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2021년 8월 공개돼 ‘군인 잡는 군인’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시청자들의 호평과 사랑을 받은 ‘D.P.’의 두 번째 이야기로, 지난달 28일부터 글로벌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시즌2는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아직 변한 게 없는 현실에서 다시 시작돼, 그러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이들의 사투를 한층 깊어진 서사로 풀어내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시즌1에 이어 시즌2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무력한 그 현실에서 이야기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며 다시 ‘D.P.’로 돌아온 이유를 전했다. (*해당 기사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돼있습니다.)
-시즌2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기분이 어떤가.
“진부한 표현이지만, 시원섭섭하다. 늘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게 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도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 했다고 생각한다.”
-시즌1이 워낙 호평을 받아서 더 나은 결과물로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도 컸을 것 같다.
“당연히 있었다. 더 정확하게는 이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하는 이유였다.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고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소재 자체를 건드렸을 때에는 책임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시즌1의 맺음처럼 무언가 바뀔 수 없고 무력한 그 현실에서 끝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컸다.”
준호와 호열로 분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정해인(왼쪽)과 구교환. / 넷플릭스
-가장 고민한 지점은 무엇인가.
“처음 연출한 시리즈였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 덕에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는데 어떻게 해야 이 이야기가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서 시즌2를 하게 됐지만 극에서는 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즌1에서 석봉(조현철 분)의 사건으로 결말을 맞았는데, 거기서 파생되는 인물들 그 사건으로 영향을 받은 준호나 호열, 범구(김성균 분)와 지섭(손석구 분)이 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 어떻게 그 힘듦을 돌파해갈 것인가를 베이스로 놓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준호와 호열의 관계성도 빼놓을 수 없다. 시즌2에서는 두 인물의 관계, 변화를 어떻게 그리고 싶었나.
“내가 생각한 호열은 외적으로는 굉장히 위트가 있고 강한 인물이지만 유약함도 있고 섬세함도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눈앞에서 석봉의 사건을 목도했을 때 어떻게 무너질 것인가 생각했고, 준호와 함께 그것을 극복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로 그려보고 싶었다.”
-다만 시즌1에 비해 준호와 호열의 버디물로서 쾌감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호든 불호든 보는 분들의 몫이니 가타부타 할 순 없다. 다만 조금 더 소재를 차용해서 시즌1을 만들었을 때 현실적일 수 있지만 무력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음 이야기로 이어간다고 한다면 어떤 발버둥, 몸부림을 치는 인물을 보여주는 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석봉의 사건을 스킵하고 다른 에피소드로 가기에는 이 인물들에게 남은 잔상이 너무나 클 것 같았다. 그것을 돌파해가는 인물들을 그려보고 싶었다. 좋아해 준 시청자 입장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연출자인 나의 부족함일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의도는 그랬다.”
시즌2에 새롭게 등장한 구자운(왼쪽)과 큰 변화를 보여준 임지섭. / 넷플릭스
-시즌1은 있을 법한 이야기인데, 시즌2에서는 구자운(지진희 분)을 극단적인 악으로 표현하는 등 너무 이분법적인 접근이라는 지적도 있다.
“구자운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시스템을 의미한다. 생명력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면 했다. 시스템은 되게 많은 경우 다수가 중요하고 소수를 희생시킨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어떠한 희생을 강요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분법적으로 정확하게 악으로 묘사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시스템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했다. 그 상황에 가장 맞는 것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고, 과연 그게 항상 옳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구자운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임지섭 대위의 변화도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즌1에 비해 다소 커진 역할의 비중이 배우 손석구의 달라진 입지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는데.
“‘나의 해방일지’ ‘범죄도시2’로 손석구가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본은 이미 그전에 나왔다. 크랭크인 하기 일주일 전인가 그때부터 ‘나의 해방일지’가 잘 된 걸로 기억한다. 무언가 하려고 애쓴 개인의 이야기로 보이기 위해서는 간부들과 그들의 어떤 시스템과 교차점이 필요했고, 네 명의 인물 중 장교 역할을 하고 있는 임지섭을 교점으로 해서 무언가 가져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손석구가 잘 돼서 물론 좋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지섭의 역할이 확장된 것은 아니다.”
한준희 감독이 준호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 넷플릭스
-탈영병을 잡던 준호가 탈영병이 되는 설정을 넣은 이유는.
“한 명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한 명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정도의 광경을 목도했다. 시즌2에 넘어와서 또 굉장히 많은 인물들의 답답함 그리고 잔혹함 거기에 대한 결과를 봤잖나. 그런 일을 계속해서 목도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판단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군가 죽거나 죽음 직전에 있는 것을 봤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른 탈영병을 잡으러 가는 게 가능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황장수(신승호 분)의 모습을 통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징병제로 군대에 오게 된 사병, 병사들 그 누구도 일관된 가해자, 일관된 피해자로 묘사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루리(문상훈 분)도 마찬가지고 황장수도 마찬가지다. 사람 자체가 악하다고 그리고 싶지도 않았고 무조건 불쌍하다고 그리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양가적인 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군대에서 20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비유하고 싶었다.”
-박성우(고경표 분)를 재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안준호가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안준호가 시즌1에서 그를 구타했는데 그 가해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 시즌2는 사과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안준호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준호가 사과를 해야 시스템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준희 감독이 시즌2 결말이 갖는 의미를 짚었다. / 넷플릭스
-시리즈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뭘 할 수 있는데?’ ‘뭐라도 해야지’였다.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나.
“시리즈 내내 그 워딩을 가장 중요하게 가져갔다. 작품을 만드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우리가 우리에게 질문한 것이기도 했다. ‘시즌2를 해서 뭘 할 수 있는데?’라는 질문. 거창하게 무언가를 바꾸겠다거나 비판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재를 사용해서 작품을 만들었고 이 소재를 갖고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이런 질문을 해서 답을 할 순 없지만 따라가는 인물들이 굉장히 사소한 것이라도 해내는 이야기를 담는다면, 어쩌면 시즌2를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촬영하는 내내 했던 것 같다.”
-다소 판타지적인 결말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감독의 의도는.
“본인을 희생하면서 조금씩 애써온 사람들이 굉장히 드물지만 있다. 지금도 있다. 안준호가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볼 수 없지만 존재하고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만든 방향이다. 한호열의 ‘또 봐’라는 대사를 좋아한다. 다음 시즌이 있을 수 있고 없을 수 있고 알 수 없지만, 이 인물들이 조금은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프레임 밖에서도… 완벽하진 않지만 그럴 수 있는 결말로 닫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호열의 ‘또 봐’라는 대사가 그들이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에 대한, 그것에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해서 좋아한다. 시즌1에서는 그럴 수 없었는데, 시즌2에서는 조금이나마 그럴 수 있는 결말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물론 보는 분들의 감상 또한 존중한다.”
출처 : 시사위크(http://www.sisaweek.com)